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 복수의 끝에 학폭 인정 엔딩…안길호 PD가 완성한 진짜 결말[초점S]

▲ \'더 글로리\' 파트2 공식 포스터. 제공|넷플릭스

[스포티비뉴스=장진리 기자] 가해자는 잊었지만 피해자들은 잊지 않았다. 넷플릭스 ‘더 글로리’가 연출을 맡은 안길호 PD가 자신의 학교폭력 가해 의혹을 사실로 인정하면서 화면 속 이야기를 현실로 끌고 왔다.

안길호 PD는 12일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지평 김문희 변호사를 통해 “순간적으로 감정이 격해져 타인에게 지우지 못할 상처를 줬다”라고 자신의 학창시절 학교폭력 가해 의혹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의혹이 제기된 지 이틀 만이었다.

대한민국 전역의 관심 속 '더 글로리' 파트2가 공개되던 날 안길호 PD의 학폭(학교폭력) 가해 의혹이 제기됐다.

가장 먼저 의혹을 제기한 글쓴이는 “1996년 필리핀 유학 시절에 있었던 일”이라며 “당시 고3이던 안길호 PD가 중2 여자아이를 사귀었고, 고3이 중2를 사귀는 것에 대해 동급생들이 여자 동급생을 놀렸는데 그걸 알게 된 안길호 PD가 아이들을 불러냈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인적이 드문 곳에서 안길호 PD를 포함한 열댓 명의 형들에게 약 2시간을 구타당했다. 그 후로 안길호 PD의 지시로 우리 학년 남학생들이 학교 선배들에게 맞는 일이 빈번해졌다. 이런 일을 저지른 사람이 어떻게 뻔뻔하게 학교 폭력물을 다룬 드라마 PD가 될 수 있는지 어이가 없다”라고 안길호 PD의 학폭 가해 의혹을 주장했다.

당초 안길호 PD는 의혹이 제기된 직후에는 인터뷰를 통해 “전혀 그런 일이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누군가를 무리 지어 때린 기억은 없다”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이후 안 PD의 입장은 180도 바뀌었다. 법률대리인을 통해 “1996년 필리핀 유학 당시 교제를 시작한 여자 친구가 있었는데, 여자 친구가 나로 인해 학교에서 놀림거리가 됐다는 얘기를 듣고 순간적으로 감정이 격해져 타인에게 지우지 못할 상처를 줬다”라고 의혹을 사실로 인정했다.

그러면서 “이 일을 통해 상처를 받으신 분들에게 마음속 깊이 용서를 구한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직접 뵙거나 유선을 통해서라도 사죄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라며 “좋지 않은 일로 물의를 일으킨 점 송구하다”라고 사과했다.

▲ 안길호 감독 ⓒ곽혜미 기자

한 사람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버린 ‘더 글로리’를 연출한 PD가 아이러니하게도 학폭 가해 의혹을 인정하고 고개를 숙였다는 것은 현실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피해자의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까지도 가혹하게 짓밟았던 이들에게 받은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돌려주는 ‘더 글로리’ 속 전율의 카타르시스가 채 식기도 전, 안길호 PD의 학폭 가해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청자들은 드라마의 여운에서 빠져나왔다.

‘더 글로리’ 속 복수는 결국 판타지였을 뿐이고, ‘더 글로리’를 감싸고 있는 세계 역시 과거를 잊은 가해자들의 것이었다. 결국 진정한 ‘더 글로리’의 결말은 안길호 PD의 학폭 엔딩이었고, 안길호 PD가 스스로 진짜 결말에 방점을 찍은 셈이다. 때로는 현실이 드라마보다 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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