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튀기고 굽다 ‘조리흄’ 흡입…급식노동자 최소 60명 ‘폐암 확진’

이유진 2023. 3. 14.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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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해부터 실시하고 있는 '학교 급식 종사자 폐암 건강검진' 결과 14개 시·도에서 31명의 급식 종사자가 폐암 확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2021년 학교 급식 종사자의 폐암 산재 신청과 승인이 늘자 고용노동부는 같은 해 12월 '55살 이상이거나 급식 업무를 10년 이상 맡은 현직 급식 종사자에 대해 저선량 폐 시티(CT) 촬영을 실시하라'는 내용을 담은 건강검진 기준을 마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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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학교 급식 종사자 폐암 건강검진’ 중간결과 발표
서울·경기·충북 발표에서 빠져…유병률 추후 분석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이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갈월동 회의실에서 연 급식종사자 폐암 검진결과에 대한 당사자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폐암 1기 진단을 받은 급식노동자들이 입장을 발표하는 도중 흐르는 눈물을 닦고 있다. 학교급식노동자 폐암 건강검진 결과에 따르면 학교급식노동자 중에서 32.4%가 이상소견을 보였고 폐암 확진 및 의심자가 341명으로 나타났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내 자식에게 맛있는 음식을 해주는 것처럼 학교 아이들에게도 음식을 해주는 게 좋아서 2009년 급식실 조리실무사 일을 시작했다. 매일 700여명의 학생이 먹을 음식을 튀기고 볶을 때 뿌연 수증기와 연기가 가득찰 때가 많았고 답답했지만 급식시간을 맞춰야 한다는 생각만 하고 일했다. 그러는 사이 내 몸은 병들어갔다. 급식실의 열악한 환경만 아니었으면 폐암에 걸리지 않았을 것이고 지금도 동료들과 즐겁게 급식을 만들고 있었을 것이다.” (휴직 기간을 제외하고 8년 동안 급식실에서 일하고 지난 2월 폐암에 확진된 ㄱ씨) 

 정부가 지난해부터 실시하고 있는 ‘학교 급식 종사자 폐암 건강검진’ 결과 14개 시·도에서 ㄱ씨를 포함한 31명의 급식 종사자가 폐암 확진을 받은 것으로 공식 확인됐다. 이와 별도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폐암으로 산업재해를 신청한 급식 종사자는 29명(승인 23명, 불승인 3명, 심사중 3명)으로, 그 수를 더하면 60명에 이른다. 이번 정부 발표에는 서울·경기·충북 지역 검진 결과가 빠져, 이들 지역의 통계가 더해지면 폐암에 걸린 급식 종사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4일 교육부는 ‘학교급식실 조리환경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이같은 결과를 공개했다. 2021년 학교 급식 종사자의 폐암 산재 신청과 승인이 늘자 고용노동부는 같은 해 12월 ‘55살 이상이거나 급식 업무를 10년 이상 맡은 현직 급식 종사자에 대해 저선량 폐 시티(CT) 촬영을 실시하라’는 내용을 담은 건강검진 기준을 마련한 바 있다. 또 노동부는 이 기준에 따라 가급적 2022년 안에 건강진단을 실시하라고 교육부와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에 전달했다. 

 이날 교육부의 설명을 종합하면, 검진을 완료한 14개 시·도 검진자 2만4065명 가운데 폐 시티(CT) 촬영으로 ‘폐암 의심’ 또는 ‘폐암 매우 의심’ 판정을 받은 급식 종사자는 139명(0.58%)이며, 이들에 대한 추가 조직 검사 결과 31명(0.13%)이 폐암 확진을 받았다. 확진자의 평균 연령은 54.9살, 평균 종사기간은 14.3년이었다. 서울·경기·충북은 추가 조직 검사가 아직 끝나지 않아 이번 발표에서 빠졌다. 특히 서울과 경기는 급식 종사자수가 가장 많고 과대학교·과밀학급이 많은 지역이라 향후 이들 지역에서 나올 폐암 확진자 수에 관심이 쏠린다. 고용노동부는 17개 시·도교육청의 최종 검진 결과가 모두 나오면 이번 건강검진 결과에 대해 연령분석을 포함한 연구용역 등 전문가 분석을 진행할 예정이다. 

 주로 기름을 사용해 튀김, 볶음, 구이 등을 조리할 때 발생하는 발암물질인 ‘조리흄’(cooking fumes)에 장시간 노출되는 것이 급식 종사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국제암연구소는 조리흄을 폐암의 위험요인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환기조차 제대로 되지 않으면 폐암 발병 확률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교육부는 전날 기자들을 상대로 한 사전설명에서 급식 노동자들의 폐암 유병률(인구 10만명당 암을 확진받고 치료 중이거나 완치된 사람 수)이 일반인보다 1.1배 높다는 내용을 공개했다가 하루 만에 발표에서 빼는 등 혼란을 자초했다. 교육부는 국가 암등록통계(2019년 기준)에 나온 45∼64살의 폐암 유병률(122.3)과 최근까지 폐암에 확진된 급식 노동자 60명의 유병률(135.1)을 비교해 1.1배라는 결론을 냈다. 이를 두고 이윤근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은 “일반인 유병률은 폐암을 진단 받은 적 있는 사람까지 모두 포함하지만, (교육부의) 급식 노동자 유병률은 정부 검진에서 폐암 확진을 받은 사람과 최근 5년 간 산재 신청을 한 사람만 가지고 계산했다”며 “과거 폐암 진단을 받았으나 산재 신청을 하지 않은 급식 노동자는 유병률 계산 범위에서 빠져있다는 게 가장 큰 맹점”이라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50대 후반을 기준으로 인구 10만명당 새롭게 발생한 암환자 숫자를 의미하는 조발생률을 비교하면 급식 종사자가 일반인에 견줘 2.8배 높다”고 주장했다. ‘폐암 의심’, ‘폐암 매우 의심’ 수준인 이들이 향후 폐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음에도 이들을 제외하고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3배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이날 교육부가 발표한 학교 급식실 조리환경 개선방안을 두고도 비판이 잇따랐다. 실효성이 담보되지 않은 선언적 내용에 그친다는 것이다. 김미경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수석부본부장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환기설비 개선이 중요한 해법이지만, 교육청별 예산 편성 규모와 수준 편차가 너무 크고 예산 상당수가 기존 사업과 제대로 분리되어 있지 않다”며 교육부에 적극적인 지도를 요구했다. 속도도 문제다. 이달 기준 환기설비 개선 대상 학교는 전국 8274곳인데, 올해까지 개선 예정인 곳은 1889곳에 불과하고 나머지 6385곳은 2027년까지 개선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조리흄에 노출되는 시간과 빈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다른 공공기관 급식시설 종사자들과 견줘 평균 2~3배 높은 학교 급식 종사자 1인당 식수 인원을 줄여야 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방향성과 필요성을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와 함께 기자회견을 연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인당 식수 인원 개선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 수립, 환기설비 개선 예산의 안정적 확보, 지하·반지하 급식실 즉각 지상화, 조리흄 노출 작업의 1인당 최대 작업 시간 기준 명시, 폐 시티(CT) 전수검사 매년 정례화 등을 교육부에 촉구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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