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7천만원"… 약값에 고통받는 폐암환자

이지안(cup@mk.co.kr) 2023. 3. 13. 17: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치료제 '타그리소' 복용환자
1차급여 안돼 약값 부담 호소
방글라데시서 복제약 직구도
他항암제도 잇단 급여화 요구

"폐암 환자와 가족들은 암 투병만으로도 버거울 텐데, 약값과의 사투로 하루하루가 고통스럽습니다."

본인을 폐암 4기 환자라 밝힌 이가 얼마 전 국회 청원 홈페이지에 '타그리소' 치료제를 급여화해 달라며 올린 청원 글이 화제가 됐다. 청원 글은 5만명의 동의를 얻어 위원회에 회부돼 본회의 심의를 앞두고 있다.

13일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폐암 환자와 가족들이 고액의 약값으로 인해 부담을 호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6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폐암 치료제 타그리소의 1차 치료급여 요청에 관한 청원'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씨(62)는 "1년 약값으로 7000만원을 넘게 썼다"며 "치료비가 버거운 암 환자는 비단 나뿐만이 아니다"고 전했다. A씨는 6년 전 폐암 진단을 받고 치료했지만 2년 전 암이 재발해 뇌까지 전이돼 시한부 3개월을 선고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타그리소를 복용한 후 A씨는 건강이 급속도로 호전됐다고 설명했다. A씨는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지금까지는 모아둔 돈으로 약값을 어렵게나마 부담했지만 (약 복용을) 지속하기가 어려워 중도에 포기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현재 폐암 치료제 타그리소는 1차 치료에는 보험 적용이 되지 않고 2차 치료부터 가능하다. 비급여로 처방받을 경우 약값은 한 달 기준 600만원이고 1년이면 7000만원을 웃돈다. 암이 뇌까지 전이된 환자에게는 타그리소가 유일하게 치료 효과가 있어 다른 약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폐암 환자와 가족은 비싼 약값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약 15만 회원 수를 보유한 네이버 폐암 환자 커뮤니티에는 타그리소 복제약을 구하는 방법에 대해 공유하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달 6일에도 "타그리소 제네릭(복제약)을 요즘도 방글라데시에서 직구가 가능한지 궁금합니다. 아버지께서 뼈 전이로 치료 대기 중이신데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타그릭스(타그리소 복제약)라도 구하고 싶어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타그리소만 급여화가 이뤄진다면 다른 항암제와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는 유방암 치료제 '엔허투', 대장암 치료제 '비라토비'와 같이 1회 치료비용이 수백만 원을 상회하는 치료제들의 급여 등재 청원이 올라와 있는 상태다. 타그리소 제약사인 아스트라제네카 관계자는 "현재 타그리소는 60여 개국에서 1차 치료제로 보험급여를 적용받고 있는 실정"이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85% 이상이 타그리소를 1차 급여로 인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지난해 일본인을 대상으로 한 타그리소 효용성 실험에서 긍정적 데이터들이 산출돼 이를 암질환심의위원회에 제출했다"고 덧붙였다.

[이지안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