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특수 끝난 바이오… 마스크 벗자 시총도 제자리

오귀환 기자 2023. 3. 14.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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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바이오 시총 110조→87조로 급감
금리 상승에 자금 조달 난항 영향
SVB 사태 우려 있지만, 기회로 작용할 수도

코로나19 특수가 끝나가면서 바이오 기업 실적이 악화하는 가운데 시가총액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 것으로 집계됐다. 바이오 기업 몸값이 절정을 달리던 시기엔 바이오 기업이 코스닥 시총 상위 10곳 중 6곳이나 차지했지만, 줄줄이 순위에서 밀려나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여파가 미국 바이오텍에 이어 국내 바이오 기업 주가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새어 나오고 있다. 다만 위기 상황이 각 기업이 처한 환경과 사업 형태에 따라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래픽=편집부

14일 대신증권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전체 증시에서 바이오 기업이 차지하는 시총 비중은 14.61%로 코로나19가 국내에 상륙한 2020년 1월(15.36%)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한때 266조원이 넘는 시총을 기록하며 전체의 22.11%까지 차지했던 바이오 기업 덩치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다.

특히 코스닥 시장에서 바이오 기업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지난 2020년 8월 말 기준 코스닥 시장에서 바이오 기업이 차지하던 비중은 33.91%였으나 지난 8일 기준 22.69%까지 떨어졌다. 금액으로 치면 109조3277억원에서 87조241억원으로 20% 넘게 줄어든 것이다. 당시 시총 상위 10곳 중 6곳이 바이오 기업이었지만 현재는 3개 기업만 남았고, 순위도 밀려났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금리 상승으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약가 제한 정책이 등장한 것 등이 바이오 기업에 악영향을 미쳤다”며 “미국의 희귀약을 위한 가속 승인 프로그램 문이 좁아지고, 항암제 용량 최적화 등 구조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 10일 미국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탈(VC)을 주 고객으로 둔 SVB가 파산하면서 바이오 투자 심리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SVB와 거래하던 미국 바이오 기업과 연관된 국내 기업들이 있기 때문이다.

위해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SK바이오팜과 지씨셀은 SVB 거래기업인 액섬 테라퓨틱스, 아피메드와 연관돼 단기간 파트너사 주가 하락의 영향을 받을 전망”이라며 “동아에스티 역시 미국 자회사로 편입한 뉴로보 파마슈티컬스 기업가치 하락이 주가에 반영될 수 있다”고 말했다.

SK바이오팜의 수면장애 치료제인 ‘수노시’ 글로벌 상업권을 가진 액섬 테라퓨틱스가 회사 자금을 SVB에 예금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가가 폭락했다. 액섬 테라퓨틱스는 10일(현지 시각) 5.78% 하락했고, 뉴로보 파마슈티컬스와 아피메드도 각각 9.59%, 10.75% 떨어졌다.

SVB 사태가 바이오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고 바이오 기업이 처한 상황과 특성에 따라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정부가 SVB 예금주들에 대한 보호 조치에 나서면서 낙폭을 키웠던 미국 바이오 기업들 주가도 대부분 회복했다.

허 연구원은 “시스템 위기로만 확산하지 않는다면, SVB 파산이 제약·바이오 섹터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며 “해외 바이오텍의 SVB 예금 비중이 약 11~12%로 SVB 파산 관련해 우려감이 높았으나, 바이든 정부의 예금 전액 보호 소식에 안심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위 연구원은 “현금 흐름 이슈가 없는 HLB나 에이비엘바이오는 양호한 주가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셀트리온과 같이 외부 자금 의존도가 낮고, 수출 위주의 대형 바이오 기업들은 매력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 2021년 기준 HLB와 에이비엘바이오의 현금성 자산은 각각 1000억원, 220억원이다.

한편 이날 국내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바이오 기업들 주가도 하락을 면치 못했다. 외국인과 기관에 동반 매도세를 이겨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보일 수 있을 것으로 보였던 셀트리온과 HLB, 에이비엘바이오 모두 하락했다. SVB 거래기업 파트너사인 SK바이오팜과 지씨셀, 동아에스티 역시 주가가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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