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소설 쓰는 전직 경제 관료 조원경 | “부총리 스피치라이터로 글쓰기 시작, 시대 고민 함께 풀고 싶다”

박소정 조선비즈 기자 2023. 3. 14.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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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3일 출간된 장편 경제 소설 ‘머니 스토리’. 사진 왓츠비

30년간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 관료로 일하다 울산 경제부시장을 거쳐 경영학부 교수로 강단에 선 사람이 있다. 조원경 울산과학기술원(UNIST) 글로벌산학협력센터장이다. 그런 그에게 이제는 ‘소설 작가’라는 특이한 이력이 한 줄 더 추가됐다. 장편 경제 소설 ‘머니 스토리’를 펴내면서다.

조원경 울산과학기술원(UNIST) 경영학부 교수 연세대 경제학, 미시간 주립대 파이낸스 석사, 연세대 공학 박사, 현 울산과학기술원 글로벌산학협력센터장, 전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심의관, 전 울산광역시 경제부시장 사진 박소정 기자

기재부에서 대외경제협력관·국제금융심의관 등을 거친 국제 금융 정통 관료였던 조 교수는 공무원 시절부터 틈틈이 글을 썼다. 당시 ‘스피치라이터(speechwriter·연설 작가)’로 경제부총리들을 보좌하며 박수갈채를 받았던 뿌듯한 기억이 글쓰기의 시작이었다고 한다. 기재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머니게임’의 시나리오를 감수한 경험도 ‘이야기’를 만들고자 하는 욕구를 자극했다.

그간 경제학 서적을 숱하게 펴낸 그이지만, 소설 집필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속 가능한 발전과 미래를 생각하는 것이 경제인데, 어떨 때는 그것을 말하는 방식이 매우 낡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4차 산업, 빅테크,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 거버넌스에 대한 고민을 전문가뿐 아니라 이 시대 사람들과 함께 풀어나가고 싶다. 소설은 좋은 수단이 된다고 생각한다. 경제 소설이 있어야 한다면, 비전문가보단 전문가가 더 잘 써낼 수 있지 않을까.” 조 교수는 소설을 쓰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2월 16일 서울 동작구 한 카페에서 조 교수를 만났다. 다음은 조 교수와 일문일답.

왜 글을 쓰기 시작했나.
“윤증현, 박재완 전 기재부 장관의 스피치라이터였다. 당시만 해도 딱딱한 공무원식 스피치가 일반적이었는데, 드라마나 영화 소재를 끌어와서 연설문을 써줬다. 윤증현 장관은 국제 행사에서 기립박수를 받기도 했다. 어떤 날은 선배로부터 건배사를 쉽게 써줄 수 있느냐는 요청을 받기도 했다. 감사한 사람들에게 어떤 형태로든 ‘내 글’을 써서 주는 게 좋았다. 자신감이 생겼다. 돌이켜보면 그때가 내 글쓰기의 시작이 아니었나 싶다.”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 ‘빅테크 수업’ 등 1년에 1권씩은 책을 펴내고 있다. 대부분 경제학 저서였는데, 어쩌다 소설을 쓰게 된 건가.
“공무원 시절부터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국제 금융 업무를 하다 보니 외국에 나가 있는 기간이 길었다. 한국에 돌아오니 기재부 청사가 세종시로 이전해 있었고, 서울 집에서 SRT로 출퇴근하며 노는 시간이 생겼다. 그때마다 틈틈이 소설을 썼다.

또 하나는 기재부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머니게임’이란 드라마가 있었다. 그 작가가 나에게 감수를 받았다. 토빈세, 외화 건전성 3종 세트 등 기존 시나리오에서 잘못 다뤄지고 있는 부분에 대해 바로잡아주기도 했다. 그런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를 쓰는 데 관심이 생긴 것 같다.”

‘머니 스토리’도 그때 쓴 건가.
“이번에 낸 소설은 1~3권, 약 120개 에피소드로 구성돼 있는데, 사실 근래에 뚝딱 만든 건 아니다. 당시 한창 기차로 오가며 썼던 이야기가 1편 ‘비트코인 탄생과 좌절의 비화’다. 2016~2018년 비트코인이 갑자기 부흥했다가 추락해버린 때였다.

2편은 NFT(Non Fungible Token·대체 불가 토큰), 3편은 메타버스(metaverse·현실과 가상이 혼합된 세계)를 소재로 하고 있다. 기재부 공무원으로, 울산 경제부시장으로 일하면서 그때마다 이슈가 됐던 새로운 경제 도구들이다. 이를 바라보는 인간의 욕망 혹은 신뢰 등 사회적·철학적 의미에 대해 소설로서 다루고 싶었다.”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나.
“비트코인이 선한 의도로 만들어졌을지 몰라도, 반드시 선한 결과로만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욕망이 끼어들면서 다른 방향으로 흐르기 때문이다. 투기와 버블이 그런 것이다. 그 욕망의 끝을 만든 이는 모른다.

‘비트코인은 아이들을 병들게 하는 것이다’라며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이 암호화폐를 악으로 규정하고 금지하겠다고 한 적이 있었다. 당시 국제 금융 업무를 하면서 이 논란에 대해 다른 나라 관료들과도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외국에선 규제 필요성은 느끼지만,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는 측면에선 굉장히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새로운 경제 도구의 출현을 마냥 악으로만 바라보고 규제만 할 게 아니라, 세상의 흐름으로 받아들이고 전향적으로 토론하는 태도가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고 본다.”

1편은 비트코인의 탄생에 대해 썼다. 아이디어의 시작점과 주요 내용은.
“비트코인을 만든 사토시 나카모토에 대해 구체적인 정보가 없다는 데서 착안했다. 그가 남긴 글에 기반해 암호화폐가 탄생하게 된 계기와 과정을 상상했다. 금융 회사에 다니는 주인공 빌이 사토시라는 가명으로 이 화폐를 만들어 공개했다는 설정이다. 암호화폐가 불러온 기술 발전 이면에 존재하는 한탕주의, 물질만능주의 등 인간의 욕망도 그렸다. 암호화폐가 사회악인지, 신뢰를 바탕으로 한 혁신인지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고자 했다.”

2편은 NFT, 3편은 메타버스를 주제로 한다. 이를 통해 드러내고 싶었던 이야기는 뭔가.
“2·3편은 암호화폐가 촉발한 기술 발전이 가져온 사회 변화 그리고 이에 따른 인간의 반응에 초점을 맞췄다. 암호화폐에서 파생된 토큰에 가치를 부여하며 생겨난 NFT 그리고 블록체인 기술로 탄생한 가상 세계인 메타버스가 그것이다.

가상 부동산·자산 투자 등 가상을 기반으로 한 세상의 변화가 인간의 욕망을 더욱 부채질해 돈과 자본의 논리가 세력을 확장해나가는 모습을 그렸다. 이를 보여주기 위해 여러 인간 군상이 존재하는 연예계를 에피소드가 펼쳐지는 공간으로 설정했다.

가상이 진짜를 대체하려 하는 시대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가장 큰 화두로 삼아야 할 것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바로 ‘인간성’이라는 가치라는 점을 책으로 보여주고자 했다.”

인간성이란 가치가 중요하단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소설이란 장르는 더없이 적절했던 것 같다.
“그렇다. 이건 경제 이야기이지만 사랑, 외로움, 절망, 비참함 등 인간 감정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메타버스 같은 디지털 기술로 인간을 구현하고자 하는 것도 한편으로는 추억과 그리움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 눈앞에 없는 사람을 디지털로 구현함으로써 그와 대면해 자신의 감정을 전하고 교류하고자 하는 욕구 말이다. 디지털이니, 아날로그니 하는 도구가 중요한 게 아니라, 결국 그 도구를 휴머니즘을 위해 어떻게 사용할지 고민하는 문제가 더 중요한 것 같다.”

경제 소설이란 장르가 생경하다. 경제 소설이 필요한 이유가 뭘까.
“모든 소설가가 경제학자는 아니잖나. 경제 소설이 있어야만 한다면 비전문가보단 경제학 지식을 녹여낼 수 있는 전문가가 더 잘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속 가능한 발전과 미래를 생각하는 것이 경제인데, 어떨 때는 그것을 말하는 방식이 매우 낡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4차 산업·빅테크·ESG 등 새로운 거버넌스에 대한 고민을 이 시대 사람들과 함께 풀어나가고 싶고, 더욱 가깝게 느껴지게 하고 싶다. 그 도구가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계속 글을 쓸 거다. 1년에 1권은 꼭 책을 펴내려고 한다. 책 100권 쓰기가 버킷 리스트다. 미래 세대를 위해 공직이든 교수든 작가든 다양한 일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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