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진화하는 챗봇, 어디로 향하나

2023. 3. 13.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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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곤 국가과학기술연구회 디지털 전환분과위원

챗GPT의 돌풍이 전 세계를 뒤덮고 있다. 출시 두 달 만에 월 사용자 1억 명을 돌파한 이 인공지능 챗봇에 많은 사람이 감탄과 경외를 보낸다. 챗봇은 예전에도 존재했기에 생소한 기술은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챗GPT에 왜 이렇게 열광하는 것일까. 챗봇은 인간의 '대화'를 기계와의 소통 방법으로 활용함에 그 혁신성이 있다. 언어는 수만 년 동안 인류와 함께한 중요한 유산이며, 인간 의사소통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중요한 수단이다. 언어로 대화할 수 있었기에 인류는 다른 동물과 달리 눈부신 문명을 완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간 기계는 인간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따라서 인간이 기계와 소통하기 위해서는 프로그래밍 언어 등 미리 정해둔 복잡한 방법에 따라 명령어를 조합하고 입력해야 했다. 이제 상황이 변하고 있다. 자연어 처리 인공지능이 발전하면서 기계가 인간의 말을 알아듣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인간은 복잡한 명령어가 아닌 언어로 기계와 소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인간의 언어를 소통 수단으로 사용하는 챗봇은 엄청난 편의성을 제공한다. 복잡한 매뉴얼이나 텍스트를 뒤지는 대신 그냥 원하는 것을 인간의 말로 입력하면 된다. 복잡한 조작법이나 프로그래밍 언어를 몰라도 기계와 소통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계도 있었다. 일방 소통만이 가능했다는 점이다. 자연어 처리 인공지능으로 기계는 인간의 말을 알아들을 수는 있었지만, 대답까지는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없었다.

즉, 인간의 질문에 대한 모든 대답은 사람이 미리 입력해야 했다. 말로 대답해야 할 것은 말로, 실행해야 할 것은 프로그래밍을 통해서 모든 발생 가능한 상황에 대한 대응을 예상해서 사람이 직접 만들어야 했다. 따라서 단순해 보이는 고객상담 서비스 챗봇을 운영하는데도 많은 작업이 필요했고, 어떤 경우에는 사람을 직접 쓰는 게 효율적인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은 이제 대답하는 기계를 만드는 정도에 이르렀다. 챗GPT는 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라는 인공지능 모델을 활용함으로써 질문자의 의도에 부합하는 대답을 스스로 생성할 수 있다. 이러한 생성형 인공지능이 챗봇에 적용되면 이제 챗봇의 모든 반응을 사람이 수작업으로 입력할 필요가 없어진다. 인공지능은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것은 물론 사전에 학습된 내용에 따라 답변도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다.

챗GPT의 대박 흥행으로 이 분야 투자와 경쟁은 엄청나게 치솟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은 앞으로 인공지능 모델의 학습 및 운영비용이 감소하는 방향으로, 서비스 제공자의 사용 편의성이 높아지는 방향으로, 텍스트뿐만 아니라 사진, 동영상, 음악 등 더 다양한 콘텐츠를 생성할 수 있는 방향으로 무한히 발전할 것이다. 소스 코드, 설계도면, 3차원 객체, 악보, 법률문서와 같은 전문적 창작물도 챗봇에 몇 줄 입력해서 만들 수 있는 미래도 그리 머지않았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 또한 연구행정혁신추진단에서 출연(연) 연구자의 연구행정 지원을 위한 AI 챗봇 개발을 추진 중이다. 각종 연구행정 제도에 대한 안내, 유용한 정보 검색은 물론 출장, 휴가, 비용 처리 등의 간단한 행정업무까지 두어 마디 말로 처리해 줄 수 있는 챗봇을 구현하는 것이 핵심 목표이다.

복잡한 연구행정 제도와 절차 안내에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은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작년에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주도로 개발된 인공지능 엑소브레인 자연어 질의응답 기술을 챗봇에 적용해 시범운영을 해보기도 하였다. 연구행정 분야의 규정, 제도를 스스로 학습하여 연구자에게 알려줄 수 있는 챗GPT 수준의 챗봇이 도입된다면 행정업무 지원에 목말라 있는 많은 연구자에게 엄청난 효용을 줄 것이다.

기계와의 대화는 인류의 언어만큼이나 거대한 변혁을 일으킬 것이다. 우리나라 또한 우리말을 적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에 꾸준한 투자가 필요하다. 아울러 이와 연계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그리고 시스템 혁신에 대한 구상을 본격화할 시기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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