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의 역주행…산업부문 온실가스 감축 목표 14.5%→ 5%

기민도 2023. 3. 13.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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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녹위는 목표 수치 제시된 회의록 수정
지난해 10월 26일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장관들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산업통상자원부가 2030년 산업부문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현행 14.5%에서 5%로 낮춰야 한다는 의견을 관련 부처와 위원회에 낸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문재인 정부가 2030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로 감축하겠다(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며 산업부문 감축 목표치를 14.5%로 제시했지만, 현재 산업부는 이 목표치를 3분의 1 수준으로 축소하려는 것이다. 세계적인 기후 위기 대응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산업부는 2030 엔디시 이행로드맵을 만드는 과정에서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 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와 환경부에 산업부문 온실가스 감축안으로 5%(1300만톤 감축)를 제시했다. 다만, 산업부가 제시한 5% 감축 목표가 그대로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탄녹위는 오는 22일로 예정된 공청회에서 ‘2030 온실가스 감축목표 수정안’을 공개할 방침이다.

산업부가 제시한 5% 감축 목표는 2019년 12월 발표된 ‘2030 엔디시 기존안’의 산업부문 감축목표(6.4%)보다도 낮은 수치다. 산업부가 업계 논리에만 매몰돼 기후위기 대응에 무감각한 인식을 드러낸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더욱이 엔디시는 앞서 제시한 엔디시보다 강화돼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진전의 원칙’에 따라 문재인 정부가 2021년 10월 제시한 엔디시 상향안의 2018년 총배출량 대비 40% 감축 목표는 수정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산업부문 목표가 낮아지면 다른 부분에서 보완을 해야 하는데, 전환(발전·44.4% 감축)·건물(32.8% 감축)·수송(37.8% 감축) 등 다른 부문의 감축 목표는 이미 30%를 상회해 이것도 쉽지 않다. 산업부문의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국제사회에 약속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가 사실상 어려워 질 수밖에 없다. 앞서 지난해 4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지구 온도 상승 폭을 2100년까지 1.5도로 제한하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전 세계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2019년 대비 2030년까지 43%, 2050년까지 84% 감축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위기 대응과 기후경쟁력을 위해서도 산업부문 감축목표가 후퇴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황인철 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장은 “기업들이 책임을 하지 않으면 2030 엔디시 목표와 기후위기 대응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으로 14.5%도 부족하다”며 “기업의 책임을 줄여주는 방식은 오염자부담 원칙이라는 생태환경 분야의 중요한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했다. ‘환경경제학자’인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유럽연합의 탄소 국경조정제도(CBAM) 등 기후 무역규범이 강화되는 흐름 속에서 기업에 반대 시그널을 주고 있다”며 “전 세계가 탈 탄소 경제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데 그 정도 목표 수치로는 탈 탄소 경쟁력과 기후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방해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위 회의록은 지난달 28일 확인한 산업부문 감축목표 축소분 수치 5%가 담겨 있는 회의록. 아래 회의록은 수치가 삭제된 회의록. 탄녹위 누리집.

한편, 탄녹위는 산업부의 이런 의견과 관련해 감축 목표 수치 5%가 담긴 문장을 회의록에서 뒤늦게 삭제해 그 배경에 의문이 제기된다. <한겨레>가 지난달 28일 확인한 탄녹위의 ‘2023년 제1차 녹색성장·국제협력 분과위원회 결과(2월1일)’ 회의록을 보면, 2030 NDC 이행로드맵(안)에 관해 “산업부문 감축 목표 축소분(14.5% → 5%)을 국제감축으로 일부 가능하다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러나 현재 같은 회의록에는 “국제감축 부문의 감축량을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부정적”이라고만 나온다. 회의록을 올린지 한달이 지난 뒤 관련 취재가 시작되자 수정한 것으로 추정된다. 수정된 회의록을 보면, 산업부문 온실가스 감축을 5%로 축소하는 의견과 이를 국제 부분 감축으로 일부 보전하려고 조율한 과정은 알 수 없게 된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은 “산업부문 감축목표를 14.5%에서 5%로 축소하는 것을 논의한다는 것 자체가 황당한데, 취재가 시작되자 회의록을 바꿔치기했다는 것은 대통령 소속 위원회로서의 도덕성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에 대해 탄녹위 관계자는 “산업 부분 수치가 계속 바뀌기 때문에 의미 없는 데이터라 수정했다”며 “3일3일 회의록을 수정하고, 내부보고를 거친 후 홈페이지에 올렸다. 취재 때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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