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사회적 갈등 해결은 지속적인 대화로

2023. 3. 1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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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14일 대한민국 27번째 원전인 신한울 1호기 준공식이 경북 울진에서 열렸다. 2010년 착공을 시작한 지 12년 만의 결실이다. 신한울 1호기 운영으로 울진군민들은 지역사회에 활력이 더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과거에는 지역주민이 원전 건설을 반대하는 '님비(NIMBY·Not In My Backyard) 현상'을 보이던 때도 있었으나 신한울 원전 사례는 님비 현상이 '내 앞마당에 설치해 달라'는 '핌피(PIMFY·Please In My Front Yard) 현상'으로 바뀐 대표적인 사례다. 이러한 변화는 국책사업 추진 과정에서 정부가 공동체의 이익이라는 명분으로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기보다는 대화를 통해 주민들을 설득하고 적절한 보상을 제시하는 전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런데 국책사업을 둘러싼 갈등이 반드시 당사자 간 협의를 통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당사자 간 대화의 물꼬를 트기조차 어려운 경우에는 중립적인 제3자의 조정이 필요하다. 울진 죽변비상활주로 집단민원 조정 사례가 그 예다.

1978년 울진군에는 한울원전 용지와 죽변비상활주로 용지가 선정됐는데 용지 간 거리가 1.5㎞에 불과해 주민들은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해왔다. 2015년 죽변비상활주로와 1㎞ 남짓 떨어진 용지에 신한울 3·4호기의 건설이 확정되자 주민들은 "죽변비상활주로를 폐쇄 또는 이전해 달라"는 집단민원을 국민권익위원회(국민권익위)에 제기했다. 이듬해 국민권익위를 중심으로 국방부, 국토교통부, 한수원, 울진군 등 관계기관들과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합의했으나 신한울 3·4호기 건설이 무산되면서 협의체 구성 논의도 함께 중단됐다.

신한울 3·4호기의 건설 재개가 추진되자 지난해 4월 울진군 주민 7606명은 죽변비상활주로를 폐쇄 또는 이전해 달라는 집단민원을 국민권익위에 다시 제기했다. 국민권익위는 수차례 현장 조사와 신청인 대표 및 지역주민들과의 면담, 관계기관 회의 끝에 조정안을 마련했다. 조정안에 따르면 죽변비상활주로를 폐쇄하고 그 대체시설로 기존 울진비행장을 지정해 유사시에 비상 목적으로 활용하게 된다.

조정안이 실행되면 지역주민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불식될 뿐 아니라 지역사회, 나아가 국가 전체적으로도 미래 번영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죽변비상활주로가 폐쇄되면 원전 주변의 비행금지구역과 활주로 상공 비행안전구역의 일부 중첩 구간이 해소된다. 또한 여의도 면적에 맞먹는 약 824만4000㎡의 비행안전구역이 해제돼 지역주민의 재산권 사용이 보장된다. 한수원에 따르면 신한울 3·4호가 조기 착공되면 화력발전 대비 약 4205억원의 경제적 효과가 유발된다고 한다. 2030년까지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의 40%를 감축하겠다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권익위는 이 밖에도 비행소음 해소, 민통선 초소 철거 요청 등의 집단민원을 접수해 처리 중이다. 국민권익위는 이러한 집단민원도 주민들, 관계기관들과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합의를 도출해 가고자 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갈등은 계속해서 존재할 수밖에 없다. 지속적인 대화는 갈등 당사자 간에 양보와 타협을 유도할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이전에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합의안을 도출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국민권익위는 지속적인 대화가 문제 해결의 열쇠라는 점을 명심하고 집단민원 조정의 중추적 기관으로서 그 소임을 다할 것이다.

[김태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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