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면]누군가 '혁신'을 묻거든 포스베리의 담대한 점프를 보라

오광춘 기자 2023. 3. 14.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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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미쳤다는 평가를 받은 파격이 세월이 흘러 영원한 표준으로 인정받는 경우가 있죠. '혁신'이란 말과 함께. 지금은 당연해 보이는 높이뛰기의 방식, 배면뛰기도 그렇습니다.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 높이뛰기는 이 장면이 파격을 던졌습니다. 배를 하늘로 하고 바를 넘는 기술로 포스베리는 금메달을 땄습니다. (사진=AP연합뉴스)
몸을 뒤로 뉘어 가로막대를 뛰어넘는 배면뛰기는 국제 용어로는 '포스베리 플롭'(Fosbury Flop)이라 불립니다.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 높이뛰기에서 금메달을 딴 미국의 딕 포스베리의 이름을 딴 거죠. 지금은 모든 높이뛰기 선수들이 이 방식을 선택하지만 60년 전엔 달랐습니다. 1960년대만 해도 높이뛰기는 공중에서 가위처럼 두 다리를 엇갈리며 가로막대를 넘는 가위뛰기, 또는 몸을 옆으로 돌리면서 가로막대를 넘는 스트래들 점프(Straddle Jump)로 정형화돼 있었죠. 그때 포스베리는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갔습니다.
혁신의 상징 포스베리는 7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사진=AP연합뉴스)
포스베리는 고교 시절 높이뛰기에서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방식을 꺼냅니다. 가로막대를 앞두고 뒤로 점프하는 것도, 또 바를 등을 구부려 넘는 것도, 또 목으로 착지하는 것도 그때는 상상할 수 없는 방식이었죠. 의료진은 자칫 목이 부러질 수 있다는 경고까지 했습니다. 포스베리는 모두가 옳다는 방식을 거부하고 자기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밀어붙였습니다. 담대한 도전으로 미국 국가대표가 됐고, 나아가 올림픽 금메달까지 따냈습니다.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 시상대에서 포스베리 역시 주먹을 불끈 쥐는 세리머니를 했습니다.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의미가 담겼습니다. (사진=AP연합뉴스)
높이뛰기는 이렇게 해야 한다는 뻔한 관성을 거부했죠. 더 놀라운 것은 멕시코시티 올림픽 시상대에 올라서 그가 한 행동입니다. 주먹을 쥔 재 오른팔을 들어올렸습니다. 육상 남자 200m에서 메달을 딴 존 카를로스와 토미 스미스가 인종차별에 항의하며 시상대에서 한 검은 장갑 세리머니를 따라 한 것입니다. 연대의 표시로.

시대를 앞서갔던 포스베리는 오늘 7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세상에 '혁신'이란 말을 남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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