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글로리' 김히어라 "가해자 홀로 남긴 잔인하고 현실적 복수"

강애란 2023. 3. 14.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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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 중독자 이사라 역…"범죄물 속 남성 캐릭터의 욕설 연기 참고"
뮤지컬 배우로 시작해 활동 영역 넓혀…"퇴폐미 있는지 몰랐다는 반응 인상적"
배우 김히어라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가해자들이 각자 혼자 남겨져 남은 일들을 감당해야 하잖아요. 가장 잔인하고 현실적인 복수 아닐까요?"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는 학교폭력 피해자의 복수극이다. 피해자 문동은 역을 맡은 송혜교의 연기 변신 외에도 가해자들을 연기한 배우들의 열연도 호평받고 있다.

가해자 가운데 이사라를 연기한 김히어라(34)는 약물 중독자의 불안정하고 충동적인 모습을 잘 살려내면서도 다소 수위 높은 장면들을 소화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1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히어라는 드라마에서 보여준 모습과는 달리 생기가 넘쳤다. 10여 명의 기자에게 둘러싸여 이렇게 큰 관심을 받는 것은 처음이라며 낯설다면서도 인터뷰 중 중간중간 장난기 섞인 대답으로 분위기를 편안하게 풀어나갔다.

그는 '더 글로리'가 넷플릭스 TV 부문 세계 순위 1위를 차지한 데 대해 "작품의 일원인 것만으로도 영광"이라면서도 "뭔가 제 미래도 확 펼쳐질 것만 같은 설렘이 든다"며 웃었다.

극 중 이사라는 늘 약에 취해 눈빛에는 초점이 없고, 몸은 축 늘어져 있다. 무리 중 최약체인 최혜정에게 독설을 내뱉고, 머리채를 끌어당기고, 급기야 위해까지 가하며 자멸한다.

김히어라는 욕설을 쏟아내고 술, 담배, 약에 절어있는 이사라를 연기하기 위해 범죄물 속 남성 캐릭터들을 참고했다고 했다.

"사라의 성향이나 고양이나 뱀같이 나른하고 앙칼진 면이 있어요. 그런데 이런 부분이 너무 캐릭터화되면(굳어지면) 안 될 것 같아서 욕하는 연기는 일부러 검은 세계의 남자들 욕을 많이 참고했어요. '부당거래', '신세계' 같은 영화들이요. 약에 취한 연기는 마약이 나오는 미국이나 스페인 드라마, 다큐를 많이 봤어요. 사람마다 증세가 다르다고 해서 '사라스럽게' 표현하려고 했죠."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김히어라가 해석한 이사라는 삶에 의지가 없어 무언가에 의존해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는 "사라는 삶에 의지가 있어 목표 의식을 갖고 살아가기보다는 살아야 해서 의존할 것을 찾는 친구"라며 "연진이나 혜정 사이에서도 크게 리액션(반응)도 없고, 이들한테 어떤 자극을 받지도 않는다. 본인이 꽂힌 것에만 관심이 있고 다른 데는 무관심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기할 때 인물을 어렵게 받아들이지는 않는 편"이라며 "세상에 이해하지 못할 인물들은 존재한다. 가해자들의 마음을 하나하나 이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서 그런(감정적인) 부분이 어렵지는 않았다. 의미를 부여해 (가해자들을) 정당화하면 안 된다는 생각은 했다"고 말했다.

김히어라가 '사이다' 복수를 안긴 '더 글로리'의 결말에 대해 가해자들에게 어느 정도 마땅한 벌이 돌아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사라나 연진이가 감옥에서 나오고, 혜정이가 퇴원한다고 해도 이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손절당했기 때문에 혼자다"라며 "모든 것을 홀로 감당해야 한다는 점에서 잔인하고 현실적인 복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품이 사람들에게 용기를 줬다는 점에서 의미 있게 느껴졌다고 했다.

"동은이처럼 복수하는 건 현실적이지 않죠. 그렇게는 못 해도 피해자에게 '하지마', '넘어가지 않을 거야'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주지 않았을까요? 과거의 일뿐만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청소년이나 이들을 책임지는 어른들이 실수하지 않도록 해주는 작품이 됐으면 해요."

배우 김히어라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더 글로리'를 보고 김히어라를 주목한 이들도 많지만, 사실 그는 이미 뮤지컬계에서는 연기 잘하기로 입소문이 자자한 배우다. 데뷔작은 뮤지컬 '잭 더 리퍼'(2009)다.

대중매체 연기를 한 지는 이제 2년쯤. 드라마나 영화를 하고 싶어서 공연 스케줄을 1년을 비우고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고 했다. 그 결과 '배드 앤 크레이지'에서는 분위기로 모두를 압도하는 마약 조직 수장 용사장,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는 벼랑 끝에 몰린 모성애 가득한 탈북민을 연기해 눈도장을 찍었다.

"공연에서는 정의롭고 진취적인 인물들을 주로 맡았어요. 그래서인지 '더 글로리'를 보고 '너한테 퇴폐미가 있는지 몰랐다', '새롭다'는 말들을 들었죠. 많은 분이 제 스펙트럼을 넓게 봐주신 것 같아 뿌듯해요. (웃음)"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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