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공해의 30% '그린벨트'…해양 기후변화·생물다양성 첫 단추"
"'수산업 육성' 한국 정부, 기후변화 심화에 주도 역할로 선회"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그동안 공해를 보호하는 장치는 사실상 전무했는데요. 이번 협약을 통해서 일종의 '그린벨트'를 지정해서 개발이나 조업을 막을 수 있게 됐습니다. 더 나아가 국제적 합의와 필요도에 따라서 항구적으로 접근을 막는 등 보다 강력한 보호 조치를 할 수도 있고요."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에서 해양 부문 국내 연구·활동을 총괄하는 김연하 캠페이너는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에서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체결된 국제해양조약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국제해양조약의 본래 이름은 '공해 및 심해저 등 국가관할권 이원지역의 해양생물다양성 보전 및 지속가능이용을 위한 협정안'(BBNJ)이다.
협정안에 유엔 회원국들은 지난해 12월 열렸던 제15차 생물다양성 협약 당사국총회에서 논의된 30 by 30, 즉 2030년까지 전 세계 공해의 30%를 보호구역으로 지정·관리하는 데 합의했다. 해양을 통한 기후변화 대응 공동 역량을 기르고, 생물다양성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우리 정부는 국제해양조약 체결 과정에서 '신속한 타결을 위한 국가연합'(HAC)에 참여해 체결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외교부 국제법률국 관계자는 "국제 규범 형성 과정에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에게 긍정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적극적이고 유연한 자세로 협상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처음부터 긍정적인 자세로 임했던 것은 아니다. 김 캠페이너는 "우리나라의 경우 수산업이 주요산업에 속하기 때문에 회의가 시작됐던 2018년 제1차 BBNJ에서는 반대쪽 입장에 가까웠다"고 설명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원양어업을 통한 해외시장 개척을 포함해 수산물 35억달러 수출 등 '수산물 수출 확대 전략'을 세운 상태다.
이 때문에 '해양 보호·보전'을 외치는 국제사회 목소리와 정책적 산업육성 목표는 대치됐다.
김 캠페이너는 "공해상 조업 활동과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 입장을 살피다가 2020년 제4차 BBNJ 회의쯤 입장을 해양 보호로 굳힌 걸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이변 확대와 그린피스를 포함한 국내외 환경단체의 입김과 청년단체의 목소리 등이 영향을 미쳤다.
30 by 30에 따라 공해 상에는 '보호구역'이 설정될 예정이다. 바다 위에 울타리나 장벽이 설치되는 건 아니지만 위도와 경도, 특정 해류의 구간 등을 기준으로 출입을 통제하는 방식이 될 전망이다. 공해 속 '그린벨트'와 같은 역할이다.
공해를 개발할 때 환경영향평가도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어획량, 공해상 유전(油田) 등의 공동 생산과 채굴도 제한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캠페이너는 "인류 공동의 자산인 공해상 해양 유전의 이익 분배와 관련해 어떤 방법이 정의롭고 공평한지를 놓고 막판까지 협상이 난항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지속가능한 채굴 기술이나 인프라를 기보유하고 있는 선진국이 자원을 독점할 수 있다는 데 반발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나온 BBNJ에 따르면 자원의 분배와 공유에는 협상에 참여한 193개국이 대부분 동의했다. 다만 이 비율과 방법 등이 향후 꾸려질 국제기구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각국 정부가 서명 및 비준에 이르기까지 짧게는 수년, 길게는 10년 이상 걸릴 수 있어서 유명무실한 협정이 되리라는 부정적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김 캠페이너는 "이번 협정은 (국제 협약에서 통상적인) 만장일치제가 아닌 다수결 투표로 결정짓는 방식을 택했다"며 속도감 있는 공해 보호 방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그린피스 등 환경단체는 이 협정이 각국의 비준에 이르기까지 속도를 낼 수 있도록 본부가 있는 각국에서 독려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아울러 레인보우 워리어와 아틱 선라이즈, 위트니스 등 보유 중인 환경감시선을 활용해 보호 대상이 될 공해 구역의 환경 오염 회복 정도를 추적 관찰하며 해양환경협약의 성과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한편 외교부는 협정 비준과 관련해 "정부는 서명 및 비준 절차를 적극 추진하면서 필요한 국내입법도 정비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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