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보미술관, 제주에 생긴다
스페인 건축가 페르난도 메니스가 맡아
내년 여름 완공…누구든 방문 가능
![3월 14일 제주 서귀포시 JW메리어트 제주 리조트 & 스파에서 열린 박서보미술관 기공식에 참석한 박서보 화백 [헤럴드 DB]](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303/14/ned/20230314145717982xizi.jpg)
[헤럴드경제(제주)=이한빛 기자] “대형 미술관에 결코 뒤지지 않는 미술관을 만들어 놓고 세상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골똘히 하고 있다” (박서보·92)
단색화 거장 박서보의 이름을 건 박서보미술관이 제주 서귀포시 JW 메리어트 제주 리조트 & 스파에 건립된다. 공식적으로 박서보미술관을 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서보 화백은 14일 제주에서 미술관 기공식에 참석해 정정한 모습으로 기자들과 만났다. 이날 기공식에는 미술계 관계자를 비롯해 제주도 시청 관계자 등 50여 명 이상의 인사들이 참석해 미술관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여줬다.
박 화백은 최근 폐암 3기 진단 사실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알려 화단에 충격을 준 바 있다. 박 화백은 이날 비록 휠체어에 의지했지만 눈빛은 형형했다.
“처음에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앞으로 해야할 일도 많은데 어쩌자고 나에게 이런 형벌을 주나 하는 생각이 2~3일간 들었다. 그런데 나는 체념하는데 재주가 있는 사람이다. 암을 친구로 모시자, 함께 살자 하고 마음을 먹으니 지금은 암이라는 생각 자체도 잊어버렸다”
당초 박서보미술관은 경북 예천시가 페터 줌터의 설계로 건립하겠다고 지난 2022년 밝혔지만, 사실상 백지화 됐다. 이번에 제주도에 들어서는 박서보미술관은 JW메리어트 측에서 수년 전부터 건립을 제의한 것으로, 이날 마침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인사하는 페르난도 메니스 건축가와 박서보 화백 [헤럴드 DB]](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303/14/ned/20230314145719417jjmz.jpg)
미술관은 폴란드 CKK 조단키 콘서트 & 컨벤션홀(2015)로 잘 알려진 세계적 건축가 페르난도 메니스(72)가 설계를 맡았다. 자신도 제주처럼 스페인령 카나리아제도 테네리페 섬 출신이라고 밝힌 건축가는 “콘크리트에 제주 현무암과 재를 주재료로 박서보 화백의 정신을 품을 수 있는 집을 짓겠다”고 밝혔다.
그는 “프로젝트는 ‘라자냐’와 비슷하다”며 “층층이 고기와 소스를 겹쳐서 만드는 라자냐처럼 JW메리어트, 제주도, 박서보 등 3개 레이어로 이루어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페르난도 메니스 건축가 [헤럴드 DB]](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303/14/ned/20230314145720971gaip.jpg)
비탈길에 자리할 미술관은 위로 높이 치솟아 존재감을 드러내기 보다 아래로 스며든다. 건물 전체 85%가 지하다. 1층 로비를 제외한 지하 1층과 2층이 전시장이다.
메니스 건축가는 “지하 1층은 완벽한 화이트큐브로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작가의 회화 작업에 집중할 수 있는 닫힌 공간”이라며 “지하 2층은 자연광이 들어온다. 그림자도 건축의 재료로 활용하려 한다”고 말했다. 시카고 미술관에서 박 화백의 작품을 처음으로 만난 그는 “미술관에 박 화백의 서울 집에서 받았던 영감을 최대한 담아내려 했다”고 설명했다.
박 화백은 매니스 건축가에 대해 “비탈길인데다 고도 제한이 있어서 건축엔 악조건인데, 3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프로젝트에 참여해주어 고맙게 생각한다”며 “2021년 국제갤러리에서 개인전 할 때 만났는데, 굉장히 세심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서보 화백 [헤럴드 DB]](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303/14/ned/20230314145722412lmzu.jpg)
미술관은 예정대로 라면 내년 여름에 개관한다. 박 화백은 미술관을 찾은 관객들이 치유를 받고 돌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그는 “서양미술은 자기 생각을 잔뜩 토해내 이미지 폭력을 가하지만, 나의 예술은 그렇지 않다”며 “1967년부터 예술이 수신의 도구라고 생각하고 이제까지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술관이 작품을 보고 속에 응어리진 게 풀려서 치유받는, 그런 공간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박서보미술관이지만 1인전만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나하고 동시대 살면서 역할하는 좋은 작가들의 개인전도 하고, 한 시대의 연대성을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술관 운영은 기지재단이 맡을 예정이다.
미술관은 JW메리어트 리조트 부지 안에 있지만 누구나 방문할 수 있다. JW메리어트 측은 “투숙객이 아니더라도 관람할 수 있도록 퍼블릭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한 시대의 괴물이 가니까 다들 오나보지”라며 껄껄 웃는 박서보 화백은 최근 새로운 시리즈를 시작했다. 지난 1977~78년 작업했던 신문 위의 드로잉 작업을 다시 시작한 것. 오래된 신문 위에 한지로 배접하고, 연필이나 오일 파스텔로 드로잉하는 작업이다.
그는 “암 치료를 시작하면 일을 못한다. 제주에 내려오니 나를 그렇게 괴롭히던 기침이 멎었다. 여생을 편안하게, 나를 좀 빨리 안데려갔으면 한다”로 말했다. 이제는 늙어버렸다고 말하는 거장의 소소한 고백이다.
![박서보미술관(가칭) 조감도 [기지재단]](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303/14/ned/20230314145723750lulr.jpg)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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