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차 마시고, 왕관 씌우고··· 역사적 첫 승 거둔 영국의 신나는 WBC
‘축구의 나라’ 영국이 야구계 세계 최고의 대회인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역사적인 첫 승을 거뒀다. 메이저리거들이 다수 포진한 강호 콜롬비아를 상대로 짜릿한 역전극을 만들었다.
영국은 14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WBC 1라운드 C조 경기에서 콜롬비아를 7-5로 이겼다.
영국은 콜롬비아에 먼저 3점을 내줬지만, 4회말 한 번의 공격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과거 KT 소속으로 활약하며 한국 팬들에게도 익숙한 윌리엄 쿠에바스를 상대로 희생플라이로 1점을 뽑았고, 바뀐 투수를 상대로 동점 적시타를 만들어냈다. 영국은 5회말 2점을 더 달아난데 이어, 7회말에는 포수·4번타자로 나선 해리 포드가 승부에 쐐기를 박는 2점 홈런을 날렸다. 영국은 이후 9회 콜롬비아에 2점을 내줬지만 추가 실점하지 않고 경기를 끝냈다.
영국은 이번 대회 최약체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베이스볼아메리카는 대회 개막 전 영국을 20개 참가국 가운데 16위로 평가했다. 미국 스포츠베팅업체 폭스베트는 영국의 우승에 참가국 중 가장 높은 +40000을 배당했다. 영국 다음으로 높은 체코·중국·이스라엘의 +2만7500과 비교해도 차이가 컸다. 조편성 난이도에 더해 전력 자체가 크게 떨어진다는 얘기다.
영국은 축구의 나라다. 나라 전체에서 야구 경험이 있는 사람을 다 긁어도 2만명이 조금 넘는다. 경쟁력 있는 대표팀을 꾸리기가 쉽지 않았다. 영국은 미국과 영연방 바하마 등을 샅샅이 훑어 선수들을 모았다. 콜롬비아전에도 선발로 나선 야수 9명 중 영국에서 태어난 선수는 지명타자 맷 코퍼니악과 좌익수 제이든 러드 등 2명 뿐이었다. 이날 홈런을 친 해리 포드, 팀내 가장 이름값이 높은 트레이시 톰프슨(LA다저스) 등 4명이 미국에서 태어났다. 리드오프로 나선 차베스 영 등 다른 4명은 바하마 출생이었다.
톰프슨은 로스앤젤레스가 고향인 미국인이지만 아버지가 바하마 출생이라 영국 대표로 나올 수 있었다. 포드는 부모가 모두 영국 출신이다. 시애틀 매리너스 최고 유망주인 포드는 영국 대표팀에서 오래 활동한 영국 출신 팀 코치의 제안으로 WBC 참가를 결심했다.
영국 선수들은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대회를 즐기고 있다. 안타를 치고 나가면 더그아웃에 앉은 동료들을 향해 차 마시는 세레머니를 펼친다. 홈런을 치고 오면 동료들은 왕관과 망토를 씌우고, 팀 코치는 장난감 칼까지 꺼내들며 ‘미니 대관식’을 벌인다. 전날 캐나다전에도 홈런을 쳤던 포드는 이미 2차례나 대관식을 치렀다. ‘외인부대’에 가까운 대표팀 선수들이 ‘홍차’와 ‘왕관’이라는 가장 영국스러운 세레머니를 펼치고 있는 셈이다.
영국이 이날 승리로 1승2패를 기록하면서 C조의 8강 경쟁은 한층 더 뜨거워졌다. 캐나다를 12-1로 대파한 미국이 2승1패로 앞서 있고, 캐나다·콜롬비아·멕시코 등 3개국은 나란히 1승1패 중이다. 5개 나라 모두 2승2패로 승패 동률을 이뤘던 A조와 같은 대혼전 가능성까지 남은 셈이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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