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라’ 의 스타 프레이저, 데뷔 32년만에 남우주연상
침체 딛고 연기상 20개 수상 행진
“고래만이 깊은 심연에서 헤엄칠 수 있지요. 제게는 동료 배우의 재능이 그런 바다와도 같았습니다.”
12일(현지 시각) 영화 ‘더 웨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브렌던 프레이저(54)는 수상 소감에서 이렇게 말했다. 수상자로 선정된 직후에도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다중 우주(멀티버스)가 존재한다면 이런 모습일 것”이라며 감격스러워했다. 1991년 영화 데뷔 이후 30여 년 만에 아카데미 후보로 처음 지명된 그는 콜린 패럴(‘이니셰린의 밴시’) 오스틴 버틀러(‘엘비스’) 같은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더 웨일’은 ‘블랙 스완’과 ‘마더!’를 연출한 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의 작품. 이 영화에서 프레이저는 몸무게 272㎏의 거구로 세상과 단절된 채 집에서만 생활하는 온라인 대학 강사 ‘찰리’ 역으로 변신했다. 이 때문에 한 달간의 촬영 기간 내내 그는 45㎏의 보철(補綴) 모형을 뒤집어쓴 채 연기했다. 영화에서 고혈압과 울혈성 심부전 때문에 소파 신세를 면치 못하고 바닥에 떨어진 열쇠를 줍는 것조차 버거워하는 ‘찰리’의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성적 소수자와 비만 등 사회적 편견에 시달렸던 극작가 새뮤얼 헌터의 동명(同名) 희곡이 원작으로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딕’에서 영감을 받았다. 프레이저는 이날 수상 소감에서 “애러노프스키 감독은 제게 창의적 구명 밧줄을 던져준 뒤 유람선으로 끌고 갔고, 헌터는 우리의 등대와도 같았다”고 비유했다.
프레이저는 영화 ‘미이라’ 3부작(1999~2008년)에서 넉살 좋은 탐험가 역으로 인기를 누렸던 배우. 하지만 그 이후 촬영 도중 입은 무릎과 척추 부상으로 수차례 수술을 받는 등 오랜 침체기를 겪었다. 실제로 지난 9년간 대작에서 주연을 맡지 못한 채 조연과 단역을 맴돌았다. 2018년에는 골든 글로브를 주관하는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 회장에게 동성 성추행 피해를 겪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영화로 지난 1월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를 비롯해 남우주연상만 20여 차례 받으면서 재기에 성공했다. 당시 수상 소감에서도 그는 “제가 연기한 ‘찰리’처럼 고통받고 있거나 어두운 바다에 있다고 느끼시는 분들이 계신다면 여러분도 두 발로 서서 빛을 향해 나아갈 힘을 지니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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