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X파일] 곽상도 하나은행 로비 혐의...김만배 육성엔 "최순실 통해 해결"

봉지욱 2023. 3. 13.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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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검찰 증거기록 40,330쪽 및 녹취록 음성파일 100여 개 등 '대장동 X파일' 입수 

② 검찰이 못 밝힌 곽상도의 '하나은행' 로비 혐의...김만배 육성에는 "최순실 통해 해결"

③ 대장동 최대 위기는 '호반건설의 하나은행 압력 사건'...남욱 "이거 막아줬으면 50억도 부족" 

④  '뉴스타파 x PD수첩' 공동 기획보도, 내일(14일) 밤 9시 MBC서 방송

지난해 11월부터 정영학 녹취록을 바탕으로 대장동 검찰 수사를 검증했던 뉴스타파는 방대한 자료를 추가로 입수했다.

이번에 확보한 자료는 2021년 말과 2022년 초, 검찰이 두 차례에 걸쳐 법원에 제출한 증거기록이 핵심이다. A4 용지 40,330쪽으로 김만배와 남욱, 유동규, 정영학 등에 대한 검찰 조서는 물론 하나은행, 킨앤파트너스, 성남시 공무원, 분양업자 등 주요 관련자들의 조서가 포함됐다. 이에 더해 정영학 회계사가 스스로 검찰에 제출한 음성파일 100여 개도 입수했다. 뉴스타파가 지난 1월 12일 공개한 '정영학 녹취록' 1,325쪽은 이 음성파일을 글자로 푼 것이다. 

뉴스타파는 두 달에 걸쳐 기존 자료와 새로 입수한 증거기록을 교차 분석했다. 이를 통해 대장동 업자들이 검찰 수사망을 피하며 막대한 부를 챙길 수 있었던 배경, 그리고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놓쳤거나 알고도 모르쇠했던 사실들을 밝히는 데 집중했다.  

뉴스타파는 대장동 의혹의 실체를 간직한 이른바 '대장동 X파일' 기획보도를 오늘(13일)부터 시작한다. 첫 순서는 곽상도의 '50억 뇌물 무죄' 판결문에도 등장한 '하나은행 로비 사건'이다.  

2021년 김만배 육성파일에 등장한 '최순실과 정윤회' 

검찰 기록과 별도로 뉴스타파는 김만배 전 머니투데이 기자의 육성파일을 확보했다. 김만배는 검찰 수사가 시작되기 직전인 2021년 9월 15일, 경기도 성남시 운중동에서 신학림 뉴스타파 전문위원을 만났다. 두 사람은 모두 한국일보 출신이다. 이날 대화에서 김만배는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과 정윤회를 거론했다. 정윤회는 최순실의 전 남편이다. 

김만배는 박영수 특검이 임명된 과정을 설명하다 돌연 "나는 이경재 변호사님이랑 친하니까. 순실의 존재, 정윤회 존재를 다 알고 있었지"라고 말한다. 이어 "이 은행을 어떻게 다 묶었겠어? 내가 은행을 한 군데도 모르는데"라면서 "이 얘기는 누구한테도 안 하는 거야. 아니 죽을 때까지 하지 말아야지"라고 덧붙였다. 

여기서 은행은 김만배가 이끈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들어간 하나은행, 국민은행, 기업은행 등을 뜻한다. 이 중 컨소시엄 대표사는 하나은행이었다. 이경재 변호사는 정윤회와 최순실의 '집사 변호사'로 불리는 인물이다. 그런데 김만배가 죽을 때까지 말하면 안 된다는 비밀은 과연 무엇일까. 

그래서 이 저 이제 대통령이, 아니 특검이 된 거지. 그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어. 나는 이경재 변호사님이랑 친하니까. (최)순실의 존재, 정윤회 존재를 다 알고 있었지. 이 은행을 어떻게 내가 다 묶었겠어? 내가 은행을 한 군데도 모르는데. 그런데 이 얘기는 누구한테도 안 하는 거야! 아니 죽을 때까지 하지 말아야지, 응! “변호사님, 제가 이렇게 했는데 호반(건설)이 너무 치고 있어서, 좀 이 (은행) 결속이 필요합니다.
- ▲김만배 육성파일(2021.9.15. 녹음)

무덤까지 가야 할 김만배의 비밀은 '호반건설의 하나은행 압력 사건' 

 대장동 업자들은 2015년 3월 27일, 대장동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다. 건설 실적이 전무한 화천대유가 사업비만 1조 5천억 원에 이르는 도시개발 사업권을 따낸 것이다. 사업자 선정 배경의 핵심에 화천대유와 컨소시엄을 맺은 '하나은행'이 있었다. 하나은행은 부동산 PF 실적과 신용등급이 국내 최고 수준이었다.  

정영학과 남욱의 검찰 진술에 따르면, 경쟁자였던 호반건설이 하나은행과 화천대유가 맺은 컨소시엄을 와해시키려 한 정황이 나온다. 당시 호반건설은 산업은행과 함께 대장동 사업에 뛰어든 상태였다. 

2021년 10월 22일, 남욱은 검사에게 "호반건설이 하나은행 컨소시엄을 깨고 같이 대장동 사업을 하자고 했고,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관련 자금을 다 빼겠다고 협박성 발언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했다. 

남욱의 진술은 하나은행 담당자의 검찰 조서에서도 교차로 확인된다.

2021년 11월 9일, 검찰은 하나은행 관계자를 불러 '호반건설의 하나은행 압력 사건'을 묻는다. 이 관계자는 처음엔 압력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다 검사가 거듭 추궁하자 "호반건설 측에서 산업은행과 하나은행을 합치고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작은 임대주택 부지를 제공하여 적은 이익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컨소시엄에 더 많은 이익을 가게 하자는 제안이 들어왔다"다고 대답했다. 모종의 압력이 있었다고 실토한 것이다.   

대장동 업자들에게 절체절명의 위기가 찾아왔지만, 호반건설의 의도대로 되진 않았다.

남욱은 하나은행을 지킬 수 있었던 뒷배로 '곽상도'를 지목했다. 남욱은 검사에게 "하나은행 김정태 회장이 마음이 흔들려서 성남의뜰 컨소시엄(하나은행-화천대유)이 깨질 뻔했지만, 곽상도가 도움을 줘서 막을 수 있었다"고 진술했다.  

▲ 남욱 피의자 신문조서 5회(2021.10.22)   
▲ 하나은행 관계자 진술조서 3회(2021.11.9)

곽상도 아들 50억 퇴직금 무죄 판단한 법원 "곽상도가 막은 증거 없어" 

지난달 8일, 법원은 아들을 통해 50억 원의 뇌물을 받은 곽상도의 혐의가 무죄라고 판결했다. 앞서 검찰은 '호반건설의 하나은행 압력 사건'에서 곽상도가 해결사 역할을 했다고 봤다. 정리하면, 김만배가 곽상도에게 청탁하고, 이후 곽상도가 하나은행을 접촉해 컨소시엄 붕괴를 막아줬단 것이다. 하나은행 김정태 회장과 곽상도, 김만배가 모두 성균관대학교 출신이란 점도 의혹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법원은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검찰은 곽상도가 김정태와 만났거나 연락하는 등의 결정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그런데 뉴스타파의 김만배 육성파일에 이 사건과 관련한 또 다른 인물이 등장한다.  

육성파일 속 김만배는 '이경재 변호사를 통해 최순실에게 부탁했고, 결과적으로 하나은행의 컨소시엄 이탈을 막았다'는 취지로 말한다. 김만배는 "그래서 내가 물어보지도 않았어. (최순실이) 누구한테 했냐고. 그게 뭐 (우리가) 바보야?"라며 최순실이 개입했음을 재차 시사했다.  

왜냐하면, 호반(건설)이 (대장동 사업을) 뺏어가려고 하니까. 호남의 대(큰) 건설회사고, 거기에 비하면, (화천대유는) 중소기업도 안 되잖아? 그러니까, 이경재 변호사가 “그래, 우리 김 국장이, 김 팀장이 그거 한다면 내가 뭐! 걱정하지 마”. 그런데 그 다음 날 뭐 우리가 묶어 놨던 (하나)은행을 호반(건설)이 뺏어가려고 그랬었는데. 그 이후로 그냥 (하나은행이) 적극적으로 그냥 우리하고 대동단결하더라고. 그래서 내가 물어보지도 않았어. (최순실이) 누구한테 했냐고. 그게 뭐 (우리가) 바보야?
- ▲ 김만배 육성파일(2021.9.15. 녹음)

머니투데이 기자 "2016년 최순실 입국 단독기사, 김만배가 알려줬다" 

이날 김만배는 그때 최순실에게 신세진 것을 약 1년여 뒤에 갚았다고 주장했다.

2016년 10월 30일, 국정 농단이 불거지자 해외를 전전하던 최순실이 입국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김만배 기자가 재직 중인 머니투데이는 <비선 실세 최순실 귀국> 단독 기사를 썼다. 최순실의 입국 사실을 가장 먼저 보도한 것이다.

해당 기사를 작성한 머니투데이 이태성 기자는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김만배 선배가 말해줘서 썼는데, (김만배가 이 내용을) 어떻게 알았는진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만배와 최순실의 인연설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당시 언론은 검찰이 인천공항에서 최순실을 긴급체포하지 않은 것을 특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로 최순실은 귀국 이튿날에야 검찰에 출석했는데, 김만배는 이 또한 자신이 힘써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래서 내가 순실이도 많이 보호해 줬었지. 미국, 독일에서 저 일요일날 전화가 왔더라고 비행기 탄다고. 그래서 월요일 날 김포공항에, 영종도에 7시에 도착했다고. 그래서 내가 “발표하지 마라. (인천공항에서) 올림픽대로 출발했을 때, 진입했을 때 '최순실 입국' (기사) 쓸 테니까. 그러면 저 공항이 난리가 날 거고, 서울로 무사히 들어올 거다. 
그래서 그렇게 해줬지. 그리고 단독(보도) 했지! 그리고 (최순실한테) “하루는 쉬어라! 내가 검사장한테 얘기해서 하루 저녁은 쉬게 할 테니까”. 다 비밀이 있는 거지!
- ▲김만배 육성파일(2021.9.15. 녹음)

▲머니투데이 기사(2016.10.30). 기사가 출고된 오전 8시 47분, 대다수 언론 기자들이 인천공항에서 최순실 입국을 기다렸으나 김만배의 말처럼 최순실은 이미 인천공항에서 서울로 진입한 시각이었다.  

대장동 최대 위기는 '하나은행 사건'...남욱 "막아줬으면 50억도 부족하죠" 

앞서 말했듯이 대장동 업자들의 최대의 위기는 바로 '호반건설의 하나은행 압력 사건'이었다.  

만일 하나은행이 자신들을 버리고 호반건설과 손을 잡을 경우, 대장동 업자들의 운명은 그날로 끝이었다. 이 사건과 관련해 남욱이 검사에게 "곽상도가 이것을 막아줬다고 하면, 솔직히 50억 원도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더 줘야죠"라고 말했을 정도다.  

▲남욱 피의자신문조서 5회(2021.10.22)      

2012년 로비스트로 대장동에 입성한 김만배는 3년 뒤인 2015년 대장동 지분 49%를 거머쥔다. 그가 3년 만에 최고 실세로 등극한 배경이 바로 '하나은행 사건'이다. 김만배는 스스로 해결사를 자처했고, 실제로 대부분 해결됐다. 정영학은 검찰 조사에서 "하나은행이 컨소시엄을 유지하는 것을 보고 김만배의 로비 실력을 실감했다. 김만배의 인맥이 두려울 정도였다"고 말했다.

김만배 "곽상도, 최순실은 허언...하나은행 누가 해결했는지 나도 궁금" 

2021년 11월 14일, 김만배는 검사에게 이렇게 말한다.

"하나은행 문제를 해결한 것과 관련해, 주위 사람들이 도대체 어떻게 해결한 것이냐, 최순실 빽이냐 곽상도 빽이냐"고 물어서 "최순실이나 곽상도의 도움을 받았다고 몇 차례 대답했던 적이 있지만 곽상도에게 부탁한 사실은 없다".

그러나 김만배가 직원들에게 수시로 최순실과 곽상도를 거론한 사실은 그간의 대장동 재판 과정에서도  거듭 확인된다.   

▲ 김만배 피의자신문조서 8회(2021.11.14)

그렇다면 최순실과 곽상도는 어떤 인연일까. 곽상도는 2011년 저축은행 부도 사태 당시,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의 변호를 맡았다. 그런데 김찬경은 최순실의 부친 최태민의 묘소가 있는 임야를 소유하는 등 최순실 집안과 막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곽상도가 2013년 박근혜 정부 첫 민정수석이 됐을 때 '최순실 추천설'이 불거졌다. 

결국 '호반건설의 하나은행 압력 사건''에 대한 정확한 진상 파악을 위해선 곽상도뿐 아니라 최순실의 개입 여부까지 정밀하게 조사할 필요가 있다. 

박영수 특검이 봐준 최순실의 하나은행 청탁 의혹...시민단체 고발로 재판 중 

최순실은 하나은행과 관련한 또 다른 사건에도 연루돼있다. 최순실은 2016년 초, 자신의 편의를 봐준 하나은행 독일 프랑크푸르트 지점장을 본부장으로 승진시키는 청탁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순실→안종범 경제수석→정찬우 금융위원회 부원장을 통해서다. 

2017년, 한 시민단체가 정찬우를 고발하면서 재판이 이어지고 있는데 정작 청탁자인 최순실은 재판을 받지 않고 있다. 박영수 특검이 청탁 혐의를 확인했지만, 무슨 이유인지 최순실을 재판에 넘기지 않았다.

'호반건설의 하나은행 압력 사건'과 관련해 이경재 변호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나를 통해서 최순실한테 (하나은행 관련 부탁을) 했다는 얘기는 전혀 말이 안 되는 엉터리"라면서 청탁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다만 이경재 변호사는 김만배의 부탁으로 2015년 9월부터 화천대유 자문을 맡은 사실은 인정했다.

검찰 증거기록에 따르면, 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2021년 9월까지 화천대유가 이경재 변호사에게 지급한 법률 자문료는 총 2억 2천여만 원이다. 그러나 어떠한 자문을 해준 흔적은 없었다. 화천대유 박현덕 상무는 "김만배 회장 지시로 이경재 변호사에게 매월 자문료를 보냈지만, 그가 화천대유에 자문해 준 자료는 본 적이 없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이 또한 어떤 대가로 자문료를 받았는지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 

뉴스타파는 MBC와 함께 '대장동 X파일'에 숨겨진 진실을 파헤쳤다. 김만배의 '최순실' 언급 육성과 정영학 녹취록에 등장하는 남욱, 정영학, 유동규의 목소리는 내일(14일) 밤 9시에 방송되는 <PD수첩>에서 최초로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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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 봉지욱 bong@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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