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IB 키우자”···쓴소리 내뱉은 학계·업계·당국 [종합]

김태일 2023. 3. 14.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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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차 금융투자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 세미나’
14일 열린 ‘제1차 금융투자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 세미나’ 참석자들. (앞줄 왼쪽부터) 박정림 KB증권 대표, 신인석 중앙대 교수, 신진영 자본시장연구원장,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 양태영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본부장, 채준 서울대 교수, 이준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멀티에셋총괄사장, (뒷줄 왼쪽부터) 장원재 메리츠증권 사장,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홍우선 코스콤 사장, 이준서 동국대 교수, 이윤수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 이수영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 / 사진=금융투
[파이낸셜뉴스] 금융위원회가 판을 깐 올해 첫 자본시장 세미나에서 금융투자업 각 분야 관계자들이 국내 투자은행(IB) 성장을 위한 제언들을 쏟아냈다. 여전히 글로벌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뼈아픈 지적이 쏟아졌다. 업계 자체적인 경쟁력 부족, 단기성과에 매몰되는 수익 구조, 당국 규제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다만 공통점은 한 차례 도약할 수 있단 희망이 반영돼있다는 사실이었다.

“해내지 못할 이유 없다”
첫 포문은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열었다. 그는 14일 금융위 주최로 열린 ‘제1차 금융투자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 세미나’에서 축사를 통해 “이번 정부는 한국 금융투자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공허한 구호로만 남겨놓지 않을 것”이라며 “시간은 걸리겠으나, 명확한 비전과 실효성 있는 추진 전략이 결합된다면 해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 부위원장은 “영미계 금융사가 수백 년 레거시를 쌓아온 ‘그들의 홈그라운드’가 아니라, ‘새로운 운동장’에서 새로운 경쟁자들과 무한 경쟁을 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며 “이 경쟁에선 모두가 비슷한 출발선에 서있고 우리나라도 결코 뒤쳐져 있지 않다”고 진단했다.

다만 그는 그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음을 인정했다. 김 부위원장은 “절대적 자본규모나 업력에서 글로벌 투자은행(IB)에 비해 부족한 국내 금융투자회사들이 세계무대 주역이 된다는 데 대한 회의적 시각도 여전히 많다”며 “아시아 10위권 내 회사가 전무하고, 해외 점포 수익비중도 전체 수익의 약 4.3%로, 글로벌 IB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바통을 넘겨받아 여태껏 국내 자본시장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제도 도입, IB 부문 수익성 확대, 해외 비즈니스 수익성 개선 등 외형적 성장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역시 △예금 중심 가계금융자산 구조 △글로벌 경쟁력 부족 △낡은 자본시장 인프라 및 규제 등이 아직 한계 요인이라고 꼬집었다.

서 회장은 “국내 증권사 자기자본 규모는 크게 증가했으나 아시아 20위권 내 포함되는 곳이 없을 정도로 그 존재감은 미미한 수준”이라며 “이에 완화된 자본규제를 생산적으로 IB에 활용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존재한다”고 짚었다.

한국형 IB, 뭐가 문제냐면...
첫 번째 주제발표를 맡은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통계자료를 통해 이를 증명했다. 과거 10년 동안 종투사를 중심으로 자기자본과 순영업수익은 각각 2.2배, 4배 불어났으나, 해외 IB 대비 주식발행시장(ECM)·채권발행시장(DCM) 및 인수합병(M&A) 주관 부문은 정체됐다.

이달 기준 국내 9개 종투사가 지정돼있고, 이중 한국투자·NH투자·KB·미래에셋증권 등 4개사가 발행어음 업무까지 수행할 수 있다. 자기자본 8조원이 넘으면 종합투자계좌(IMA) 업무를 허용하지만 현재로선 없다.

하지만 종투사 중에서 ECM·DCM 순위가 가장 높은 곳이 지난해 말 기준 27위, 88위였다. M&A 주관에선 200위 밖으로 밀려났다. 아시아 지역에서만 따져도 상위권은 대부분 중국이나 미국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 연구위원은 “지난 10년 간 IB 비중은 증가했으나 자기매매·위탁매매 의존도는 여전히 높다”며 “이 지점에서 대형 종투사와 중·소형사 간 사업구조 차이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외 IB들이 정보기술(IT) 인력 투자를 늘리는 흐름(20% 이상)과 달리 한국 증권업에서 해당 비중은 5.8%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 같은 문제점을 바탕으로 대안도 제시했다. △업무범위 확대 △뉴노멀 대응 강화(디지털 전환 대응·ESG 산업 발전 등) △글로벌 영역 확대 △IB 역량 강화(생애주기 맞춤형·BDC 등 혁신금융 확대) △체질 개선 및 신뢰 회복 등 5가지 추진과제다.

“정부 지원 필요”
이후 이어진 패널토론에서 금융투자업계 수장들은 ‘대형화’에 힘을 실었다. 박정림 KB증권 사장은 “IB는 결국 자본력 싸움인 만큼 대형화는 필수”라며 “자체적인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가령 KDB산업은행 등이 신흥국 사회간접자본(SOC) 투자할 때 현지 IB 시장에 증권사들이 발 담글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요청했다.

이준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멀티운용총괄사장도 “국내 운용사들도 대형화할 수 있는 제도적 유인책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만연 블랙록자산운용 대표는 “해외 대형 운용사들이 한국 시장에 들어와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야 국내 금융사들도 협업 기회 등을 얻을 수 있다”며 “하지만 현실적으로 글로벌 운용사들이 진출할 동기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이어 “한국에선 집합투자업자 인가(라이선스)를 받아도 직접 상품 판매에 관여하는 게 제한적”이라라며 “개인들 대상은 그렇다 해도 전문투자자들을 상대로 하는 영업을 예외로 인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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