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국가대표 김현수, 라스트댄스 "나는 끝…팀 코리아 믿는다"

"지금이 내려올 때, 후배들이 더 잘 할 것"
또 1라운드 탈락 "마음이 많이 아프고 미안하다"

9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1라운드 대한민국과 호주의 경기, 대표팀 양의지가 5회말 2사 1,2루에서 역전 스리런 홈런을 친 후 김현수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23.3.9/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도쿄=뉴스1) 권혁준 기자 = '이강철호 캡틴' 김현수(LG 트윈스)가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마무리한 뒤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13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WBC 1라운드 B조 중국과의 최종전에서 만루포 두 방을 포함 장단 20안타를 몰아치며 22-2, 5회 콜드게임 대승을 거뒀다.

22점은 역대 WBC 한 경기 최다득점 기록이다. 종전 최다득점 기록은 2006년 대회 일본-중국전(일본 18-2 승)과 2023년 대회 캐나다-영국전(캐나다 18-8 승)에서 나온 18점이다.

화끈한 대승에도 한국은 2승2패로 B조 3위에 그쳐 3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의 수모를 겪었다. 한국을 꺾은 일본(4승)과 호주(3승1패)가 각각 B조 1, 2위로 8강에 올랐다.

이번 WBC 마지막 경기에서 결장한 김현수는 더그아웃에서 후배들의 활약을 지켜봤고, 타율 0.111(9타수 1안타) 2볼넷 2타점 1득점의 성적으로 대회를 마쳤다.

아쉬움에 눈시울이 붉어진 김현수는 "선수들은 모두 준비를 잘 했다. 하지만 준비한 만큼 실력을 발휘하지 못해 아쉽다. 감독님께서도 잘 맞춰주셨는데 내가 주장으로서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내가 선수들을 잘못 이끌어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한 후배들에게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중국전에서 시원한 대승을 거뒀지만 대표팀은 이전 호주전과 일본전, 체코전에서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펼쳤다. 세계야구와 수준 차이가 드러났고, '우물 안 개구리'라는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

김현수는 "마음이 정말 많이 아프다. '놀fj 왔다'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 당연히 성적이 안 나오면 욕먹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렇게 되니까 마음이 아프고 후배들한테 많이 미안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10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1라운드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 대표팀 김현수가 6회초 선두타자로 나와 외야 플라이로 아웃된 후 아쉬워 하고 있다. 2023.3.10/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전승 우승을 이룬 2008 베이징 올림픽부터 대표팀의 터줏대감으로 활약한 김현수는 15년 간 정들었던 태극마크를 내려놓겠다고 했다.

김현수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한 것이 아니라 진짜 마지막인 것 같다. 나는 이제 끝났지만 '팀 코리아'를 믿을 것"이라고 국가대표 은퇴를 시사했다.

그는 "국가대표로 뽑힐 때마다 좋은 성적을 거둬서 기뻤지만 그만큼 부담감도 있었다. 난 많이 뽑히기도 했고, 나이도 있다. 지금이 내가 내려올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내가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능력 있는 젊은 선수들이 대표팀을 이끌어가는 것이 맞다. 후배들이 더 잘 해줄 것이라 믿는다"고 국가대표 은퇴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돌이켜보면 2년 전 도쿄 올림픽과 올해 WBC가 가장 많이 생각난다. 대표팀에 막내로 왔을 땐 아무 생각없이 야구를 했지만, 이제는 중압감을 느낀다. 과거 대표팀에서 선배들과 함께 야구했던 기억이 난다. 난 그때 선배들처럼 좋은 선배가 되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하다"고 자책했다.

그러면서 김현수는 선수들이 부담감을 떨쳐낸다면 다시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선수들이 부담감을 떨쳐내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다. 준비는 잘 했는데 경기에 나가 '이기지 못하면 안 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선수들이 (경기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또 나도 그렇지만 선수들이 긴장을 많이 했다. 그런 상황에선 자기 실력을 발휘할 수 없다. (긴장하지 않도록) 선수들끼리 서로 도와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rok195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