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법 없는 루게릭병, 새 원인으로 '면역 단백질' 지목

박정연 기자 2023. 3. 1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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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신경세포만을 선택적으로 파괴하는 루게릭병(ALS)은 발병하면 호흡근이 서서히 마비되면서 결국 수년 내에 사망에 이르는 질환이다.

연구팀은 "쥐 실험에서는 가스더민 E가 루게릭 병의 진행에 영향을 미치는 신경세포 변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며 "당장 가스터민 E가 루게릭병 치료를 위한 약물표적이 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지만 이번 연구는 새로운 루게릭병 치료법에 접근하기 위한 단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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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버드 의대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운동신경세포만을 선택적으로 파괴하는 루게릭병(ALS)은 발병하면 호흡근이 서서히 마비되면서 결국 수년 내에 사망에 이르는 질환이다. 연간 10만 명당 1~2명에게서 발생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루게릭병 환자는 4709명으로 집계됐다. 루게릭병 환자의 고통을 공감하기 위해 얼음 물을 뒤집어쓰는 '아이스버킷' 챌린지로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질환이기도 하다.

루게릭병의 발병 원인으로는 유전자 돌연변이, 세포의 이상행동, 바이러스 감염 등 다양한 가설이 존재하지만 아직까지 검증된 바 없다. 발병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치료법 또한 없다.

과학자들이 루게릭병의 근본적인 발병 원인을 새롭게 지목했다. 미국 하버드대 보스턴아동병원 연구팀은 우리 몸에서 선천적인 면역 체계에 관여하는 단백질이 루게릭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13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뉴런'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신경세포의 퇴화에 관여하는 면역 단백질에 주목했다. 이들 단백질은 인체 세포가 감염과 같은 외부 위협에 노출되면 면역체계를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손상된 부위에 면역 세포를 불러와 조직을 복구하도록 한다.

하지만 면역 단백질 대부분은 구체적인 역할과 기능이 알려지지 않았다. 특히 면역 체계가 활성화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가스더민 E'란 이름의 면역 단백질은 뇌의 신경세포에서 발견되지만 이곳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없었다.

연구팀은 가스더민 E 면역 단백질이 신경세포(뉴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다. 쥐와 사람으로부터 채취한 신경세포를 통해 축삭과 신경세포가 보내는 전기 신호에 대한 가스더민 E의 영향을 확인했다. 신경세포에서 길게 뻗어 나온 축삭은 다른 신경세포에게 신호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분석 결과 가스더민 E는 신경세포가 외부로부터 위험을 감지했을 때 세포의 동력원인 미토콘드리아와 축삭에 손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히마니쉬 바수 하버드의대 박사후연구원은 "가스더민 E가 기능하면서 나타나는 신경세포의 손상과정에서 루게릭병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신경세포 퇴화과정을 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가스터민 E와 루게릭병 간의 연관성을 더 자세히 확인하기 위해 루게릭병 환자의 줄기세포를 활용해 신경세포 모델을 만들었다. 분석 결과 이 신경세포에선 아주 많은 양의 가스더민 E가 존재하는 것이 확인됐다.

이어진 동물실험에서는 루게릭병에 걸린 쥐에게서 가스더민 E를 억제했다. 그러자 쥐에게선 루게릭병 증상의 진행이 지연되고 운동세포와 축삭에 대한 전반적인 염증 반응이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연구팀은 "쥐 실험에서는 가스더민 E가 루게릭 병의 진행에 영향을 미치는 신경세포 변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며 "당장 가스터민 E가 루게릭병 치료를 위한 약물표적이 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지만 이번 연구는 새로운 루게릭병 치료법에 접근하기 위한 단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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