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부터 해보라” 62시간 일한 노동자, 끝은 죽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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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 핵심 정책으로 평가되던 '주 최대 69시간 근무'를 놓고 노동계와 여론 반발이 심상치 않다.
나흘 간 62시간 연속 근무하다 숨진 경비 노동자 사망 사건이 공론화되면서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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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시간 연속 근무’ 노동자 사망에 비판 여론 커져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 핵심 정책으로 평가되던 '주 최대 69시간 근무'를 놓고 노동계와 여론 반발이 심상치 않다. 나흘 간 62시간 연속 근무하다 숨진 경비 노동자 사망 사건이 공론화되면서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장시간 노동 후 찾아오는 것은 '장기 휴가'가 아닌 '죽음'이라며 정책 철회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14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을 둘러싼 우려와 비판 여론이 커지자 보완 검토를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근로자들의 다양한 의견, 특히 MZ 세대의 의견을 면밀히 청취해 법안 내용과 대국민 소통에 관해 보완할 점을 검토하라"고 말했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전했다. 사실상 노동부 정책 추진에 제동을 건 것으로 해석된다.
당초 노동부는 근로자의 선택권 확대와 건강권 보장을 위해 근로시간 유연화가 필요하다고 봤다. MZ세대 역시 이 같은 정책 변화를 선호한다는 것이 정부 판단이었다.
그러나 노동부가 지난 6일 '주 최대 69시간제'를 공식화 하고 노동법 개정안 입법예고에 들어가자 정부 예상과 달리 회의적인 반응이 쏟아져 나왔다. 바쁠 때 집중적으로 일하고, 장기간 휴식을 가능토록 하겠다는 정부의 장밋빛 전망을 두고 현실을 모르는 '탁상공론'이라는 성토가 이어졌다.
기존 노동계인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물론 MZ세대 노조로 불리는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도 "역사 퇴행"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날 윤 대통령이 MZ세대를 언급하며 의견 청취를 주문한 것도 기존 노조에 비판적 입장을 가진 MZ 노조마저 정부 정책에 강력 반대 의사를 표시한 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에 나흘 연속 62시간 동안 근무한 노동자가 사망한 사실이 알려지며 우려가 한층 더 커졌다.
노동계에 따르면, 지난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빌딩 지하사무실에서 건물 관리업체 소속 보안팀장인 이아무개(49)씨가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사망했다. 사인은 급성 심근경색이었다.
유족은 평소 지병이 없던 이씨의 사망 원인을 '과로'로 지목했다. 유족 측이 공개한 근무표에는 이달 5일 오후 4시부터 9일 새벽 4시까지 총 62시간 동안 일했던 것으로 기록돼 있다. 8시간→24시간→24시간→6시간으로 이어진 살인적 스케줄을 소화해 낸 이씨는 격무 끝에 쓰러졌고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
유족은 이씨가 표면적으로는 '하루 8시간 주5일' 일하도록 돼 있었지만, 결원으로 근무 공백을 메워야하는 상황에 내몰리면서 격무가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노동계는 이씨가 일했던 경비·보안업계를 비롯해 장시간·야간 노동이 만연한 현실을 면밀히 살피지 않고, 부작용을 막을 제도적 장치도 없이 무턱대고 노동시간 유연화를 추진하는 것은 개악이라고 성토하고 있다.
이씨 사망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SNS에 "대통령실부터 주 69시간 넘게 죽도록 일해보라. 장기 휴가는 커녕 그 결말은 죽음의 행렬이 될 지도 모른다" "노동자 건강과 생명 쯤은 어떻게 돼도 상관없다는 건가.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정책인가"라며 정책 철회 또는 원점 재검토를 주문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윤 대통령의 긴급 지시를 받아든 노동부는 비상이다. 노동부는 입법 예고 기간에 근로자들과 적극 소통하면서 보완 사항을 제도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정책이 전면 철회될 가능성에 대해 노동부 관계자는 "입법 철회는 아니다"며 "노동자 의견을 폭넓게 듣고 반영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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