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때리면 듣는다?”…尹정부 ‘호응’ 요구 보란 듯 뭉갠 일본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한국 정부가 도출한 강제징용 '제3자 배상안'을 둘러싼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일본에 의미 있는 '호응'을 요구했지만, 일본은 오히려 강제징용 자체를 부정하는 발언을 내놓으며 정반대 움직임을 보이는 양상이다. 이달 중순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을 전후로 강제징용 해법 관련 논란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강창일 전 주일대사는 1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제3자 배상안'을 두고 "지금부터 일본이 더욱더 고압적으로 나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강 전 대사는 "(한국이) 한번 양보했기 때문에 '때리면 이제 듣는다' 이런 식의 기분이었을 것"이라며 "아주 자존심이 상하고 화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때리면 듣는다'는 강 전 대사의 분석은 한국 정부가 배상 주체를 한국 기업으로 한정하는 등 그동안 일본 정부와 기업이 요구해 온 사항을 윤석열 정부가 전적으로 반영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강 전 대사는 또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이 최근 "강제노동은 없었다"고 한 발언을 언급하며 "왜 이런 헛소리를 했는지 모르겠다. 자민당의 정략적 차원에서 얘기가 나온 것 아닌가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을 완전히 굴복시키겠다, 강제노동은 없었다, 다음에 이런 얘기 꺼내지 말라' 이런 것 아니겠나"고 부연했다. 한국 정부가 더 이상 이 문제를 거론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강력한 의중이 반영됐다는 뜻이다.
앞서 박진 외교부 장관은 '3자 변제안'을 공식화 하면서 "컵에 물이 절반 이상은 찼다"며 일본 측 호응을 기대한다고 했지만, 일본 정부는 가시적인 움직임은 커녕 강제징용을 부정하는 발언까지 내놓고 있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지난 9일 중의원 안전보장위원회에 출석해 '강제동원' 표현 적절성을 묻는 의원 질의에 "(개별 도항·모집·관알선·징용 등) 어떤 것도 조약상의 강제노동에는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이것들을 강제노동이라고 표현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국 측의 강제징용 배상안 해법안 제시 후 불과 사흘 만에 강제동원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한 셈이다. 하야시 외무상은 이어 "일·한(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이 끝난 일(이라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한국의 해법은) 한국 측 재단이 판결권을 빨리 실행하는 것으로 일본의 일관된 입장을 훼손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일본 의원들이 '한국에 새로운 사죄나 반성을 해선 안된다'고 요구하자 하야시 외무상은 추후 정부가 어떤 입장 발표도 없을 거라고 단언했다.
강 전 대사는 "일본이 왜 이렇게 꼼수를 부리는지 모르겠다"며 "청년미래기금 얘기도 나오던데 그것과 피해자들의 배·보상과 무슨 상관관계가 있느냐"고 질타했다. 이어 "일본은 왜 저렇게 꼼수를 부리는지,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한국은 뭔지 이해가 잘 안 된다"고 양국 정부를 모두 비판했다.
강 전 대사는 오는 16~17일 예정된 한·일 정상회담에서 진전된 안이 나올 가능성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역사적 사실에 대해 많이 공부하고 가서 논리적으로 제압을 하면서 성과물을 가지고 와주시라"고 당부했다.
그는 "박진 장관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지난번에 밝혔지 않나. 무슨 여지를 남겨놓은 것 같아서 기대해 보는 것"이라며 "이번에 가서 밥 한 끼 먹고 사진이나 찍고 오는 것에서 끝내지 마시고 정상끼리 만나기 때문에 허심탄회하게 얘기하시라"고 당부했다.
이달 16일 일본에서 열리는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강제징용 배상안에 대한 후속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과거사 문제를 포함해 한·일 간 현안의 종합적·포괄적 해결을 주장해온 윤 대통령의 구상에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어느 정도 호응할 지 촉각이 쏠린다.
국내에서는 강제징용 해법을 두고 한국 정부가 지나치게 양보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생존 피해자들도 한국 기업이 조성한 자금으로 배상금을 받는 것에 공식 반대 입장을 냈다. 야당은 '외교사 최대 굴욕' 등 연일 공세를 퍼붓는 등 상당기간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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