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생도 수능으로 연습, 얼마나 어렵기에…

김나연 기자 2023. 3. 1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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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도 기출 문제로 시험 대비
2017학년도 이후 불수능 지속
수년째 “고교 수준 밖” 지적
“난이도 조절 필요” 목소리도

지난 4일 행정고시 1차 시험에 응시한 송은주씨(25)는 공직적격성평가(PSAT) ‘언어논리’ 영역을 준비하면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문제를 풀었다. 고시학원에서 수능 국어영역 문제들로 연습하라는 조언을 받았는데 실제로 비문학 지문들을 모아 본 것이 도움이 됐다. 송씨는 “정해진 시간 안에 풀기에는 이해 자체가 어려운 수능 지문들이 많아서 독해력을 기르는 데 활용했다”고 말했다.

올해 로스쿨에 입학한 A씨(24)는 법학적성시험(LEET·리트)을 공부하면서 EBS 수능 연계교재 ‘수능 특강’과 최근 3개년 수능 기출문제를 풀었다. A씨는 “많은 양의 정보를 고도의 사고력으로 읽어내야 해 공부에 도움이 됐다”고 했다. 지난해 상위권 대학 물리학과에 편입한 양승진씨(24)는 3년치 수능 물리 기출문제를 풀며 시험을 준비했다. 양씨는 13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최근에는 복잡한 문제들이 많이 나와서 편입시험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고교 수준에서 풀기 힘든 문제들이 출제되는 이른바 ‘불수능’이 계속되면서 대학생들이 수능 문제를 다시 풀고 있다. 관련 학원가에서는 아예 수능 기출문제 등을 활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능이 그만큼 비정상적으로 어려워졌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변별력’이 강조되면서 2017학년도 이후로 수능은 대체로 ‘불수능’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2019학년도 수능에서 국어영역의 1등급 커트라인은 84점이었다. 사상 처음으로 90점 아래로 내려갔다. ‘역대급 불수능’으로 회자되는 2022학년도 수능에서는 국어·수학 표준점수 최고점이 각각 149, 147점으로 150점에 근접했다. 표준점수 최고점은 시험이 어려울수록 높아진다. 국어 표준점수 만점자는 28명에 불과했다. 지난해 치러진 2023학년도 수능도 수학의 표준점수 최고점이 전년도와 비슷해 매우 까다로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매년 수능 때마다 고교 교육과정 범위 내에서 문제를 출제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고교 교육과정을 벗어난 문제가 많다며 이를 반박한다. 2019학년도 수능을 치른 수험생과 학부모 10명은 국어·수학영역 문제 15개가 고교 교육과정 밖에서 출제됐다며 평가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지난해 수능에서도 수학영역 문항 중 17.4%가 교육과정을 벗어났다고 밝혔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은 “대학생들마저 수능 문제를 활용한다는 것은 현재 수능이 기형적인 상황에 놓였다는 뜻”이라며 “수능은 고교 교육과정 내 범위에서 출제돼 학교 교육 정상화에 기여해야 하는데 이에 위배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교육 정상화를 위해 난이도 조절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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