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정책 비판’ 스타 진행자, BBC의 출연 정지 논란 가열
‘매치 오브 더 데이’ 맡아온
유명 축구선수 출신 리네커
“SNS 글 사과할 생각 없다”
출연진·정치권도 항의
BBC, 파장 커지자 ‘취소’
영국 공영방송 BBC가 정부의 난민정책을 비판한 스포츠 프로그램의 스타 진행자 개리 리네커(사진)를 출연 정지시키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리네커를 지지하는 축구팬들은 물론 BBC의 다른 출연진도 이 같은 조치에 항의하며 방송을 보이콧했고, 정치권까지 논란에 가세했다. 파장이 커지자 BBC는 13일(현지시간) 리네커에 대한 출연 정지 조치를 취소하며 한발 물러섰다.
뉴욕타임스는 12일 “BBC와 리네커의 대립은 표현의 자유, 정부의 압력, 양극화한 정치, 자유분방한 소셜미디어 시대에 공영방송사의 역할 등 전반적인 논쟁을 촉발했다”고 전했다.
논란은 BBC가 리네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을 문제 삼아 지난 11일 축구 중계 프로그램 <매치 오브 더 데이>에 그의 출연을 정지시키며 촉발됐다. 최근 리네커가 자신의 SNS에서 정부의 난민정책을 비판하는 글을 쓴 것이 BBC의 공정성 원칙을 위배했다는 것이다. <매치 오브 더 데이>는 BBC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스포츠 프로그램으로, 잉글랜드 축구의 간판선수였던 리네커가 1999년부터 진행을 맡아 왔다.
앞서 리네커는 지난 7일 영국 정부가 소형 보트를 타고 영국에 입국하는 난민들을 무조건 추방하는 내용의 ‘불법이민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하자, 자신의 트위터에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 대한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잔인한 정책”이라고 썼다. 리네커는 이 법안의 추진을 정당화하려는 정부의 설명을 두고서도 “1930년대 (나치) 독일이 사용했던 언어”라고 했다. 리네커의 트위터 팔로어는 860만명에 달한다.
리네커는 BBC의 출연 정지 조치에 “징계가 두렵지 않다”며 SNS에 쓴 글에 대해 사과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BBC의 조치에 다른 스포츠 선수 출신 출연자들도 잇따라 출연 거부를 선언하는 등 ‘방송 보이콧’에 나서며 프로그램 파행으로 이어졌다. 지난 11일 <매치 오브 더 데이>는 단축 방송됐고, 12일 황금시간대의 다른 스포츠 프로그램들도 방영이 취소되거나 전문가 해설 없는 경기 하이라이트 방송으로 대체됐다. 축구팬들의 항의도 이어졌다. 지난 11일 영국 레스터에서 개최된 프리미어리그 경기 관중석에선 리네커를 지지하는 손팻말이 등장했다. 리네커의 방송 복귀를 요구하는 시민 청원은 20만명을 넘어섰다.
논란이 커지자 팀 데이버 BBC 사장은 방송 차질에 대해 사과했지만, 사임하라는 압박에는 거부 의사를 밝혔다.
정치권도 논란에 가세했다. 정부 정책을 ‘나치의 언어’에 빗댄 리네커의 글에 수엘라 브레이버먼 내무장관은 “홀로코스트의 비극을 축소한 것으로, 남편이 유대인인 나에겐 매우 불쾌한 일”이라고 말했다. 제러미 헌트 재무장관도 리네커의 발언을 비판하며 BBC의 공정성과 독립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집권 보수당 일각에선 그의 방송 하차를 요구했다. 반면 야당인 노동당은 BBC가 정부의 압력에 굴복했다며 이 사건을 “언론 자유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그렉 다이크 전 BBC 사장도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고 “BBC 스스로 신뢰성을 훼손했다”고 밝혔다.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자 BBC는 13일 리네커의 출연 정지 조치를 해제하며 물러섰다. BBC는 “이번 주말 리네커가 BBC 화면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밝혔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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