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충격, 국내 은행 ‘뱅크런’ 우려 없나

이명철 2023. 3. 13.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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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상 여파…SVB, 채권 손실·자금 인출 ‘겹악재’
국내 은행권, 대출 부실 우려 크지만 대거 충당금 쌓아
예수금으로 금융자산 투자 적고 연체율 등 안정적 수준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 소식에 국내 은행권의 안정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SVB 파산의 원인인 긴축적인 통화정책이 한국도 예외가 아니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과 경제 위기가 겹치면서 국내 은행들도 대출 부실 우려가 지속 제기되고 있다. 다만 국내 은행들의 대출 구조와 자본 적정성 등을 감안할 때 SVB의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낮다는 판단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 위치한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사에 있는 로고. (사진=연합뉴스)

긴축 기조에 유동성 악화…대형 은행도 ‘휘청’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실리콘밸리 내 스타트업들을 주고객으로 두고 있는 SVB는 최근 채권 매각 손실과 고객의 자금 인출 여파로 파산했다. 미국 16위권이자 총자산 2000억달러 규모의 은행 파산은 긴축 기조에 따른 가파른 금리 인상이 금융권에 치명적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SVB의 파산은 코로나19 사태로 풍부하게 늘어났던 유동성이 긴축 기조로 전환하면서 위축됐기 때문이라는 게 금융권의 공통된 견해다.

SVB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조달해 입금한 자금을 대거 미국 장기채 등에 투자했다. 그러나 금리 인상 여파로 대규모 평가 손실이 났고 자금 인출이 맞물리자 이를 감당하지 못해 결국 파산 절차를 밟았다.

국내 은행들도 가파른 금리 인상과 경기 악화라는 위험에 놓인 상태다. 코로나19 기간 기업·가계 대출 수요가 크게 늘었는데 연체율 증가 등 부실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인 NICE신용평가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가파른 금리 상승에 따라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SVB 사태의 전개와 사후 처리 과정은 금융시장, 경제 상황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우리나라 금융시장에서도 이와 유사한 맥락의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은행업계 1, 2위를 다투는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지난해 3분기 기준 기업대출 중 중소기업의 비중은 각각 84.6%, 87.7%에 달한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 또한 안심할 수 없다.

SVB는 자산을 채권에 주로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입었는데 국내 은행들도 금융성 자산 비중이 적지 않다.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총자산에서 유가증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2021년말 기준 17.2%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말(16.4%)보다 소폭 상승했다. 지난해 9월말 16.2%로 다소 줄긴 했지만 지난해 증시 부진에 따른 평가손실이 반영됐을 여지가 크다. 신한은행의 유가증권 비중은 지난해 9월말 현재 19.1%다.

韓은행 건전성 지표 개선, 정부 지원 가능성도

국내 은행권에서 SVB와 같은 대규모 자금 인출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우선 투자 포트폴리오의 비중이 대부분 대출이다. 국내 4대은행의 예대율(은행 대출금을 예수금으로 나눈 비율)은 90%대 후반에서 100% 안팎 수준이다. 예수금으로 받은 돈을 대부분 대출로 활용한다는 의미로 위험성이 큰 금융 자산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이 나는 것과 연관이 낮은 셈이다.

국내 금융지주들은 경기 악화에 대응해서도 충분한 대응을 하고 있다. 국내 5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NH)이 지난해 쌓은 대손준비금 등 충당금은 5조8900억원으로 6조원에 육박한다. KB금융이 전입한 충당금만 1조8350억원에 달한다.

주요 건전성 지표도 양호하다. 지난해말 기준 국내 은행의 연체율(1개월 이상 연체 기준)은 0.25%에 그친다. 4대 은행의 경우 0.20%로 평균을 밑도는 수준이다.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국민은행 0.34%, 신한은행 0.25%, 하나은행 0.21%, 우리은행 0.19%로 대체로 개선세를 나타냈다.

특히 국내 은행들의 안정성을 담보하는 것은 정부다. 국내에선 4대 은행을 비롯해 농협·대구·수협·부산·씨티·SC 등 대다수 신용등급이 가장 높은 ‘AAA’를 받고 있는데 ‘유사 시 정부 지원 가능성’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구제금융 투입 여부를 고민하는 미국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박선지 NICE신평 연구원은 “한국의 은행들도 금리가 오르면 손실이 날 수도 있고 유가증권 등 금융성 자산 투자가 많기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은행에 대한 신뢰도”라며 “국내 은행들은 예수금의 베이스가 튼튼하면서 예대율이 100% 안팎이고 예금자 보호나 정부 지원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뱅크런이 일어날 가능성이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철 (twomc@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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