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위험 단층 1년 전 발견됐는데…코앞 초중고교 내진대책 전무

김정수 2023. 3. 14.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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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14개 활성단층 발견 1년전 보고받고도
주변 학교들 내진대책 조기추진에 반영안해

지진이 일어날 수 있는 활성단층 14개가 한반도 동남권(경남·북, 부산, 대구, 울산)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1년 전 정부 용역 조사를 통해 확인됐지만, 실효성 있는 지진대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활성단층과 인접한 일부 학교는 전국 모든 학교에 적용되는 수준의 내진 성능조차 갖추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14일 <한겨레>가 14개 활성단층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양산단층 삼남분절(경남 양산시 하북면~울산 삼남읍 일대) 주변에 있는 학교와 내진 대책을 확인해보니, 활성단층 발견에 따른 추가 조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활성단층은 지질학적으로 최근인 신생대 제4기(258만년 전 이후)에 지진으로 지표가 파열돼 다시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단층을 말한다.

앞서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1월 한반도 동남권 단층조사 연구용역 주관 기관인 부경대 산학협력단으로부터 활성단층 조사 결과가 담긴 ‘한반도 단층구조선의 조사 및 평가기술 개발’ 최종 보고서를 제출받았다. 이는 동남권에 존재한다고 알려진 활성단층의 위치와 규모를 구체적으로 담은 첫 정부 용역 보고서다.

이 보고서에 나타난 양산단층 삼남분절을 지도에 표시해보니, 활성단층에서 600여m 이내에만 ㅅ초·ㅈ초·ㅂ초·ㅅ중·ㅇ고 등 울산교육청 관할 5개 초중고와 ㅎ초·ㅂ중·ㅂ고 등 경남교육청 관할 3개 학교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는 단층에서 불과 수십 미터 밖에 떨어지지 않은 학교도 있었다. 이들 학교와 관할 교육청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정부가 활성단층을 확인한 이후 내진 대책을 점검하거나 내진 설계를 보강하도록 통보한 사례는 없었다. 앞서 지난달 활성단층 발견에 따른 후속 조처를 묻는 말에 행안부 관계자는 “각 관계기관에 통보해, 관계기관에서 점검할 사항이 있는 것들과 기존 시설물에 대한 내진보강 여부를 확인하고 장기적으로 내진 설계 보완 검토를 하도록 했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후속 조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그러다 보니 울산시 삼남읍의 한 초등학교는 학교 경계가 활성단층선에 거의 붙어 있다시피 한데도 학교 건물의 내진성능 보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울산교육청 관계자는 “2024년까지 내진 보강공사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24년은 교육부가 2016년 경주 지진 발생을 계기로 2018년에 확정 발표한 ‘학교시설 내진보강 투자 확대 계획’에 따른 영남권 학교의 내진보강 완료 목표 시점이다. 학교 바로 옆에 지진위험이 있는 활성단층이 있다는 정부 용역 조사보고서가 나온 지 1년이 넘었지만, 일정을 당기는 식의 후속 조처도 없이 2018년 계획에 따라 내진보강이 이뤄지는 것이다.

활성단층과 거리가 100여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경남 양산시 하북면의 한 초등학교도 마찬가지다. 이 학교 본관 건물은 정부 용역 단층조사로 활성단층이 확인되기 전인 2019년 실시된 내진성능 평가에서 보강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양산교육지원청 관계자도 “교육부 지침상으로 2024년까지 내진보강을 완료하게 돼 있어 그 시점에 어긋나지 않게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내진 대책 전문가 사이에는 활성단층이 발견된 것을 계기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활성단층 지역의 지진 대비 수준을 높이고, 특히 학교에 대해서는 이미 이뤄진 내진성능 평가·보강까지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존 내진성능 평가와 보강이 바로 옆에 활성단층이 있는 것까지는 고려하지 않은 채 이뤄졌기 때문이다.

정부 용역 단층조사에서 지진이 발생할 수 있는 활성단층으로 확인된 양산단층 삼남분절 일대의 위성지도. 단층선이 통도사나들목(IC)에서 언양분기점(JC) 사이 경부고속도로와 나란히 이어지며 경남 양산시 하북면소재지와 울산시 삼남읍소재지 가운데를 지나간다. 출처:다음지도 갈무리

교육부의 ‘학교시설 내진설계 기준 고시’는 전국의 초중고교 학교시설에 최소 내진 1등급의 건축구조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규모 6.5의 강진에도 인명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내진 성능을 갖추라는 것이다. 하지만 건축 구조물의 지진 피해는 지진의 규모뿐 아니라 지진이 발생한 곳과의 거리에 좌우된다. 바로 옆에 활성단층이 있는 학교의 지진 대비가 전국 학교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지진 대비와 달라야 하는 이유다.

행안부 지진화산방재정책위원회 위원인 박인준 한서대 교수(토목공학과)는 “시설물 내진보강을 제대로 하려면 보와 보 사이, 기둥과 기둥 사이 구조부를 리모델링 수준으로 보강해야 하는데, 경주 지진 이후 기존 시설물 내진 보강 초기에는 엉터리 시공이 된 곳도 많다”며 “행안부 용역 조사보고서에 나온 활성단층 지역에서는 이미 내진보강이 된 학교들까지 정밀하게 전수조사해 필요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활성단층이 발견된 지역을 정부 차원에서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해 국가 중요 시설물 등에 지진계측기를 촘촘히 설치하고, 지진이 났을 때 지역주민들이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는 장소 등을 포함한 지진대응 훈련을 좀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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