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대 강' 대치 노-정, 내달 시작할 최저임금 논의도 험로

이정현 기자 2023. 3. 14. 05: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내년 최저임금 심의 본격화…인상 여부·업종별 차등적용 뇌관
노동개혁 대치 속 노·정 관계 최악…최저임금으로 확전할까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8회 국무회의 중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를 강조하는 내용의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3.2.21/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올해도 어김없이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할 시기가 도래했다. 최저임금 결정은 노사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붙는 사안으로 고용노동 분야 최대 이슈다. 제도가 시행된 1988년 이후 매년 회의가 열렸지만, 법정 기한 내 심의를 마친 것은 8번에 불과할 정도다.

올해는 더 치열한 샅바싸움이 예상된다. 역대급 인플레이션 장기화 상황에 따른 환경적 요인에 더해 노사 법치주의 확립을 내세운 정부와 노조 관계가 '강대 강'으로 치달으면서 대화마저 소원해진 탓이다. 여기에 지난해 가까스로 봉합한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 논의도 노사 갈등의 핵으로 다시 부상할 전망이다.

14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기 위한 일정을 내달 초 착수한다. 최임위는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고용노동부 산하 사회적 대화기구다.

고용부 장관이 매년 3월31일까지 심의를 요청하면 위원회는 요청을 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6월말)에 심의를 종료해야 한다. 하지만 이 같은 법정시한이 지켜진 적은 거의 없다. 최저임금 고시 시한은 매년 8월5일까지인데 거의 7월 중순을 넘겨서야 의결이 이뤄지기 일쑤였다.

이마저도 노사 간 합의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최임위를 구성하고 있는 9명 공익위원들의 판단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지녔다. 최임위는 사용자위원 9명, 근로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으로 구성되는데 합의안을 이끌지 못할 경우 표결에 부치다보니 자연스럽게 공익위원들이 캐스팅보트가 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올해 노사는 더 치열하게 맞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역대급 인플레이션 장기화 속 최저임금을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올려야 한다'는 노동계 측과 '어려운 경기상황을 감안해야 한다'는 경영계 측의 공방은 더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 측이 바라는 인상률은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낸 상태다.

한국노총은 지난달 13일 가진 97차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올해 최저임금 시급 9620원보다 9.1%(875원) 올린 시급 1만495원으로의 인상을 요구했다. 최근 5년 새 가장 높은 인상률이다.

노총은 경제성장률 전망치 1.6%, 소비자 물가상승률 3.5%, '물가 폭등에 따른 실질임금 보전분' 4.0%를 합한 수치라고 인상률 책정 배경을 설명했다.

실질임금 보전분은 2022년 물가상승률에서 직전 3개년 물가상승률 평균치를 빼서 계산한 값인데, 한국노총은 단위 사업장별로 선호 임금 인상 요구율 설문을 진행한 결과도 반영했다.

결과를 보면 전체 314개 노조 중 54.1%인 159개 노조가 6~9%대 인상안을 원한다고 답변했다. 그간 민주노총보다 다소 온건한 태도를 보여 온 한국노총이 9%대 인상을 요구한 상황 속 민주노총의 제시안은 이 같은 수준을 훨씬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6월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2023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8차 전원회의 모습. 당시 최임위는 재적위원 27명 중 23명이 출석한 가운데 찬성 12명, 반대 1명, 기권 10명으로 올해 최저임금 5% 인상(시급 9620원)을 결정했다. 2022.6.29/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반면 경제계의 반발은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올해 최저임금과 관련, 지난해 5%(460원) 인상 결정에도 "현실을 외면한 결정, 동의하기 어렵다"고 반발해 온 경제계로서는 올해 양보 없는 '동결' 입장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다.

최저임금 인상 여부가 노사 갈등의 '상수'라면, 지난해 가까스로 봉합한 업종별 차등여부 논의는 '변수'다.

지난해 최임위 회의에서 경영계는 업종별 차등적용 논의를 요구했지만, 부결된 바 있다. 다만 최임위는 올해 회의에서 관련 논의를 확대해 보자는데 경영계 측 요구를 일부분 수용했고, 고용부에 관련 연구용역을 맡겼다.

당시 최임위가 경영계의 반발에도 5% 인상하는 선에서 노동계 측의 손을 들어줬다면, 경영계에는 올해 업종별 차등적용 논의를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준 중재안의 성격이었다.

업종별 차등적용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비판과 함께 그 필요성을 언급, 지난해 최저임금 심의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현행 최저임금법 제4조1은 '최저임금을 사업의 종류에 따라 차등 적용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경영계는 해마다 업종별 차등적용을 요구해왔다. 다만 실제 적용된 사례는 최저임금제도 도입 첫 해인 1988년뿐이다. 업종별 차등적용은 지난 2021년에도 최임위에서 표결에 부쳤지만, 역시 부결된 바 있다.

노동계에서는 여전히 '법적 근거가 없다'는데, 논의할 가치도 없다는 식이어서 올해 최임위 회의에 최대 이슈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노사 대치도 문제지만, '강 대 강'으로 맞붙고 있는 정부와 노조 관계도 회의과정에 영향을 미칠 악재다. 자칫 노동계가 회의 참여 자체를 보이콧할 경우 혼란은 더 가중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여당의 이들 노조를 상대로 한 회계 투명성 강화 조치나, 이른바 강성귀족 노조에 대한 불법행위 엄단대응 방침에 소위 노-정 관계는 최악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지난 10일 열린 '한국노총 창립 77주년 기념식' 연설에서 "회계장부 제출 강요부터 주69시간 노동착취 근로시간제까지 정부의 공격에 맞서겠다"라고 했고,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달 7일 열린 대의원대회에서 '7월 총파업'까지 예고하며 "올해 민주노총은 모든 투쟁을 반윤석열 투쟁으로 정조준하고 싸워나가겠다"고 선포한 상태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산별노조 관계자들이 지난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3.8 세계여성의 날 정신 계승, 저임금·장시간 노동·성차별 고용 주범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3.6/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euni1219@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