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설만 쏟은 '자칭' 선배들…후배들 밥이라도 사준 적 있나요[도쿄 노트]

김민경 기자 2023. 3. 14.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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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야구대표팀 ⓒ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도쿄(일본), 김민경 기자] "우리랑 같이 야구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더 아쉬운 것 같습니다."

한국의 3회 연속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탈락이 확정된 날. 대표팀 주장 김현수(35, LG 트윈스)는 가슴에 꾹 담아뒀던 한마디를 어렵게 꺼냈다. 김현수는 이번 대회를 끝으로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시작으로 이번 WBC까지 무려 10번이나 국가의 부름에 응했던 김현수다. 언제나 자랑스럽게, 또 무겁게 받아 들었던 태극마크를 반납하면서 김현수는 앞으로 한국 야구를 이끌 후배들을 위해 목소리를 냈다.

"(그동안) 대표팀에 많이 왔던 선배들한테는 위로의 말을 많이 들었는데, 아닌 분들이 많이 되게 쉽게 생각하시는 것 같다. 그런 점이 아쉽다. 같은 야구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더 아쉬운 것 같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분명 반성해야 하는 결과를 남겼다. 상대적 약체라 평가했던 호주에 7-8로 역전패한 게 대표팀 단체 '멘탈 붕괴'의 시작이었다. 숙적 일본에 4-13으로 대패하면서 대표팀을 향한 비판 수위는 더더욱 높아졌다. 체코에 7-3 승리, 중국에 22-2 5회 콜드게임 승리를 거뒀으나 이미 8강 토너먼트 진출 가능성이 희박해진 뒤였다. 한국은 2승2패 B조 3위에 그치면서 2013, 2017년에 이어 올해까지 3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의 쓴맛을 봤다.

문제는 그동안 한국 야구의 발전과 미래를 위해 어떤 기여도 하지 않던 일부 '자칭' 선배들이 마이크를 들면서 시작됐다. 개인 유튜브 채널에 한국 야구가 처한 현실을 짚어본다는 명목 아래 독설을 쏟아부었다. 영상의 조회수와 수익을 의식한 탓인지 악성 댓글로나 작성될 법한 말들을 서슴지 않으면서 '비판'이라 주장했다. 선수 한 명, 한 명의 잘못을 지적하면서 "누구는 비행기가 아닌 배를 타고 한국에 오라"는 말까지 했다. 진짜 한국 야구를 걱정하는 야구인이 할 말은 아니었다.

사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건 선수 본인들이었다. 지난해 KBO MVP 이정후는 "(일본 투수들의 공은) 리그에서는 보지 못한 공이었다. 나를 비롯해서 많은 어린 선수들이 이번 대회에 참가했지만, 우리 기량은 세계 많은 야구 선수에 비해 떨어진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대회였다"고 했다.

메이저리거 김하성은 "일단 프리미어12 때 호주 팀보다 이번에 만난 호주가 조금 더 짜임새 있고 준비를 잘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일본 투수들은 워낙 좋은 공들을 갖고 있기 때문에 좋은 투수들이라고 생각했다. 여기서 무슨 말을 해도 다 변명이라 생각하지만, 정말 호주 선수들이 우리보다 더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진짜 선배라면 이번 대회에서 나타난 한국 야구의 문제점을 바탕으로 건설적인 의견을 내야 했다. 단순히 대회 한 경기, 선수 한 명의 실수와 부진을 비난할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퇴보하는 한국 야구가 세계 야구와 다시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지를 논해야 했다. 아울러 야구인의 시각에서 팬들은 알 수 없는 야구계의 현주소를 짚었다면 공감을 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독설만 쏟은 선배들은 대표팀이 지난 2월 14일 미국 애리조나에서 합숙 훈련을 시작한 순간부터 대회에서 탈락한 13일까지 단 한번도 현장을 찾은 적이 없다. 미디어에 공개된 내용 외에는 대표팀 내부 속사정이 어떤지는 알 리가 없다. 그러니 수박 겉핥기식 비난만 늘어놓는다.

평소 후배들에게 자주 찾아와 따뜻한 밥 한 끼라도 사면서 한마디씩 하는 선배였다면, 후배들도 애정이 담긴 쓴소리로 생각했을 것이다. 한국 야구의 현재와 미래에는 별다른 관심도 없다가 갑자기 야구계의 어른인 척을 하니 후배들에게 반감만 살뿐이다.

선수들은 선수들대로 최선을 다한 게 사실이다. 그랬기에 한국 야구가 세계 야구와 벌어진 격차를 솔직하게 인정하는 말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세계의 벽에 부딪혀 본 어린 선수들은 KBO리그로 돌아와 자신이 부족하다 느꼈던 점들을 다듬어 나가면서 발전할 방향을 스스로 모색할 것이다.

이제는 후배들이 국제대회에서 반복해서 좌절감을 느끼지 않도록 한국 야구의 현재와 미래를 고민하는 선배들의 목소리가 듣고 싶다. 독설가의 독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영양가 떨어지는 비난은 이제 한국 야구를 위해서라도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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