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은행 1일 이체 5억까지…"초고속 폰 뱅크런, 언제든 가능"

이정필 기자 2023. 3. 14.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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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전문가들 "모바일뱅킹 활성화로 유사시 제2 'SVB 사태' 발발 가능성"

[샌타클래라=AP/뉴시스] 13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점 앞에서 돈을 인출하려는 고객들이 줄 서서 대기하고 있다. 연방정부는 SVB 예금주들이 인출할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SVB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3.03.14.


[서울=뉴시스] 이정필 최홍 기자 = 국내 시중은행의 1일 이체 한도가 5억원에 달해 유사시 모바일 앱을 이용한 초고속 뱅크런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기술(IT) 발달로 모바일뱅킹이 고객층에 활성화된 만큼 언제든 위기상황 발생 시에는 제 2의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가 더 빠른 속도로 벌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모바일뱅킹 이체 한도는 보안 1등급 개인고객 기준 1회 1억원, 1일 5억원으로 맞춰져 있다. 기업고객은 1회 10억원, 1일 50억원 규모다.

추가약정 시에는 한도 초과 지정도 가능하다. 창구에서는 별도의 예금 인출 한도나 횟수 제한이 없다. 각 은행 영업점별 시재금 한도 내에서 출금이 가능하고, 현금으로 500만원 이상 출금 시에는 금융사기예방 문진표를 작성해야 한다.

카카오뱅크와 SBI저축은행 등 인터넷전문은행과 저축은행도 1회 1억원, 1일 5억원까지 이체가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이체한도는 은행이 임의로 정하는 게 아니라 금융결제원 전자금융공동망업무규약과 한국은행 지급결제제도 운영관리 규정에 따르기 때문에 금액이 같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5000만원 예금보증 한도로 계좌당 금액이 대부분 1억원 미만이고, 모바일뱅킹 이용도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현재는 은행권 리스크가 안정적인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지만 유사시에는 언제든 즉각적인 폰 뱅크런이 벌어질 수 있는 환경을 갖췄다는 분석이다.

정치권에서도 경계감이 고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SVB 파산과 관련해 "예금주들이 모바일로 인출하려 시도한 금액은 무려 약 55조6000억원(420억 달러)이었다고 한다"며 "이러한 스마트폰 뱅크런 이후 은행 파산까지는 고작 36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문제는 이런 초고속 디지털 뱅크런이 우리 대한민국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점"이라고 지목했다.

민주당은 "이러한 초고속 디지털 뱅크런은 금융당국이 개입할 시간을 보장하지 않기 때문에, 하루 이틀 사이에 은행이 파산하게 된다"면서 "우리 금융당국이 이러한 변화하는 금융 환경에 대응하지 못한다면, 한국판 SVB 사태는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초기 뱅크런이 일어날 당시 금융당국에 인출 금지 명령 등 시장 조치를 할 수 있는 보다 정교한 제도 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웰즐리=AP/뉴시스]13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웰즐리의 실리콘밸리은행 지점 입구 모습. 2023.03.13.

금융당국은 국내 은행권의 건전성이 현재 안정적이라고 진단하면서도 관리감독을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SVB파산 사태에서 보인 폰 뱅크런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영업 환경이 디지털 기반으로 바뀌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디지털 금융이 보편화되면서 시중 자금이동이 빨라지고, 쏠림현상에 따른 시장 변동성도 예전보다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은행권의 예금쏠림 현상이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당시 은행들은 레고랜드 사태로 은행채 발행이 어려워지자 예금 금리를 대폭 인상해 자금을 조달했고, 이 과정에서 시중 자금이 모두 은행으로 쏠리게 돼 제2금융권이 자금난을 겪기도 했다.

특히 금융 시스템은 갈수록 국내에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 실시간으로 연결되는 모습이다. 그만큼 리스크 파급력도 예전보다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폰 뱅크런과 같은 사태가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기술적 대응도 중요하지만, 애초에 뱅크런이 일어나지 않도록 금융소비자와의 신뢰 형성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불안 심리로 고객들이 예금을 인출하지 않도록 예금자보호 제도가 잘 마련돼 있는 등 관련 시스템을 갖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SVB의 예금 대부분이 예금자보호 제도를 적용하지 못해 고객의 불안심리를 부추겨 뱅크런이 일어난 점도 반면교사해야 할 대목으로 꼽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모바일 뱅킹 등 비대면 업무가 증가함에 따라 조금이라 더 금리를 더 준다고 하면 쏠림 현상이 심해지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며 "디지털 영업 기반은 세계적 현상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으나 리스크 차원에서는 파급력이 더 커지게 된다"고 진단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roman@newsis.com, hog8888@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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