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신고 안 해”…탈세 제보자 신원 노출 시킨 세무서

박진영 2023. 3. 13.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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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대구] [앵커]

탈세가 의심돼 국세청에 신고를 했는데, 제보 당사자의 신원이 노출됐습니다.

신원을 노출시킨 사람들은 다름 아닌 세무서 직원이었는데요,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박진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대구에 사는 A 씨는 지난달 오토바이 한 대를 구매했습니다.

그런데 하루 만에 결함을 확인하고, 환불을 위해 영수증을 살펴보던 중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오토바이 구매 장소와 사업장 소재지가 달랐던 겁니다.

탈세를 의심한 A 씨는 국세청에 신고했고, 얼마 뒤 해당 업소가 '신용카드 위장 가맹 업소'로 적발됐다는 결과를 통보받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남대구세무서를 통해 황당한 얘기를 들었습니다.

세무서 측이 판매업자에게 A 씨의 영수증을 보여줬다는 겁니다.

구매 일시와 금액이 노출되면, 신고자 신원이 특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A 씨/음성변조 : "엄청 놀랬죠. 놀랬고. 부인한테 전화해서 아기하고 잘 단속하라고…. 불안했어요.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까 상대방이. 집도 알고 아기 사진, 부인 사진, 카톡 사진에 다 나오기 때문에."]

세무서 측은 탈세 신고 확인을 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만 되풀이했습니다.

[세무서 직원 전화통화/음성변조 : "(제가 지금 무서워서 나가지도 못하는데….) 그 사람들이 무슨 깡패나 그런 쪽에 관련된 사람입니까. 만약에 그런 게 있으면 경찰서에 신변보호 요청하는 방법도 있고요."]

KBS 취재가 시작되고서야 세무서 측은 잘못을 인정했습니다.

신고 내용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며, 또 신고를 당한 업체가 소규모여서 구매 제보자를 유추할 가능성이 큰 경우, 미리 안내하겠다고도 밝혔습니다.

제보가 필수인 불법 탈세 행위에 대해 수십억 원의 신고 포상금까지 내건 국세청, 공익 신고자를 보호할 기본적인 장치 마련부터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KBS 뉴스 박진영입니다.

촬영기자:전민재
https://news.kbs.co.kr/special/danuri/2022/intro.html

박진영 기자 (jyp@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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