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가해자 반성도 없이…"기록 삭제 과정 보완 필요"

김정현 기자 2023. 3. 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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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정순신 아들 전학 간 학교서 징계 심의 후 삭제
"삭제 심의할 때 피해자 동의 받아야" 지적도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고은정 반포고등학교 교장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3.03.14. 20hwan@newsis.com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학교폭력 피해자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가해자의 반성과 화해를 이끌어내도록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제도상으로는 가해 학생이 졸업 직전 자신의 징계 기록을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서 삭제하는 과정에서 조차 피해자와 화해 여부를 엄밀히 따져보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기록 삭제는 피해자 동의를 전제로 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이유다.

14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현행법과 교육부의 '2023년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에서 가해 학생의 징계 기록을 학생부에서 지울 수 있는 요건은 "해당 (가해)학생의 반성 정도와 긍정적 행동 변화 정도 등을 고려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를 위해 가해 학생 측은 학교 내 전담기구에 ▲담임교사 의견서 ▲가해학생 선도조치 이행확인서 ▲특별교육 및 심리치료 이행확인서 ▲가해학생 자기의견서 등을 서류로 제출해야 한다. 전담기구 심의를 통과했다면 교내 학업성적관리위원회에서 학생부에 적힌 징계 기록 삭제 여부를 결정한다.

올해부터 삭제 요건이 강화, 현행법상 제8호 전학 조치의 경우 가해 학생이 졸업한 후 2년 동안 삭제할 수 없다. 4~7호 조치인 ▲사회봉사 ▲특별교육·심리치료 ▲출석정지 ▲학급교체는 2년 뒤 삭제를 원칙으로 하되 졸업 직전 교내 전담기구 심의를 거쳐 삭제할 수 있다. 가장 경미한 1~3호 조치인 서면사과, 교내봉사 등은 졸업 즉시 삭제한다.

가해 학생이 다른 학교폭력 사안으로 서면사과나 교내봉사를 포함, 징계 조치를 받은 사실이 있으면 4~7호 조치를 졸업 직후 지울 수 없다. 또 졸업하기 1~6개월 전 받은 징계 조치라면 지울 수 없다.

다만, 이 과정에서 피해 학생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명확한 규정이 없어 가해자와 피해자와의 화해 정도를 살펴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지난 9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도 비판을 받았다.

지난 9일 교육위 현안질의에서 정순신 변호사 아들 정군의 강제 전학 등 학교폭력 징계 기록 삭제 여부에 대해 고은정 반포고 교장은 교내 전담기구인 심의 기구에서 "만장일치로 삭제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군 측이 제출한 서류에서 피해자와의 화해 여부를 기술했는지 여부를 묻자 고 교장은 "회의록에 적혀 있다"고만 답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이나 증빙은 공개하지 않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행 가이드라인에도 학생의 반성 정도와 긍정적 행동변화 정도를 고려해야 한다고 돼 있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살펴보라는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기술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여당에서도 피해자와의 화해를 확인하지 못하면 징계 기록을 지우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교육위 국민의힘 간사 이태규 의원은 당일 "학생부 삭제 관련 규칙과 지침을 바꿔야 한다"며 "피해자 중심의 화해와 치유 과정을 확인하지 않는다면 기록을 삭제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조정실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회장도 "7호(학급교체) 조치 역시 졸업과 동시에 삭제 가능하며, 피해 학생과의 관계 회복을 알아보기 위해 전문가 의견을 듣는다고 하는데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다"며 "피해학생의 의견을 들어야 하고, 삭제를 동의해 줬을 때 지워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군 사례처럼 사안이 중대하지 않더라도 가해자의 관계 회복과 반성을 실효적으로 이끌어내기에는 제도에 미흡한 점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에서는 경미한 사안에 대해 학교장이 자체 해결제를 통해 피해자와 가해자, 그 보호자 간의 관계 회복을 돕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가해자 징계조치를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화해 정도에 따라 0~4점으로 나눠 판단하도록 세부 기준을 두고 있다.

그러나 조 회장은 "교내봉사나 사회봉사 처분을 내려도 학습권 침해를 이유로 시간을 축소하거나 방과 후에 봉사를 하도록 하는 경우가 있다"며 "무거운 처벌인데도 가볍게 여겨져 교내봉사나 사회봉사는 최소 이수시간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이야기해 오고 있다"고 전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제도적 미비점을 보완하는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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