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타는 개포자이 입주민들 “구청에 항의라도”... 유치원과 ‘법적 다툼’ 뒤늦게 알려진 이유는

이미호 기자 2023. 3. 14.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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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니 양측 소송만 3건
재판부 직권으로 “판단 전까지 잠시 정지”
”독립 필지 인정해달라”vs”모든 조합원 동일 공유”

“이사를 해야 하니까 입주 중지 명령을 철회해달라.”(개포자이프레지던스 조합 관계자 및 입주민들)

“법원 판결을 바탕으로 저희는 행정 명령을 내릴 수 밖에 없어요.”(강남구청 관계자들)

13일 오전 9시, 전날 ‘입주 금지’ 통보를 받은 개포 자이 입주민과 조합측 관계자 약 200명이 탄원서를 들고 강남구청을 항의 방문했다. 법원 최종 판결이 나오기까지 이렇다 할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에서 강남구청은 조합측과 유치원측을 일단 한 테이블에 앉히는 게 목표다. 구청 관계자는 “양측 의견을 듣고 조율할 부분이 있는지, 대화할 의사가 있는지 알아보면서 중재 노력을 하고 있다”고 했다.

입주가 중단된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자이 프레지던스'(개포주공 4단지 재건축)의 모습./연합

이사의 단꿈에 부풀어 있던 400여 명의 개포자이프레지던스(개포주공4단지 재건축) 입주 예정자들의 발목을 잡은 것은 표면적으로 ‘(강남구청이 내린) 준공인가 처분을 잠정 정지하라’는 지난 6일 법원의 직권 결정 때문이지만, 실상은 2019년부터 진행된 경기유치원과의 ‘법적 다툼’이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여파가 뒤늦게 터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강남구청은 지난 10일 조합측에 13일부터 오는 24일까지 입주를 중지하라는 이행 명령을 내렸다. 개포자이는 부분 준공 인가를 받아 지난달 말부터 입주를 시작해 현재 800여 가구가 입주를 마쳤지만, 13일부터 입주가 중지됐다. 이에 오는 24일까지 입주가 예정됐던 400가구가 이삿짐을 풀지 못하게 됐다.

조합측과 유치원측 사이에는 3건의 법적 다툼이 진행중이다.

사건의 발단은 2019년 10월 31일로 올라간다. 아파트 내 위치한 유치원측이 “일조권 침해 등을 이유로” 사업시행계획취소소송을 냈다. 이후 두 달여 뒤, 2020년 1월 3일에 관리처분계획취소소송도 제기했다. 유치원측은 “단독 필지였던 유치원 부지를 재건축 조합이 아파트 소유자들과 공유하는 것으로 처리하려 해 재산권이 심하게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조합측은 “총회 결의로 하는 것이고 정비사업구역에 들어간 이상, 모든 조합원과 동일하게 해야지 단독 필지는 안 된다”고 맞섰다.

유치원 측은 독립 필지를 인정받아야 유치원의 독자적 운영권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공동 소유가 되면 유치원 건물을 증축하거나 개·보수할 경우 뿐만 아니라 마당에 운동장을 깔거나 외부 놀이시설을 변경할 때도 의사결정권을 갖고 있는 아파트 관리단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유치원 경영 및 운영에 있어 심각한 제약이 된다는 설명이다.

우선 사업시행계획취소소송의 경우, 2022년 11월 4일 유치원측이 1심에서 패소했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중이다. 관리처분계획취소소송 1심 결과는 지난 1월 13일 나왔다. 유치원 측이 조합 측에 승소했다. 당시 재판부는 “2019년 12월 3일 서울특별시 강남구청장으로부터 변경 인가 받은 관리처분 계획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다만강남구청장을 상대로 낸 ‘인가 처분 취소 소송’에서는 패했다. 재판부 주문 부분을 보면 “피고 개포주공 4단지 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 조합이 2019년 12월 23일 강남구청장으로부터 변경 인가받은 관리처분 계획은 이 사건 항소심 판결 선고일로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정지한다”고 돼 있다. 이에 조합측은 항소를 한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강남구청은 지난 2월, 조합측이 신청한 준공 인가 처분에 대해 (아파트 부분에 대해서만) ‘부분 인가 처분’을 내렸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준공 인가는 말 그대로 사업시행 계획대로, 설계 도면대로 건축물이 잘 지어졌는지를 보는 것”이라며 “다만 유치원 부분은 정비가 안 됐다고 보고 부분 인가 처분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유치원측에서 ‘관리처분계획 효력이 사실상 정지돼 있는데(1심 재판 승소) 왜 후속 절차를 취했느냐’는 취지로 강남구청장을 상대로 준공인가처분 효력정지신청을 이달 3일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 그러자 법원이 지난 6일 직권으로 ‘잠정 효력 정지’ 결정을 내렸다. 최종 판단 전에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제대로 들여다 볼 때까지 효력을 잠시 멈춰 두겠다는 뜻이다.

법원의 이러한 결정은 입주 예정자들에게 날벼락과도 같은 소식이지만, 법조계에선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측(원고측)의 이익 보호를 위해서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형 로펌의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유치원 입장에서는 준공인가가 나버리면 협상력이 확 떨어지니까 준공 인가 처분 효력 정지 신청부터 해야 했을 것”이라며 “처분이 정지되지 않고 그대로 진행돼 버리고 나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냥 아무런 소용이 없게 된다. 소의 목적이 사라지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경기유치원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지향은 “원래 재건축 전에 독립필지로 운영하고 있었다. 재건축 사업은 주변 환경을 개량하는 신축사업이지 마음대로 변동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강남구청의 준공 인가가 안 날줄 알았는데 부분 인가가 나면서 부랴부랴 무효 신청을 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이어 “보상액을 얼마를 요구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실제 사건들과 관련해 언급한 적이 없다.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이 아니지 않냐”고 덧붙였다.

한편 오는 17일 효력정지 신청에 대한 심리가 예정돼 있었는데 이날 15일로 앞당겨졌다. 수많은 가구의 입주 문제와 직결되는 만큼 법원이 빠른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가 ‘입주를 오는 24일까지 잠시 정지한다’고 한 만큼 최종 판결도 그때쯤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만약 법원에서 효력 정지 결정을 취소하면 입주는 재개된다. 반면 효력 정지를 유지하는 것으로 결정되면 입주 일정을 기약할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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