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글래스에 필요한 광학렌즈 전세계 점유율 30% 달성할 것

나현준 기자(rhj7779@mk.co.kr) 2023. 3. 13.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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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혁 레티널 대표

'안경을 벗으려는 사람들에게 안경을 다시 쓰게 하라.'

국내 유일한 메타버스 디바이스 부품 스타트업인 레티널에 부여된 특명이다. 요새는 '탈안경' 시대다. 눈이 안 좋은 사람은 대부분 안경을 쓰기보다는 라식, 라섹 혹은 렌즈삽입술 수술을 하려고 한다. 눈이 좋은 사람들은 본래부터 안경을 쓰지 않는다.

하지만 안경이 꼭 필요한 분야가 있다. 바로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합친 AR(증강현실·메타버스의 일종)이 그 주인공이다. 이미 분위기는 무르익고 있다. 애플과 삼성전자 등 톱티어 기업들이 2~3년 내 AR글라스를 내놓을 전망이다. '너드' 이미지가 강해 쓰기 꺼려졌던 안경이 AR글라스로 진화하면 인플루엔서들이 착용하는 '감성 안경'으로 탈바꿈한다는 이야기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선 장시간 편하게 AR을 볼 수 있게끔 하는 광학렌즈가 필요하다. 레티널은 이 광학렌즈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8년 차 스타트업이다.

최근 안양시 평촌역 인근 사무실에서 만난 레티널 김재혁 대표(사진)는 "조만간 AR글라스 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3년 후인 2026년 매출액 1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레티널이 독자 개발한 '핀틸트' 방식은 기존 미국 빅테크들이 개발했던 방식(버드배스·EPE)을 개선하며 화면 내 이미지 퀄리티를 높이고 전력 소비를 줄였다.

2026년에 매출 1조원을 달성하려면 광학렌즈 약 1000만대를 팔아야 한다. 지난해 판매량보다 500배를 늘려야 한다. 언뜻 보면 사업가 특유의 과한 긍정이 목표에 투영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김 대표 목표에는 나름 근거가 있다. 애플은 올해 상반기 XR 기기(AR+VR)를 출시하면서 순차적으로 AR글라스 시장을 열 예정이다. AR글라스 시장은 매년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고 시장조사기관에 따라 다르지만 2020년대 후반엔 1억대까지 판매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연간 스마트폰 판매량(14억대)의 약 5~10%다.

김 대표는 AR글라스 광학렌즈 시장에서 약 30% 점유율을 가져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본래 광학 분야는 일본이 절대 강자이지만 일본 업체들은 주류인 '축 광학'을 주로 했다. 하지만 AR글라스에선 약간 비틀어서 접근하는 '비축 광학'이 중요하다. 아직 이 분야는 '절대강자'가 없다. 한국 레티널이 핀털트 방식으로 가장 앞서고 있고, 미국 디지렌즈, 아비건트, 영국 웨이브옵틱스 등 비일본 업체들이 시장을 나눠 가질 것으로 보인다.

즉 AR글라스가 스마트폰 시장의 5% 정도까지 커지면서 동시에 AR글라스 광학렌즈 시장의 약 30%를 레티널이 가져가게 된다면 '조 단위' 매출도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김 대표는 "영업이익률 역시 두 자릿수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향후 AR글라스가 보편화되면 안경을 낀 상태로 음성인식 기능을 통해 챗GPT와 소통하며 자료를 검색하거나 관련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대표는 현재 계약물량을 평촌 지식산업센터 내에 마련한 제조공정 시설에서 납품하고 있다. 향후 계약 물량이 많아지면 공장을 설립해야 하는데 우선 국내에서 짓는 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광학기술 관련 전공자가 점점 줄어서 인재를 구하기 힘들다는 점, 그리고 플랫폼과 달리 제조업 스타트업에는 우호적이지 않은 투자·대출 환경 등이 개선돼야 한다는 게 김 대표 주장이다. 그는 "조금 더 기술력 있는 제조업 스타트업에 친화적인 투자·대출 환경이 조성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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