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걸 칼럼] 국회가 정치개혁을 한다고?

2023. 3. 13.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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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국회가 정치개혁을 한단다. 하긴 항상 정치개혁특위는 있었고, 역대 국회의장들도 정치개혁이나 개헌을 반복해서 주장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엔 좀 다른 느낌이다.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자는 소리를 하고 싶어도 항상 국민의 눈치를 보느라 감히 내놓지 못했는데, 김진표 국회의장이 비례대표 50석을 늘리자고 제안하면서 논의가 진행 중이다. 그뿐만 아니라 소선거구제로 유권자의 표와 당선자 수의 괴리가 심하다고 도농복합 중대선거구제나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도입도 논의 중이다.

의석을 늘린다니 의원과 정당들은 반대할 이유가 없겠지만, 국민은 다르다. 여론조사를 보면 대체로 70%에 달하는 국민은 의석수를 늘리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나 전문가들은 오히려 현재의 300명에서 150명으로 줄이자고 한다. 국민의 뜻과 역행해도 자신들에게 이익이 된다면 막무가내로 추진할 모양이다.

우리나라 국회의원은 면책특권과 불체포 특권을 포함해 수많은 특권을 누리고 있고, 의원 1인 당 최대 9명의 직원을 둘 수 있으며, 세비가 1억4000만원에 가깝고 각종 수당을 합치면 연 7억이나 드는 등 막대한 국민 세금이 지출되고 있다.

연봉이 높아도 그만한 가치가 있다면 모르겠는데, 국회의원들은 전혀 제값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 국민 일반의 생각이다. 더욱이 국회의원은 정부의 모든 기관 중 거의 꼴찌 수준의 신뢰도를 매년 기록하고 있느니 이건 차라리 없는 게 낫겠다는 사람도 많다. 오죽하면 할 수만 있으면 요즘 나오는 똑똑한 AI로 국회의원을 모두 바꾸자는 사람까지 있을까.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국민 다수가 소선거구제를 선호하는데 선거구를 비롯한 선거제도를 복잡하고 다양하게 바꾸려는 시도도 반드시 옳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전체 득표수와 당선자 수의 괴리가 큰 것은 사실이지만 각 선거구에서 유권자들이 던진 표를 모두 합산하고 그것을 당선자 수와 비교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타당할까.

유권자들은 자신의 선거구에 출마한 후보들에게 표를 행사한 것이지 특정 정당에 표를 행사한 것이 아니다. 정당투표는 어차피 비례대표 배분에 적용하고 있지 않은가.

선거제도가 복잡해질수록 유권자는 내가 행사하는 표가 누굴 뽑는 것인지 알 수 없어진다. 비례대표는 직능이나 사회적 소외계층을 대표하도록 도입되었지만, 과연 비례대표제가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요즘은 돈과 관련된 부패는 줄어들었지만, 능력과 자격보다 이런저런 인연을 이유로 깜량도 안되는 인사들이 국회의원 뱃지를 달고 거들먹거린다.

비례대표 한 번 하고 나서 지역구 공천을 받으려고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당권을 가진 사람에게만 충성하는 비례의원이 대다수니 그것도 꼴불견이다.

한국 정치의 문제는 선거구나 선거제도에 있는 것이 아니다. 선거제도는 게임의 규칙이고 그 규칙은 모든 참여자들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면 된다. 소선거구제가 그렇게 문제가 많다면 왜 민주주의의 종주국인 미국과 영국은 소선거구제를 유지하고 있는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결과 위성정당이 대거 출현했는데, 이것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문제인가, 아니면 이를 우회한 사람들의 문제인가. 국회 소수정당의 의사를 반영하고 숙고의 과정을 거치자고 만든 안건조정위원회 구성에 다수당이 위장 탈당시킨 사람을 야당 몫으로 배정해 패스트트랙을 무력화시키는 사람들이 문제지 안건조정위 제도 자체의 문제가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요구한다. 정치개혁을 하려거든 사람부터 바꾸자. 스스로 국회의원의 불체포나 면책 등 각종 특권부터 폐지하라. 비서관 수도 절반으로 줄이고 세비도 절반으로 줄여 국민을 위한 봉사자로서 국회의원의 지위를 먼저 만들어라. 국민소환제를 도입해 당선 후 문제가 있는 의원을 해임할 수 있도록 하라. 아울러 공천권을 가진 당 대표에 충성하지 않아도 공천받을 수 있도록 당내 민주주의를 확보하는 방안부터 마련하라.

요컨대 자신들이 손해 볼 개혁을 과감히 실행에 옮기는 사람들을 국회로 보내야 한다. 그리고 국민의 신뢰도가 적어도 정부조직 중 상위 50%에 들기 전에는 결코 의원 수도, 세비도 지금의 50% 선에서 동결하라. 그것이 여러분의 주인인 국민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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