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노이즈의 정연한 아름다움, 화폭에 담다
‘시대의 유령과 유령의 시대’
디지털 노이즈 이미지 변주한
회화 설치 영상 등 40점 망라
아트바젤 홍콩과 광주비엔날레 개막이 이어지는 ‘아시아 아트 위크’에 선보일 학고재 갤러리의 대표주자로 이 혼종의 작가가 선택됐다. 작년 전속 작가가 된 그의 개인전 ‘시대의 유령과 유령의 시대’가 15일부터 4월 29일까지 열린다. 학고재 본관과 신관 전체를 회화, 조각, 영상 등 신작 40점으로 풍성하게 채운다. 전시를 기획한 이진명 미술평론가는 “미술사학자 아비 바르부르크의 ‘우리의 시대는 유령의 시대’라는 말에서 차용한 제목”이라고 설명했다.
우찬규 학고재 회장은 “세계 미술계 인사들이 한국을 대거 찾는 기간에 선보일 작가 선정에 고심했다. 한국색을 보여주면서도 세계에도 인정받을 수 있는 작가로 박종규가 적임자라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파리국립고등미술학교를 졸업하고 대구에서 활동하는 작가는 새로운 회화의 가능성을 오래동안 모색해온 작가다. 컴퓨터, 네트워크, 인공지능 등을 이 시대의 키워드로 삼고 컴퓨터 화면에 발생하는 노이즈에 주목해왔다. 노이즈는 디지털 세계를 작동케 하는 시그널, 그리고 소통을 방해하는 잉여물로 여겨진다. 이 부정적 신호를 수집해 캔버스로 옮겼더니 정연한 아름다움으로 물화했다. 13일 만난 작가는 “노이즈야말로 휴머니즘을 보장하는 보루”라고 주장한다.
그의 대표작으로 본관과 신관에 대거 걸린 ‘수직적 시간’은 영화 ‘매트릭스’에서 본 것 같은 비처럼 내리는 노이즈를 시각화한 작품. 컴퓨터로 작업한 이미지를 시트지 커팅기로 잘라 화폭에 붙이고 물감을 칠해 완성한다. 인쇄물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4~5겹의 중첩된 레이어가 숨어있다.
본관에서는 추상화를 다채롭게 걸었던 작가는 신관에서는 완전히 다른 작업을 보여준다. 수직의 노이즈 대신 만발하는 벚꽃처럼 보이는 분홍, 하늘색의 모래 폭풍을 그린 회화와 이를 영상으로 구현한 작업을 만나게 된다. 작년 2월 대구의 한 빌딩 전광판에서 영상 작품을 상영했던 저자는 전광판에 오류가 발생해 모래폭풍이 분홍색으로 바뀌는 것을 목격했다. 벚꽃을 연상시키는 회화가 탄생한 사연이다.
지하 2층 전시의 종착점은 질서정연하게 수직으로 쏟아져 내리는 노이즈를 그린 초대형 ‘수직적 시간’을 5점 나란히 건 연작이다. 이 평론가는 “수직적 시간이란 시적인, 예술적 시간을 의미한다. 평범하고 진부한 일상의 수평적 시간을 살면서 예술을 만날 때 살아갈 희망을 얻을 수 있다. 수직적 시간을 잊어서는 안된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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