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노조 반대에···연장근로 축소·공정 보상체계 등 추가 논의

양종곤·구경우·신한나 기자 2023. 3. 14.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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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週 69시간' 보완 지시]근로시간 유연화 재검토
건강권·휴가 정책 등 소통도 부족
노동개혁 국민 공감대 쌓기 과제로
'노동자를 위한 개혁' 尹 철학 반영
당정 16일 MZ노조와 토론회 개최
대통령실 "원점 재검토는 아니다"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의 구인 정보 게시판에 주52시간을 기본으로 한 근로시간이 적혀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낡은 법과 제도를 개선하는 노동 개혁의 출발점이다.” (6일 근로시간제 개편안 발표 후 한국경영자총협회 논평)

“한국은 이미 산업 현장에서 연장근로가 빈발하다.” (9일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 입장문)

윤석열 대통령이 발표 열흘도 안 된 근로시간제 개편안에 대해 전격적인 보완 검토를 지시한 배경을 보여주는 상황이다. 경총의 논평처럼 정부의 노동 개혁은 ‘경영계(기업)만 이득’이라는 노동계의 비판을 받아왔다. 이런 반발에도 정부는 ‘MZ세대와 근로자를 위한 개혁’이라며 스스로 동력을 만들었다. 하지만 MZ세대 노조까지 근로시간제 개편안에 반대하면서 노동 개혁에 대한 국민 공감대 쌓기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9일 대표적인 MZ노조로 노동 개혁의 구심점 역할을 해온 새로고침협의회가 정부의 근로시간제 개편안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정부가 MZ세대 노조 끌어안기를 통해 진행하던 개혁의 스텝이 꼬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이어졌다. 새로고침협의회는 정부의 노동 개혁 동력으로 주목받아온 단체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기존 노조와 MZ 노조를 차별화해 노조 개혁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새로고침협의회는 “연장근로 관리 단위 확대는 국제사회 노동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개편안은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확대해 주52시간제에 이어 주64시간제, 주69시간제도 가능한 게 골자다. 새로고침협의회는 “연장근로 관리 단위 확대는 집단적 노사 관계에 의해 결정된다”며 “근로조건의 최저 기준을 설정해 노동자를 보호하려는 개별적 근로관계의 취지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새로고침협의회는 한국이 주요 국가에 비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데다 주52시간제가 안착되지 않았다는 점을 반대 근거로 제시했다.

새로고침협의회의 지적은 고용부가 근로시간제 개편안을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근로시간제 개편안이 시행되더라도 주52시간제는 유지된다. 주64시간제와 주69시간제는 노사 합의로 원하는 사업장만 도입할 수 있는 일종의 ‘근로시간제 선택지’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두 시간제는 특정 주에 연장근로를 몰아서 더 일하고 나머지 주는 그만큼 쉬는 구조다. 연장근로 단위를 연으로 관리하면 가능한 연장근로는 기존보다 30% 감축된다.

특히 늘어난 근로시간에 상응하는 건강권 보호와 휴가 정책이 근로자의 공감대를 구하기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한국의 근로시간제 개편은 특정 주에 최대한 쓸 수 있는 근로시간과 이로 인한 과로 우려로 국민적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최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지난해 12월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31.1%는 ‘휴가를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고 답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1년 근로자 휴가 조사에서도 근로자가 원하는 시기에 연차를 사용한 비율은 69.7%였다.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개편안은 노동자의 건강권, 일과 생활의 균형을 훼손해 과로 사회를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이 구상한 노동 개혁과 근로시간제 개편안이 어긋났다는 지적도 가능한 대목이다. 윤 대통령은 1월 전현직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들과 만나 “똑같은 일을 하면서 월급이 차이 나는 차별을 바로잡는 게 노동 개혁”이라고 말했다. 당시 한 참석자는 “대통령은 평소 노동자, 사회적 약자가 처한 불합리한 상황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해왔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근로자를 위한 개혁을 근로자가 반대하는 역설을 해소해야 한다고 인식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이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정부 부처가 청년들에게 정책을 설명하는 절차가 부족했다”며 “청년층의 의견을 듣고 보완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대통령실은 정부가 발표한 근로시간 유연화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근로시간제 개편안의 골자인 주 단위 근로시간 규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는 뜻이다. 고용부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청년 세대는 정당한 보상 없이 연장근로만 늘어나고, 쉴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며 “각계각층의 의견 수렴을 토대로 다양한 보완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일한 만큼 쉴 수 없다는 현장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근로자대표제와 같이 사업장 내 절차적 규율을 만드는 제도 보완이 중요하다”며 “노동정책은 노동계와 경영계 한쪽이 환영하는 게 아니라 양쪽이 모두 불편하다고 느낄 만큼 균형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민의힘은 근로시간 유연화 법안의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해 16일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토론회를 통해 MZ세대, 정보기술(IT) 기업, 전문가 등 현장 목소리를 직접 듣고 개편안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양종곤·구경우·신한나 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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