[대일응접실] 인생을 답사하고 삽니까

박계교 기자 2023. 3. 14.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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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웅래 맥키스컴퍼니 회장
전국 8도 5228㎞ 마라톤 완주, 대동 RUN 지도 완성
코로나19로 어려울 때 뛰면서 긍정 에너지 받아
남 의식하지 않고 앞으로도 조웅래처럼 살고파
조웅래 맥키스컴퍼니 회장이 대동 RUN 지도와 관련한 본지와 인터뷰를 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맥키스컴퍼니 제공


아마도 '괴짜' 정도면 점잖은 표현일 것 같다. 그를 나타내는 여러 세간의 평판은 '괴짜'와 대동소이하거나 또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다. 하지만 이러한 세평은 그가 경영자로 자신의 회사 직원들과 고객들에게 보내는 일종의 메시지처럼 느껴졌다. 남들과 똑같이 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한 도전이 '괴짜'에 묻어나 세간의 평판으로 굳어졌다.

충청권 주류기업인 맥키스컴퍼니 조웅래 회장. 뜀박질 열정 하나 만큼은 어디에 내놔도 지지 않을 것 같은 그가 '괴짜'처럼 또 일을 냈다. 누군가는 고산자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를 빗대 '대동 RUN 지도'라 했다. 전국 8도에 걸쳐 총 5228㎞에 518시간의 발자국을 남겼다. 그렇게 조 회장의 명함 뒷편에는 '대동 RUN 지도'가 그의 얼굴로 그려졌다. 기억이 희미하지만 옛 영화 '포레스트 검프'가 떠오르면서 명함을 보다 문득 귀찮게 많이도 들었을 질문을 그에게 던졌다. 왜 뛰었는가?

조 회장은 "달리기를 하면 힘들 때 에너지를 얻는다. 그때도 그랬다. 2021년 코로나19가 한창일 때라 모임이나 시간 제한 등으로 주류업계가 너무도 힘들었다. 우리도 마찬가지였다"며 "절벽 끝에 매달린 심정이었다. 절벽에서 떨어지지 않으려면 몸집을 작게하고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 저희도 한창 계획했던 중국과 미얀마 등 해외 투자 계획도 이때 접었다.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매출은 급감하다 보니 무기력해지더라"고 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뛴다는 조 회장이다. 그렇게 지난 23년간 달렸다. 뛰다 보면 몸이 좀 가벼워지고, 표정도 밝아지면서 긍정에너지를 받는다고 했다. 한 회사를 이끌어가면서 받는 스트레스 등 몸과 마음에 쌓인 찌꺼기를 비우기 위해 뛴다는 그다. '대동 RUN 지도'도 그렇게 시작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회사 경영자로 일을 하고, 금요일 새벽 대전을 출발해 동해로, 서해로, 남해로, 발길이 닿는 곳으로 향했다. 사전 답사를 안 하다 보니 어떤 날은 길을 잃은 적도 있다. 길을 헤매다 김치공장에 들어가 핸드폰을 빌려 회사 직원에게 전화, 50여분을 기다려 다시 만난 것은 작은 해프닝이다. 그가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건넨 말이 걸작이다. '인생을 답사하고 삽니까'였다. 사전 답사 없이 그냥 뛴단다. 조 회장은 뛰는 것 하나만으로 힘든데도 유튜브용으로 뛰는 모습을 촬영, 펀런(FUN RUN)하면서 '길위에 개똥 철학자'라는 본인 스스로 또 하나의 닉네임을 만들었다.

그는 "하루에 얼마나 뛸까 고민을 했다. 마라톤 풀코스가 42.195㎞잖아요. 이를 인간의 한계로 보는데 기왕 했으니 이 보다 더 많이 뛰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며 "처음에는 40㎞ 이상을 뛴다는 게 힘도 들었지만 나중에는 계획했던대로 50㎞도 가벼웠다. 전국 8도를 뛰고나서 계산을 해보니 하루평균 45㎞를 뛰었더라. 사전 답사를 안 하니까 가끔 길을 잃을 때도 있다. 인생에 답사가 없듯이 저도 답사 없이 뛴다"고 했다.

조 회장이 '대동 RUN 지도'를 만들고 얻은 건 자신감이다. 자신과의 싸움이기는 하지만 한발짝 한발짝씩 모아 만들어낸 5228㎞라는 거리는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다는 직원들에게 보내는 무언의 암시다. 때마침 맥키스컴퍼니의 신제품이 출시를 앞둔 상황이었다. 소주업계 최저 도수 14.9도와 최저 열량 298kcal(360ml)인 '선양(鮮洋)'이 그것. 소주 '선양'은 맥키스컴퍼니의 옛 사명이다. 옛 '선양'의 전통성을 재해석해 차별성을 두면서 국내 소주시장에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야심이다. 맥키스컴퍼니 창립 50주년을 맞아 선보이는 '선양'은 이달부터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

조 회장은 "신제품 개발에 직원들에게 지시한 것은 단 한가지다. 철저하게 차별화 하라는 것이다. 도수와 칼로리, 병뚜껑, 소주 이름 등 신제품에 기존 소주와 다른 차별성을 접목했다"며 "차별화를 하지 않고 남을 따라 해서는 공룡기업과 싸워 백전백패할 수밖에 없다. 최선을 다해서 차별화를 했는데 실패를 한다면 책임은 경영자의 몫"이라고 신제품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신제품을 출시한 마당에 요즘 뜨거운 소주값 인상에 대해 물었다.

그는 "사실 원자재부터 해서 다 올랐죠. 소주를 판매하는 음식점도 전기, 가스비, 인건비 등 안 오른 게 없잖아요. 그렇다고 우리가 50원을 올리면 음식점들은 1000원을 올릴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기 때문에 소주 가격 인상은 옳지 않다고 본다"면서 "가격을 올리면 소비를 위축시킬 것이다. 만약 음식점에서 소주 1병에 6000원을 받는다고 치면 혼술 비중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본다. 결국 제 살 깎아먹는 격이 될 것이다"고 경계했다.

'나 답게 살자'를 머리 속에 되뇌이면서 트레이드 마크인 모자와 사람들 보기에 나이(?)에 걸맞지 않은 원색에 가까운 화려한 옷차림으로 자신을 이미지 형성화한 조 회장이다. 소주회사가 불현듯 산에 황토길을 만들고, 산에 피아노를 갖다 놓고 음악회도 하고, 새해 1월 1일 11시11분 맨몸 마라톤 대회와 소주판 돈 일부를 모아 지역인재 양성을 위한 장학금을 내놓는 등 샘솟듯 나오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는 조 회장의 평소 생각과 다르지 않다.

그는 "조웅래 답게 살아갈 궁리를 참 게을리 하지 않았다"면서 죽을 때도 후회는 없을 거란다. 20대로 돌아간다 해도 지금까지 살아온 것처럼 남을 의식하지 않고 조웅래처럼 살겠단다. 2000만 원으로 창업, 역경을 이겨내고 현재 주류회사의 경영자가 되기까지 조 회장의 삶은 그의 말처럼 '괴짜' 행보 그 자체였다. 그래서 앞으로 또 어떤 '괴짜' 행보를 할 지 자못 궁금하다. 대담=박계교 디지털뉴스2팀장·정리=신익규 기자

㈜맥키스컴퍼니가 개발한 국내 최저 도수, 최저 칼로리 소주인 '선양(鮮洋)'. 사진=㈜맥키스컴퍼니 제공

-조웅래 회장은

1978년 마산고를 , 1885년 경북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1992년 2000만 원으로 전화정보 회사를 창업한 뒤 1995년 휴대폰벨소리·컬러링 서비스업체인 ㈜5425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2004년 ㈜ 선양 회장에 올랐다. 현재 ㈜맥키스컴퍼니 회장과 조웅래나눔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대한민국 100대 일자리 으뜸기업 수상과 행정안전부 제10 국민추천포상 '대통령표창' 등 다수의 상을 받았다. 마라톤 풀코스 80회를 완주 했고, 최고 기록은 3시간 23분 24초다. KRI한국기록원으로부터 대한민국 국토 한바퀴 5228㎞ 국내 최초·최단 시간 완주(116일 518시간 57분 59초) 인증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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