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사진 속 이슈人] 멕시코 군인 가족들, 마약과의 전쟁 중인 軍 지지 시위

멕시코군을 지지하는 손펫말을 든 군인가족들이 지난 12일(현지시간) 멕시코 치아파스주 툭스틀라 구티에레즈에서 행진하고 있습니다. EPA 연합뉴스

지난달 말 멕시코 북부의 미국 접경 도시 타마울리파스 주의 한 교차로에서 미국인을 포함한 청년 5명이 군인들의 총격으로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현재 이 사건에 대한 멕시코 당국이나 군의 공식 조사발표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군은 현재 진상을 조사 중이라고만 밝히고 있습니다.

유족들은 목격자 진술을 토대로 군대가 구급차 진입도 거부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현장을 찾아 항의하는 유족들을 향해 군인들이 공중에 총을 쏘며 위협하는 모습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하면서 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타마울리파스는 마약밀매 도시로 유명한데요, 이번 사건도 마약밀매와 관련이 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타마울리파스 주 법무부 장관은 "오인 사고였을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다른 수사선도 열려 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인이 살해되자 미국 일각에서는 이참에 멕시코에 군대를 보내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댄 크렌쇼(공화·텍사스) 하원의원은 갱단 소탕을 위한 군사력 지원 필요성을 주장하는 글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습니다. 린지 그레이엄(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도 CNN 인터뷰에서 미국 테러리스트 명단에 멕시코 카르텔을 포함하는 한편, 필요할 경우 군 파견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멕시코 주권에 대한 위협"이라고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며 "미국 군대가 우리 영토에 들어오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멕시코에서는 군의 과도한 단속으로 선량한 민간인들이 다치거나 사망하는 일이 종종 일어납니다. 반면, 일부 군 간부는 은밀하게 마약 밀매조직을 뒤에서 봐주면서 부를 축적하기도 합니다. 이번 사건도 군이 과도한 단속을 하다 발생했거나, 아니면 군과 마약밀매조직간 거래가 틀어지면서 보복으로 행해진 게 아닌가 추측됩니다.

멕시코 정부는 수십 년 동안 마약 카르텔 척결에 팔을 걷어붙여 왔으나 마약밀매는 근절은커녕 더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특히 단속의 주체인 경찰 및 군과 마약밀매조직 간 유착입니다. 멕시코 마약 밀매업자들과 군대 간 거래는 매우 은밀하게 이뤄집니다. 부패한 군 관리들이 마약 밀매업자들과 결탁해 돈이나 기타 특혜를 대가로 무기, 보호, 정보를 제공한다고 보는 것은 이제 이상하지도 않습니다.

마약 밀매범과 군부 사이의 유명한 결탁 사례 중 하나는 2014년 멕시코 아요치나파에 있는 시골 사범대학 학생 43명이 실종된 사건을 들 수 있습니다. 멕시코 정부는 처음에 학생들이 마약 카르텔에 의해 살해되고 시신이 소각되었다고 주장했지만, 후속 조사에서 실종에 군대가 깊숙이 개입했다는 증거가 드러났습니다.

또 다른 예로는 2020년 마약 밀매와 돈세탁 혐의로 미국에서 체포된 멕시코 전 국방장관 살바도르 치엔푸에고스(Cienfuegos) 장군의 경우입니다. 그가 'H-2' 조직으로 알려진 강력한 마약 카르텔과 협력해 뇌물을 받는 대가로 군사 정보와 보호를 제공한 사건으로 멕시코 군부를 뒤흔들었습니다.

이러한 세간의 이목을 끄는 사건에도 불구하고 멕시코 군대와 대부분의 구성원은 마약 밀매 및 기타 형태의 조직범죄와 싸우는데 전념하고 있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멕시코 군인들과 경찰은 정직하고 헌신적인 공무원들입니다.

이번 사건에서 군인 가족들을 중심으로 무조건적 군인들에 대한 공격은 멈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처럼 헌신적으로 마약과의 전쟁을 수행 중인 대다수 군인들 때문입니다.

그러나 마약 밀매업자와 군대 사이의 부패와 결탁 문제는 멕시코 정부에게 여전히 심각한 과제이며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노력과 자원이 필요합니다.

이규화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