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치유의 힘 있는 미술관 말들고 떠나야겠다"

조상인 미술전문기자 2023. 3. 14.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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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이 꼭 커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작지만 커다란 미술관에 지지 않는 미술관을 만들어놓고 세상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골똘히 하고 있습니다."

'한국 단색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원로화가 박서보의 이름을 딴 첫 미술관인 박서보미술관(가칭)의 기공식이 14일 제주도 서귀포시 호근동 JW메리어트 제주 리조트&스파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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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보 이름 딴 첫 미술관 14일 기공식 열려
JW메리어트 제주 내···내년 여름 개관 예정
'폐암' 박서보 "옛날 신문지에 신작 작업중"
자택에서 정원을 살펴보고 있는 박서보 화백 /사진제공=기지재단
[서울경제]

“미술관이 꼭 커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작지만 커다란 미술관에 지지 않는 미술관을 만들어놓고 세상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골똘히 하고 있습니다.”

‘한국 단색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원로화가 박서보의 이름을 딴 첫 미술관인 박서보미술관(가칭)의 기공식이 14일 제주도 서귀포시 호근동 JW메리어트 제주 리조트&스파에서 열렸다. 폴란드의 CKK 조단키 콘서트 & 컨벤션홀로 알려진 스페인 출신의 페르난도 메니스가 설계를 맡았다. (서울경제 2월 27일자 30면 단독 보도)

첫 삽을 뜬 박서보미술관은 대지면적 1만2137㎡에 건축면적 2407㎡(전시관 156.6㎡), 총건축면적 1만1571㎡(전시관 900㎡) 규모의 지상 1층, 지하 2층 건물로 건립된다. 내년 여름께 개관할 예정이다.

가칭 박서보미술관 조감도 /사진제공=기지재단 ⓒFernando Menis

이날 기공식에 직접 참석한 박서보 화백은 “JW메리어트 제주 호텔 측에서 미술관 건립 제안을 받았을 때 무척 기뻤고, 제주에서 가장 경관이 뛰어난 범섬을 안고 있는 곳이라 더욱 그랬다”면서 “이 미술관에서 작품을 본 사람들이 가슴 속 응어리가 풀리는 치유의 경험을 얻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폐암 3기임을 알린 바 있는 박 화백은 이 자리에서 “(암 선고 이후)처음에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지만 내가 ‘체념’하는 일은 잘 한다. 암을 친구로 모시고 살면서 3개월에 한 번씩 몸 상태만 점검하자는 쪽으로 마음을 먹었다”면서 “외국에서 몇십 년 지난 옛날 신문들을 구해와서 현재의 내 몸, 내 건강에서 할 수 있는 작업을 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그가 말한 ‘체념’은 평생을 두고 추구한 ‘묘법’ 연작과 관련 있다. 젊은 시절, 어린 둘째 아들이 공책 칸에 맞춰 글 쓰는 일이 뜻대로 되지 않자 내팽개치듯 휘갈기는 모습에서 착안한 ‘체념’과 ‘무목적성’의 예술이 박서보 단색화의 시초가 됐다. 최근 새로이 시작한 작업은 신문지 위에 연필과 유화물감으로 드로잉 하는 일이다. 예전에 1970년대에 ‘르몽드 신문’에 작업했던 기억에서 착안했고, 건강 상태를 고려해 앉아서 할 수 있는 작업을 모색한 결과다.

원로화가 박서보가 14일 제주 서귀포시 JW메리어트 제주에서 진행된 박서보미술관(가칭) 기공식에 참석해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제공=JW메리어트 제주

기공식을 위해 방한한 건축가 메니스는 “겉에서 보기에는 작은 건물이지만, 제주도라는 섬이 자연을 중시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더 큰 공간은 지하에 조성하는 것이 옳겠다고 생각했다”면서 “방문했던 박서보 작가님 자택에서의 느낌을 그가 영원히 사는 집이 될 미술관에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흰벽의 화이트큐브가 아닌 자연광이 지하 전시실까지 닿는 선큰(sunken) 구조를 택해 제주의 빛과 바람을 자연 그대로 느낄 수 있게 설계했다.

미술관은 JW메리어트 제주 호텔 투숙객 뿐만 아니라 제주를 방문하는 사람 누구나 관람할 수 있는 곳으로 운영된다. 박 화백은 “내 작품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때로는 다른 작가들의 전시도 열어 동시대 작가와의 연대성도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서보미술관은 2019년 설립된 기지재단이 운영한다. 현재 정식 명칭과 함께 운영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개관과 함께 상설 및 기획 전시, 교육 등을 선보일 계획이다. 올해 새로 설립한 박서보장학재단과 연동해 인재 양성 프로그램도 모색할 예정이다.

14일 JW메리어트 제주에서 진행된 '박서보미술관' 기공식 기자간담회에서 박서보 화백이 근황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제공=JW메리어트 제주
조상인 미술전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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