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란의시읽는마음] 속옷 빨래라서

2023. 3. 13.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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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간에 매달려 있다가 못 참고 떨어지는   울음은   나를 헹굽니다.

  속옷 빨래 같아서 나는 울음을 내다 걸지 못합니다.

그러고 나면 조금은 개운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빨래는 결코 밝은 곳에 내다 걸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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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언주
난간에 매달려 있다가
못 참고 떨어지는
 
울음은
 
나를 헹굽니다.
 
쉽게 짠맛이 가시지 않아
몇 번을 흔들고
털어냅니다.
 
나는 훌쩍이다가 펄럭이다가
후련해집니다.
 
속옷 빨래 같아서
나는 울음을 내다 걸지 못합니다.
울음을 참을 수 없을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마지못해 우는 것이 아니라 기꺼이 우는 것이 현명할지 모른다. 울음에 자신을 그대로 내맡기는 것이다. 그 울음이 나를 마음껏 주무르도록. 그러고 나면 조금은 개운해지는 것이다. 깨끗이 헹궈 물기를 꼭 짜낸 빨래처럼. 그러나 어떤 빨래는 결코 밝은 곳에 내다 걸지 못한다. 어두운 자리에 감춰 둔다. 그러므로 영영 마르지 않을 빨래. 나의 치부. 나의 슬픔. 다시금 천천히 차오르는 슬픔을 마음 깊은 곳에 간수한 채 살아가는 것이다. 아슬아슬 버텨내는 것이다. 그러다 때가 오면 또다시 울음에게 자신을 준다. 한껏 줘버린다. 그렇게 수없이 여러 번 흔들리다가 훌쩍이다가 잠시 펄럭이는 것이다.

박소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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