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강에서도 ‘녹조 쌀’ 발견…식약처 ‘부실 조사’ 의혹

남종영 2023. 3. 13.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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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과 영산강 주변에서 농사지은 쌀에서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는 환경단체 조사 결과가 나왔다.

낙동강네트워크·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와 대한하천학회, 국회환경노동위 이수진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은 13일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해 가을 수확한 낙동강∙영산강 유역 23곳의 쌀을 농민에게 직접 구입해 분석한 결과, 낙동강 6곳, 영산강 1곳 등 총 7개의 샘플에서 국민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수준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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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환경단체 “낙동강 등 프랑스 기준 최대 5배 마이크로시스틴 나와”
“문제 없다”던 식약처, 4대강 주변 농지 분석 안한 것으로 드러나
지난해 8월11일 부산시민들의 식수 원수를 취수하는 경남 물금·매리 취수장 인근 낙동강이 녹조로 초록색을 띠고 있다. 환경단체는 녹조로 오염된 물을 농업용수를 쓰면서, 쌀 등 농작물에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잔류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연합뉴스

낙동강과 영산강 주변에서 농사지은 쌀에서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는 환경단체 조사 결과가 나왔다. 앞서 지난 1월 국내 농산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발표와 정반대되는 결과여서 식약처의 ‘부실 조사’ 의혹이 제기된다.

낙동강네트워크·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와 대한하천학회, 국회환경노동위 이수진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은 13일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해 가을 수확한 낙동강∙영산강 유역 23곳의 쌀을 농민에게 직접 구입해 분석한 결과, 낙동강 6곳, 영산강 1곳 등 총 7개의 샘플에서 국민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수준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마이크로시스틴은 녹조에 함유된 간·생식 독성물질로, 일부 종은 청산가리(시안화칼륨)의 6600배의 독성을 지녔다. 환경단체는 4대강 주변 농민들이 녹조가 핀 강물을 농업용수로 갖다 쓰면서, 쌀에 마이크로시스틴이 축적된 것으로 보고 있다.

구체적으로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경북 고령군 제1지점(낙동강)에서 1.92㎍/㎏의 마이크로시스틴이 최고 농도로 검출됐다. 전남 영암군 제2지점(영산강)에서도 1.57㎍/㎏이 검출됐다. 60㎏ 몸무게를 지닌 성인의 일일 섭취량으로 환산했을 때, 프랑스 식품환경노동위생안전청(ANSES) 기준의 각각 5배와 3배에 이르는 수치다. 이 조사는 마이크로시스틴 총량을 분석하는 ‘정밀효소면역측정법’(ELISA)이 사용됐다.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 마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낙동강·영산강 녹조 우심 지역 주변 논에서 구입한 쌀에서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뒤,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그동안 환경부는 환경단체의 마이크로시스틴 검출 방식인 정밀효소면역측정법(ELISA)의 신뢰도에 꾸준히 의문을 제기해왔다. 이에 환경단체는 환경부 주장에 따라 마이크로시스틴 4종을 따로 분석하는 ‘액체크로마토그래피 질량분석법’(LC-MS/MS)으로도 같은 시료를 분석했다. 이 분석법은 환경부가 채택하고 있는 방식이다. 그 결과, 두 지점에서 각각 1.69㎍/㎏과 1.24㎍/㎏이 검출돼, 프랑스 일일 섭취량 기준을 훌쩍 넘어섰다.

그동안 환경단체와 언론의 자체 조사를 통해 낙동강 일대의 농작물과 수돗물, 대기 그리고 금강 하굿둑 주변의 쌀에서 마이크로시스틴 잔류 사실이 보고된 바 있다. 영산강에서 지은 쌀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액체크로마토그래픽 질량분석법을 이용해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 것도 이번 조사 결과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분석법의 신뢰도를 문제 삼아 그동안 ‘수돗물 등에 마이크로시스틴이 없다’고 주장해 온 환경부가 이에 대해 답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4대강 인근 지역에 간질환 발생률이 늘었다는 연구 결과가 국제학술지에 실린 적도 있어, 4대강 녹조는 환경 문제에서 공중보건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식약처 조사에서 안 나온 이유?

지난 1월 식약처는 보도자료를 내어 지난해 9~12월 쌀 70건을 수거해 분석한 결과, 마이크로시스틴이 하나도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왜 상반된 조사 결과가 나왔을까?

환경단체는 녹조가 발생하는 4대강 주변 지역 농지에서 생산된 쌀을 농민에게 직접 얻어 검사했고, 식약처는 주변 지자체의 종합미곡처리장과 마트 등 유통 중인 쌀을 무작위로 선별해 검사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근 식약처가 이수진 의원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식약처는 경북 고령·구미, 경남 창녕·함안 등 40개 지자체의 미곡종합처리장과 로컬푸드 직매장, 마트 등 유통 단계의 쌀 시료를 검사했다고 밝혔다. 4대강 가까이서 농사지은 쌀은 사실상 분석 대상에서 포함되기 어려웠던 것이다.

이에 대해 김규 식약처 농수산물안전정책과장은 “식약처의 업무는 유통 중인 식품의 안전성을 확인하는 것”이라며 “쌀 생산 단계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환경부, 농축산식품부 등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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