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에 밥 한 끼 3000원…든든히 드세요”
전북대 인근…카페 이용도 무료
“배고픈 청년들이여, 3000원짜리 김치찌개 먹으러 오세요.”
1만원은 있어야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요즘, 청년들에게 3000원에 ‘따뜻한 밥상’을 내어주는 식당이 전북 전주에 문을 열었다.
전북대 신정문 인근에 문을 연 김치찌개 식당 ‘청년식탁 사잇길’(사잇길)은 천주교 전주교구가 경제·사회적으로 어려운 청년들을 돕기 위해 마련한 곳이다.
사잇길 대표를 맡은 김회인 신부는 “청년을 돕는다는 말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청년을 흔히 ‘가장 젊고 활력이 넘쳐야 할 시기’라고 생각하지만, 청년이라는 이름 아래 숨겨진 취약계층이 많다고 김 신부는 말했다. 그는 “당장 대학생들도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한 채 생활비 줄이기에 안간힘을 쓰고, 직장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이 많다”고 했다.
취업·경제·소외 등 청년들이 최근 부닥친 문제 중 하나라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했다는 김 신부는 “밥 한 끼라도 든든하게 먹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사잇길을 열었다고 말했다.
사잇길이라는 식당 이름은 ‘사람’의 앞글자와 ‘잇다’라는 말을 붙여 만들었다. ‘골목’이라는 중의적 의미도 부여해 이곳에서 청년들이 소통하기를 바라는 마음도 담았다.
사잇길에 들어서면 메뉴판이 눈에 띈다. 김치찌개 가격은 단돈 3000원이다. 이 돈을 내면 밥과 반찬을 얼마든지 가져다 먹을 수 있다. 김치찌개 종류도 돈육·참치·두부·비건 등 네 가지나 된다. 30년 경력의 영양사가 조리해 입맛이나 취향에 따라 제공하는 식이다. 추가되는 어묵·햄·라면 등은 1000원을 더 내야 한다.
지난 10일 문 연 이후 하루 100명 안팎이 사잇길을 이용하고 있다.
식당 옆에 카페도 마련했다. 문화·휴식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카페나 회의실처럼 청년이 필요하면 언제든 무료로 활용할 수 있다. 독서실처럼 공부해도 되고, 카페처럼 쉴 수도 있다.
치솟는 물가에 사잇길은 이용객이 많을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다. 김 신부는 “처음엔 뜻있는 독지가의 도움으로 식당 문을 열었지만 지금은 십시일반 후원하는 분들이 생기면서 자립 준비 청년과 학교 밖 청소년에게 식사 쿠폰 지급도 준비하고 있다”며 “어렵지만 사잇길을 통해 계속 청년들을 격려하고 희망을 키워주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창효 선임기자 chkim@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잠깐 멈춘 비, 내일부터 ‘최대 40mm’ 다시 쏟아붓는다
- [단독]“의병은 폭도” 문서, 이완용이 준 친일 훈장 ‘경찰 역사’로 전시한 경찰박물관
- [단독] 허웅 전 연인, 변호인 선임 법적대응 나선다
- 대통령실 “채 상병 죽음보다 이재명 보호···의도된 탄핵 승수 쌓기”
- 시청역 돌진 차량, 호텔주차장 나오자마자 급가속···스키드마크 없었다
- 국민의힘, 무제한토론서 “대통령 탄핵법” 반발…첫 주자부터 국회의장에 인사 거부하며 신경
- 보행자 안전 못 지킨 ‘보행자용 안전펜스’
- 영화 ‘마션’처럼…모의 화성서 1년 생활, 토마토 재배도 성공
- 민주당, 윤 대통령 탄핵 청문회 검토…탄핵 국민청원 100만명 돌파
- 국민의힘, 한동훈 제안한 자체 채 상병 특검법 놓고 ‘금식’ 논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