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후 폐하의 미소" "조선 도자기 절묘"…노태우-日왕가 서한 발굴

김지훈 기자 2023. 3. 14.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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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5월 국빈 방일을 마치고 귀국한 노태우 당시 대통령이 아키히토 일왕에게 "적절한 시기에 천황폐하 내외분을 서울에서 다시 뵙게 되기를 고대한다"는 내용을 담아 발송한 친서가 발굴됐다.

13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외교부의 '30년 경과 비밀해제 외교문서'를 열람한 결과 노 대통령은 '일본국 천황 폐하'를 수신인으로 1990년5월30일 작성한 친서에서 "우리 양국민이 이웃으로서 맺어진 이상 좋은 이웃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방일 소감을 밝힌 뒤에 아키히토 일왕의 서울 방문을 바란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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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잠금 해제]
노태우 대통령이 아키히토 일왕에게 작성한 1990년5월30일자 친서 첫 페이지. /사진제공=외교부


노태우 대통령이 아키히토 일왕에게 작성한 1990년5월30일자 친서 두번째 페이지. /사진제공=외교부


1990년 5월 국빈 방일을 마치고 귀국한 노태우 당시 대통령이 아키히토 일왕에게 "적절한 시기에 천황폐하 내외분을 서울에서 다시 뵙게 되기를 고대한다"는 내용을 담아 발송한 친서가 발굴됐다.

노태우 정권 시기 한일 양국 정부가 일왕 방한을 논의했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지만 일왕의 서울 방문을 명시한 노 대통령의 친서가 확인된 건 처음있는 일이다. 노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가 아키히토 일왕의 부인 미치코 왕후에게 "양국 국민간 이해와 협력이 일층 증진되기를 기대한다"고 작성한 서한도 발견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을 앞두고 한일 관계가 조명받고 있는 가운데 30여년전 일본 왕가와 교류를 통해 한일 관계 이정표를 세우려 했던 옛 대통령 부부의 외교 행보가 확인된 것이다.

노태우 대통령이 아키히토 일왕에게 작성한 1990년5월30일자 친서 일본어 번역. /사진제공=외교부

13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외교부의 '30년 경과 비밀해제 외교문서'를 열람한 결과 노 대통령은 '일본국 천황 폐하'를 수신인으로 1990년5월30일 작성한 친서에서 "우리 양국민이 이웃으로서 맺어진 이상 좋은 이웃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방일 소감을 밝힌 뒤에 아키히토 일왕의 서울 방문을 바란다고 썼다.

당시에도 국내 언론은 지금처럼 과거사 문제 등을 의식해 '일왕' '왕후'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우리 정상들은 대일 외교를 할 때 보편적인 외교 관행대로 공식 칭호(천황·황후)를 존중했다.

노 대통령은 "본인은 귀국의 비약적인 번영의 실상을 눈으로 보고 귀국민이 쏟은 땀과 지혜 근면과 협동정신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우리나라의 미래를 생각하게 됐다는 심경도 썼다.

노태우 대통령 부부의 아키히토 일왕 예방. /사진제공=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

작성 시기를 감안하면 노 대통령이 일본에서 아키히토 일왕으로부터 환대를 받고 귀국해 작성한 감사서한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1990년 5월24일 2박3일 일정으로 일본에 국빈 방일했는데 방일 당시 만찬장에서 아키히토 일왕으로부터 "일본에 의해 초래된 이 불행했던 시기에 귀국의 국민들이 겪으셨던 고통을 생각하면 본인은 통석의 염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라는 과거사 인식 발언을 들었다.

日 친왕(일왕 동생)이 노태우 부부에게 감사 편지도 확인

1990년 5월30일 당시 김옥숙 여사가 미치코 왕후에게 보낸 서한. /사진제공=외교부
김옥숙 여사는 '일본국 황후폐하'를 수신인으로한 1990년 5월30일자 서한에서 "폐하의 잔잔한 미소는 주위의 모든 사람들을 편안하게 하는 친근감과 기품을 지니고 있어 깊은 인상을 받았다"라며 "폐하와의 대화를 통해 한일 양국이 더욱 서로를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관계로 발전돼야 한다는 신념을 새롭게 한 것을 뜻깊게 생각한다"며 한일 양국 국민 간 이해·협력 증진을 바란다고 썼다.

다만 일왕의 방한은 당대는 물론 오늘까지도 실현된 적이 없다. 노 대통령의 방일 직후 한일 양국 정부는 일왕의 방한을 협의했지만 일본의 우경화 양국 국민 감정 등을 양국이 의식하면서 성사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0년6월6일 주일대사가 외교부 장관에게 전달한 히타치노미야 마사히토 친왕 서한 관련 문건. /자료=외교부


아키히토 일왕의 동생인 히타치노미야 마사히토 친왕 부부가 노태우 대통령에게 전달한 6월30일자 서한 사본. /사진제공=외교부


비밀 해제된 외교 문서에는 아키히토 일왕의 답서 관련 언급은 존재하지 않는다. 답서의 발송 여부가 불분명한 가운데 1990년 6월5일 아키히토 일왕의 동생인 히타치노미야 마사히토 친왕 부부가 노 대통령 부부에게 보낸 서한은 확인됐다.

마사히토 친왕 부부는 노 대통령 부부에게 "각하께서는 두 권의 아름다운 책, 보석함, 그리고 특히 조선 도자기의 절묘한 예와 같은 귀하를 지속적으로 상기시킬 선물을 우리에게 남겨 주셨다"라며 방일에 대한 감사의 뜻을 표했다.

윤 대통령의 방일 일정은 일왕 접견 없이 행정수반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만 발표됐다. 외교가에 따르면 일본의 외교 프로토콜상 국가원수인 일왕을 접견하기 위해서는 일본 측의 국빈 초청이 있어야 한다.

김지훈 기자 lhsh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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