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함께 아파하고 기뻐하며 산 마음, 이제라도 사랑해야겠다 [신달자 에세이]

최진숙 2023. 3. 1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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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이여 나의 친구여!>
오늘도 마음을 먹는 사람들
일러스트=정기현 기자

한국 사람들은 마음을 먹는다. 마음까지 먹는다고 구차한 현실로 끌고 가면 안 된다. 마음을 먹는다는 것은 하루의 변화와 삶의 새로운 구축을 의미하는 것이다. "마음 아프다" "마음에 든다" "마음 쓰라리다"라는 표현도 쓴다. 우리나라는 특별히 마음으로 내면표현을 한다. 마음으로 우리 내면의 보이지 않는 여러 가지 풍경을 표현한다. 그리고 잘 알아듣고 잘 통한다. 마음 안에 육신과 정신이 다 모여 있고, 실수와 이득이 마음 안에서 비롯되어 있는 것으로 인지되어 있다.

마음이 신격화되어 있는 것일까. "마음이 시키는 대로"라는 말도 여기서 출발할 것이다. 마음은 "의지"와 연결되어 있다. 큰맘 먹는다고도 하지 않는가. 자신이 좀 과다한 의욕으로 무엇인가를 해 내고 말겠다는 의지가 깃들어 있다. 그래서일까. 이 세상에 보이지도 않고 만져지지도 않는 마음 하나를 굳은 결심으로 철벽을 넘어서겠다는 의지를 나타낸다.

마음 아프다, 마음에 든다, 마음 먹는다, 마음이 오고 있다…. 자신을 지키고 보호하는 것도 마음이다.

마음을 빼앗겼다, 마음을 훔친다는 말도 사용한다. 그 사람에게 매혹 당했다든가 한눈에 반해 버린 경우도 마음을 들먹인다. 그 말이 듣기 좋았다. 마음이 아주 비싼 것인지, 무슨 보석이라도 되는 것인지 "마음이 오고 있다"라는 표현도 은근히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말이다. 우리는 다 마음을 가지고 있으니 그 보석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마음병이란 말도 사용한다. "마음이 멀어져 간다"라는 말은 그 대상이 누구라도 마음 아프다. 사랑이 갈 길을 잃거나 하고 싶은 일이 몇 번이고 실패로 돌아갈 때 흔히 마음병에 걸렸다고도 한다. 그런데 그 마음병을 결국 마음이 해결하는 것으로 인지한다. "마음 다져 먹고"는 그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마음을 꾹꾹 누르며 마음을 다져 먹으며 일어서라고 권유하는 것이다.

마음병은 정신의학에서 전 세계가 본격적으로 연구하는 일로 오래되었다. 그러나 마음은 인간의 손이 닿지 않는 순수영역으로 존재한다. 그러면서 우리는 마음을 모든 대화의 연결고리로 사용하고 있다. 멋진 일 아닌가. 나는 은근히 마음으로 표현되는 대화들이 마음에 든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너무나 일상적으로 우리는 이 말을 한다. 한국 사람들은 마음주의자들이다. 마음은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지만 우리 안에 있는 것이다. "안"의 주인공이 마음이다. 우리는 '안'을 귀하게 생각한다. "마음 안에…"라는 표현도 자주 쓴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내 안에 먹을 마음이 있기 때문에 든든하다. 나는 내 마음을 대화자로 생각한다. 마음도 이젠 늙어서 내 걸음의 넓이를 잘 이해해서 내가 좀 과다한 일을 하면 마음이 먼저 지치고 드러눕는다. 마음대로 안 된다는 말도 그래서 나왔을까.

그 옛날 천하장수가
천하를 들었다 놓아도
한 티끌 겨자씨보다 작은
그 마음 하나는
끝내 들지도 놓지도 못했다더라

시조시인 조오현 스님 글이다. 내 마음이 웃는 소리가 들린다. 마음은 자기가 경험하고 생각한 대로 내면의 잠재된 모양으로 만들어질 것이다. 내 마음은 내가 만든다. 그리고 나는 내 마음에게 기댄다. 약간의 모순이 깔려 있지만 마음은 한 사람에게 아주 소중한 정신적 힘을 모은 주머니라고 생각한다. 자신을 먹는 자신을 지키고 보호하는 것도 마음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해야 할 일이 있을 것이다. 우리가 의지하고 먹기까지 하는 마음을 위해, 마음건강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타인을 돕는 일도 중요할 것이다. 물질적인 것도, 마음이 외로운 사람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는 일도, 우리가 인간적 후원을 가지는 일도 모두 내 마음을 위한 것이라는 걸 알았다.

우리가 초심(初心)이라고 말하는 시작할 때의 그 마음을 잠시 멈추고 들여다보면 그 마음은 분홍빛일 것이다. 언제라도 변할 것 같지 않은 그 분홍빛이 조금씩 변화하고 검은 빛이 도래하면 우리는 그 변화된 빛을 "삶"이라는 짧은 단어로 대신하려 한다. 삶은 누르는 힘이 있었으니까. 청심(淸心)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삶이 결코 변색되지 못하게 하는 우리들의 단호한 의지는 노력과 배움으로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마음을 우리 자신과 분리해서 우리들의 내면표현을 저 하늘에 걸린 해나 달처럼 생각하며 먹기도 하고 내려놓기도 하는 마음관리는 정말 지혜롭고 신비롭기까지 하다. 그렇다면 마음은 결단코 쇠락하지 않는 영원의 힘인가. 내 마음을 먹기 위해 내 마음에게도 먹거리가 필요하지 않을까. 그것이 영성적 기도요, 독서요, 좋은 강의를 듣는 일이며, 질 좋은 대화 그리고 아름다운 자연을 바라보는 일이며, 식물들의 침묵과 견딤을 배우는 일일 것이다.

마음은 쇠락하지 않는 영원의 힘인가. 내 마음을 먹기 위해 내 마음에게도 먹거리가 필요하지 않을까.

그래서 마음이 언제나 맑고 깨어 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나는 하늘을 바라보는 일에서, 나무를 바라보는 일에서 나를 내려놓는 일을 배운다. 마음을 내려놓는다. 달달 볶는 마음을 내리고 고요히 자연을 감상하는 마음에게 고맙다고 말한다. 어릴 때 자주 뭘 잃어버리면 어머니는 "마음을 도대체 어딜 두고 다녀!"라고 하셨다. 마음은 방향이나 자신을 바로 세우기와 같은 것이었다. 과욕으로 마음을 무겁게 하지 않는 마음으로 살고 싶다. 그런 마음에서 마음의 향기는 멀리서도 피어나지 않을는지….

이제라도 내 안에서 나와 함께 아파하고 기뻐하며 산 마음을 보호하고 사랑해야겠다. 과욕으로, 악담으로 내 마음을 괴롭히지 않아야겠다. 그래야 그 마음을 먹고 오늘도 기력을 다해 일어나지 않겠는가. 잠들기 전 내 마음에게 한마디 던진다. 마음아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신달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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