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학] "아이의 외국어 습득, 성인보다 또래와 대화가 더 중요"

박정연 기자 2023. 3. 1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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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외국어를 습득할 때 성인과 대화하는 것보다 또래와 의사소통할 때 외국어를 더 잘 배울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어를 사용하는 타인과 의사소통을 할 때 성인보다 또래 아이들이 표현하는 언어를 자신의 것으로 더 잘 흡수한다는 분석이다.

그 결과 아이들은 성인한테 들은 언어보다는 동년배 아이들로부터 접한 언어를 더 빈번하게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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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에 참가한 말라쿨라섬 어린이가 고감도 녹음기가 장착된 조끼를 입고 있다.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 제공

아이들이 외국어를 습득할 때 성인과 대화하는 것보다 또래와 의사소통할 때 외국어를 더 잘 배울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어를 사용하는 타인과 의사소통을 할 때 성인보다 또래 아이들이 표현하는 언어를 자신의 것으로 더 잘 흡수한다는 분석이다.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는 하이디 콜레란 연구원 연구팀이 40개의 다양한 언어가 사용되는 남태평양 말라쿨라섬에 사는 아이들의 언어발달 과정을 조사한 결과 이같은 사실을 알아냈다고 13일(현지시간) 밝혔다. 연구 결과는 7일 국제학술지 '발달 과학'에 게재됐다.

바누아투공화국에 있는 말라쿨라섬은 2만5000명의 인구가 약 40개 언어를 사용한다. 인구 대비 사용되는 언어가 가장 많은 지역으로 꼽힌다. 이 섬에 사는 아이들은 단일 언어를 사용하는 지역의 아이들보다 더 다양한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연구팀은 말라쿨라섬에 사는 5~33개월 어린이 38명이 다양한 언어를 습득하는 과정을 관찰했다. 실험에 참가한 아이들은 고감도 녹음장치가 장착된 조끼를 입고 하루 동안 자유롭게 생활했다. 평소처럼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는 섬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말라쿨라섬 아이들은 하루 평균 2.6개의 언어로 이야기를 들었으며 최대 8개의 다른 언어를 들

었다. 시간당 평균 11분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들었다.

연구팀은 말라쿨라섬 아이들이 들은 언어와 들은 언어를 활용하는 양상을 분석했다. 그 결과 아이들은 성인한테 들은 언어보다는 동년배 아이들로부터 접한 언어를 더 빈번하게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성인보다는 비슷한 연령대의 아이들이 사용한 언어에 대한 습득과 재사용 빈도가 유의미하게 높았다"고 말했다.

다양한 외국어를 사용하는 동년배 아이들과 자유롭게 교류하는 환경이 말라쿨라섬 아이들의 언어능력을 향상시켰다는 분석도 내놨다. 하루 동안 외국어를 자유롭게 사용해보라고 지시했을 때 말라쿨라섬 아이들은 북미 국가에서 외국어 교육을 받은 아이들보다 2~4배 긴 시간 다른 언어로 이야기를 했다.

연구팀은 "말라쿨라섬 아이들의 다국어 습득 사례를 미뤄보았을 때 아이들의 언어 습득과정에선 부모의 역할만큼 또래 아이들과의 교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연구가 모든 보편적인 아이들의 언어습득 과정 원리를 설명하기에는 모집단의 규모가 작다고 덧붙였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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