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대] 산불 피해

최동열 2023. 3. 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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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감사 신헌조(申獻朝)가 급한 장계를 올려 보고하기를 '이달 3일 사나운 바람이 일어 큰 산불이 번졌는데, 삼척, 강릉, 양양, 간성, 고성, 통천까지 강원도 여섯 고을에서 민가 2600여호, 서원 3곳, 사찰 6곳, 어선 12척, 곡식 600석 등이 소실됐다'고 하니 임금이 매우 놀라고 가엽게 여겨 교리 홍석주(洪奭周)를 위유어사(慰諭御史)로 삼아 구휼하게 하였다." 순조실록은 1804년 3월 3일에 발생한 산불을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조선왕조실록과 강릉지역 향토사료인 임영지(臨瀛誌) 등 옛 사서(史書)에는 이 같은 영동지역 산불 피해 기록이 줄지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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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감사 신헌조(申獻朝)가 급한 장계를 올려 보고하기를 ‘이달 3일 사나운 바람이 일어 큰 산불이 번졌는데, 삼척, 강릉, 양양, 간성, 고성, 통천까지 강원도 여섯 고을에서 민가 2600여호, 서원 3곳, 사찰 6곳, 어선 12척, 곡식 600석 등이 소실됐다’고 하니 임금이 매우 놀라고 가엽게 여겨 교리 홍석주(洪奭周)를 위유어사(慰諭御史)로 삼아 구휼하게 하였다.” 순조실록은 1804년 3월 3일에 발생한 산불을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여러 날 확산한 이 산불로 죽은 사람만 61명에 달했다고 하니 구호 체계가 열악하기 짝이 없던 그 옛날 민초들의 고통이 얼마나 심했을지 가늠키 어려울 정도다.

조선왕조실록과 강릉지역 향토사료인 임영지(臨瀛誌) 등 옛 사서(史書)에는 이 같은 영동지역 산불 피해 기록이 줄지어 등장한다. 산림과 백성의 삶을 황폐화 한 대형 산불 발생 시기는 대부분 3월에 집중된다. 요즘 양력으로 치면 4월이다. 산불 확산의 원인은 예외 없이 봄의 불청객, 강풍이다. 예나 지금이나 봄철 건조기에 영동지역에 부는 국지성 강풍인 양강지풍(襄江之風), 양간지풍(襄杆之風)이 부는 시기가 가장 위험한 것이다.

동해안 대형산불 피해 1년을 맞아 며칠 전, 강릉시 옥계면과 동해시 경계인 백봉령 일원의 산불 피해지를 둘러봤다. 그곳의 봄은 ‘잿빛’이었다. 벌채 후 새까만 밑동만 남은 숯덩이 피해목이 흉터처럼 즐비하게 박혀있고, 고지대에서는 아직 채 녹지 않은 잔설을 헤집자 검게 그을린 흙과 재가 마치 피고름을 짜내듯 배어 나왔다. 눈 돌리는 사방이 벌거벗은 민둥산이니 바라보는 눈이 민망할 지경이다.

피해지에서 만난 70대 농민은 “이제 내 생애에서 예전의 울창한 산을 보는 것은 끝났다”고 말했다. 국립산림과학원에서 1996년 고성 산불과 2000년 동해안 산불 피해지를 대상으로 식생 회복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야생동물 회복에는 35년, 토양은 100년이 걸리는 것으로 보고했으니 농민의 한탄이 틀린 말도 아니다. 피해지의 신음이 이렇게 깊은데, 새봄을 맞아 또 전국 각지에서 산불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상춘의 계절에 걱정이 앞선다. 최동열 강릉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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