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는 반전…그런데 바퀴벌레는 한마리일까 [뉴욕마감]

SVB 사태에 대해 미국 정부가 발빠른 진압에 나서면서 블랙먼데이는 오지 않았다. 하지만 일부에선 은행위기가 문제가 아니라 무리한 긴축에 따른 부작용이 이번 지방은행 사태 외에도 곳곳에 산재해 있어 안심하기에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주식시장 속담에 "바퀴벌레는 한 마리뿐인 적이 없다"는 말처럼 말이다.
13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장초반 약세를 뒤집고 반등하다가 소폭 하락에 장을 마쳤다. 기술성장주 위주의 나스닥은 오히려 상승했다. 애플이 1.33% 오르고, 아마존도 1.87% 상승했다. 테슬라도 0.6%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SVB 사태가 증시를 휘몰아칠 것으로 여겨졌지만 오히려 정부의 예금자보호 발표 등 발빠른 대응이 나왔고, 뒤이어 중앙은행이 금융파급 우려를 감안해 기준금리를 동결시킬거란 예상이 나오면서 매수세가 이어져 시장에서는 상쇄효과가 나타났다.
이날 다우존스 지수(DJIA)는 전일보다 90.5포인트(0.28%) 내린 31,819.14를 기록했다. S&P 500 지수는 0.15%(5.83포인트) 빠진 3,855.76으로 마감했다. 반면 나스닥 지수는 0.45%(49.96포인트) 오른 11,188.84에 거래를 마쳤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SVB 사태와 관련해 주주나 경영자는 책임을 져야 하지만 은행 예금자나 정상적인 거래 관계자들은 모두 보호받을 것이라는 대국민담화를 내놓아 시장을 안심시켰다. 증시는 개장 전과 개장 후 초반에는 지방은행주들을 중심으로 폭락세가 이어졌으나 오전 11시 전후를 기점으로 다우가 300포인트 가까이 상승하면서 반전을 보였다.

국채시장에선 만기 30년물을 제외한 모든 종류의 채권 수익률이 급락세를 보였다. SVB 사태로 증시의 위험도가 급증하자 갈 길을 잃은 유동성이 안전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국채시장으로 몰려든 것이다.
단기물 대표상품인 2년물의 경우 지난주 5%를 아우르던 금리가 4%대 중반으로 최근 떨어지더니 급기야 월요일 개장 이후 50bp 이상이 하루만에 빠졌다. 전문가들은 기준금리를 반영하는 2년물 금리가 50bp 급락한 까닭은 지방은행 파산사태와 이로인한 연쇄 금융파급효과를 투자자들이 발빠르게 계산해 최종수익률로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하루만에 50bp가 추락한 것은 1987년 10월 22일 117bp가 빠졌던 기록 이후 36년 만의 최대 낙폭이다. 당시는 10월 19일 블랙먼데이 이후 2일 만에 나타났던 현상이고, 그 이후로는 9.11테러 이후 3일간 63bp가 빠진 기록이 있다.
2년물 금리의 급락은 3월 말로 예고된 FOMC(공개시장위원회)를 예견한다.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아예 올리지 않거나 혹은 25bp 인상에 그칠 거란 해석이다. 이번 SVB 사태가 연준의 지나치게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초래된 만큼 연준도 금융파급효과를 재점검하면서 긴축정책을 작동할 여지가 크다. 골드만삭스도 연준의 3월 금리인상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예견했다.
CME그룹이 만든 페드 왓치(Fed Watch)에 따르면 트레이더들의 3월 22일 기준금리 인상 예상은 25bp가 62%이고, 동결은 38%까지 올라왔다. 3월 초까지만해도 50bp 인상안에 과반이 투표했던 것과 비교하면 연준의 입지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쉐어드캐피탈의 빌 블래인은 이번 위기의 핵심을 가치평가라고 지적했다. 유동성이 너무 많이 풀려서 이곳저곳에 버블이 생겼기 때문에 지방은행 몇개를 솎아낸다고 치유될 문제가 아니란 해석이다.
블래인은 "바퀴벌레는 한 마리뿐인 적이 없다(위기가 훨씬 더 많이 남았다)"며 "사모펀드(PEF)와 사모부채펀드(PDF)들이 지나치게 높은 밸류에이션에 투자한 것들이 많아서 이 부분이 꺼질 경우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준으로 삼았던 담보가치가 나오지 않을 경우 마진콜(추가증거금 요구와 담보물 압류)을 당할 것이고 SVB 사태처럼 경제에 악순환을 일으킬 거란 우려다.

이번 SVB 사태가 그동안 그토록 기다려왔던(?) 경기침체의 시작이란 해석도 나온다. 도이치방크 전략가 사라벨로스는 "채권 수익률이 떨어지면서 원자재와 주식의 경기순환도 약세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사라벨로스에 따르면 현재 시장은 경기침체 초기와 유사한데, 그로 인해 첫째 미국 은행 시스템에서 예금경쟁이 심화돼 경제는 더 긴축될 것이고, 둘째 침체에도 불구하고 달러가 비정상적으로 강세라 미국 수출에 더 문제가 될 것이며, 셋째 달러가 투자 헷지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산운용사들이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SVB 사태로 미국 정부가 시그니처은행 영업까지 중단시키자 지방은행들의 연이은 주가하락이 이어질 우려가 컸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 중심의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장중 주가가 70% 이상 빠졌다가 마감 시점에는 61.83%로 반등해 거래를 마쳤다. 장 마감후 이 은행 주가는 7~10%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일 정부와 JP모건체이스 등으로부터 유동성을 지원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문제의 심각성이 SVB 수준까지는 치닫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날 시장에서 팩웨스트은행은 21.05% 하락했다. 자이온뱅크코퍼레이션은 25.72%, 키코프는 27.33% 떨어졌다. 웨스턴얼라이언스뱅크는 47.06% 급락을 면치 못했다. 대형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는 5.81% 하락했고, 찰스슈왑은 11.57% 떨어져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를 얻었다.
뉴욕=박준식 특파원 win047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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