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사태로 중요성 커진 내부자거래 사전공시제

유희곤 기자 2023. 3. 14.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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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자 미공개정보이용 주식 거래 예방 효과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제도 도입 계획보다 늦어져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고객들이 13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의 SVB 본사에서 예금 인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로 금융당국이 도입하려는 내부자거래 사전공시제의 중요성이 다시 강조되고 있다. SVB 최고경영자는 은행이 파산하기 전에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매각했고 이는 은행이 폐쇄되기 9일 전에 공시됐다. 국내에 사전공시제가 도입되면 SVB 최고경영자와 같은 ‘먹튀’ 의심 사례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애초 법률 개정안을 지난해 말까지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었으나 아직 세부안을 확정하지 못했다.

1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도입하려는 내부자거래 사전공시제는 상장사 임원과 주요 주주 등이 자사 주식을 거래할 때 최소 30일 전에 매매 계획을 공시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미공개정보를 활용한 주식 거래를 예방하고 갑작스러운 내부자 지분 변동에 따른 주가 급락과 일반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조치이다.

금융당국이 내부자거래 사전공시제를 도입하려 한 직접적 계기는 2021년 카카오페이의 ‘먹튀’ 논란이었다. 류영준 당시 대표 등 임원 8명은 그 해 12월10일 카카오페이 상장 후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행사해 취득한 주식 900억원어치를 매도해 469억원의 차익을 거뒀고 주가는 급락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상장 후 스톡옵션으로 취득한 주식도 6개월간 팔지 못하도록 의무보유제도를 강화하는 한편 내부자거래 사전공시제도 도입하기로 했다.

미국 등은 이와 유사한 내부자거래 사전거래계획 제출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그레그 베커 SVB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7일 SVB의 모회사인 SVB파이낸셜 주식 1만2451주(약 360만달러·47억6000만원)를 매각했다. SVB 파산이 공식 발표되기 11일 전이다.

베커 회장이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주식 매각 계획을 알렸을 때는 지난 1월26일이다. 공시 시점은 거래 후인 지난 1일이었다. 그는 예금대량인출(뱅크런)로 은행 파산의 직접적 계기가 된 SVB의 자본 확충 계획을 주식 매각을 준비할 때 알고 있었냐는 언론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미국은 국내보다 미공개정보 이용 행위 처벌 정도가 강하지만 내부자는 주식 매매 계획을 사전에 제출하기만 하면 관련 제재를 받지 않는다(항변권). SEC는 제도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계획 제출 후 최소 90일(냉각기간)이 지나야 실제 매매를 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강화했으나 적용 시점은 오는 4월부터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제도보다 강화한 내부자거래 사전공시제가 SVB와 같은 미공개정보 이용 의심 사례를 차단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유성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SVB에서 발생한 미공개정보 이용 의심 사건은 ‘냉각기간’ 규제가 적용되기 전에 발생했다”면서 “국내에 도입하려는 내부자거래 사전공시제는 SEC의 개정안을 참고한 만큼 유사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이 작고 내부자거래가 실제 확인되면 처벌도 기존대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도 이런 점을 고려해 지난해 9월 제도 도입 계획을 발표하면서 “시장의 관심이 큰 국정과제인 만큼 연내에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등 조속히 입법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지만 지난해 말 이후 70여일이 지난 현재까지 개정안을 확정하지 못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개정안 마련을 위한 실무적인 논의를 계속하고 있고 정부 입법은 시간이 오래 걸려서 의원 입법을 추진 중이다”고 말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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