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포자이 입주 중단시킨 어린이집 소송, 내막 알고보니…

이미연 2023. 3. 13. 10:3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기유치원 측 "보상도 임대료 문제도 아냐…조합의 관리처분계획이 위법"
개포4단지조합 측 "수십억원의 건축비·교구비 무상으로 지급…입주 방해"
소송 문제로 서울 강남 개포자이 프레지던스의 입주 중단을 하루 앞둔 12일 오후 단지 내 입주지원센터에서 입주자들이 열쇠 불출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경기유치원이 개포4단지재건축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원인은 '보상 문제'나 '임대료 문제'가 아니다. 단독필지였던 경기유치원을 재건축조합이 일방적으로 3375세대 아파트 소유자들과 공유하는 것으로 처리하려고 했기 때문이다."(경기유치원 측 법률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지향)

"수십억 원에 이르는 유치원 건축비와 교구비를 무상으로 지급했음에도 입주 방해를 목적으로 하는 원고의 무차별적인 재판 청구, 가처분신청, 민원 제기로 이미 오랜 시간 사업이 지연돼 사업비 증가와 대출이자 납부로 고통받고 있다. 원고(유치원)의 이러한 행위가 없었으면 2022년 초에는 충분히 입주할 수 있었다. 관리처분취소에 의한 이전 등기의 지연으로 또다시 재산권이 침해당할 위기에 처해 있다."(개포4단지재건축조합 측이 지난 2월 법원에 제출한 탄원서)

지난 11일 저녁부터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한 서울 강남구 '개포자이 프레지던스'(개포4단지)의 '키 불출 불가'에 대한 구체적인 정황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경기유치원이 보상 문제나 임대료 문제로 소송을 한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상은 정비사업 과정에서의 위법 사항 문제가 발목을 잡아 법원이 '한시적 준공인가 처분 효력정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개포4단지 조합 vs 경기유치원 소송, 벌써 3년째 진행 중

1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경기유치원은 "단독필지였던 경기유치원 부지를 재건축조합이 아파트 소유자들과 공유하는 것으로 처리하려 해 재산권이 심하게 훼손됐다"며 소송을 제기해 벌써 3년 째 진행 중이다.

애초 경기유치원 측은 "당초 설계안과 다른 위치이니 보상해달라"고 주장했고, 조합 측은 "요구액이 너무 크다"며 소송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합 측은 지난 2월 법원에 제출한 탄원서를 통해 "경기유치원 측이 유치원 설립을 신청하지 않아 유치원 운영 의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재산권 침해를 주장하는 유치원 측은 건축비 등의 분담금을 내지 않았고 교구비 등도 조합이 지불하기 때문에 본질적인 침해가 성립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법무법인 지향 측은 "재건축조합이 수립한 관리처분계획이 위법해 이를 시정해 달라는 경기유치원의 요청을 조합이 무시하고 위법한 관리처분계획을 일방적으로 강행했다"며 "경기유치원으로서는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당하지 않기 위해 부득이 소송을 제기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이미 지난 1월 13일 유치원 측이 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유치원 측의 손을 들어줬다. 조합이 2019년 12월 23일 강남구청장으로부터 변경인가를 받은 관리처분계획을 취소한다는 판결을 내린 것.

기존 부지를 단독으로 소유했던 경기유치원은 정비사업 후에도 이전과 동일하게 유치원을 운영하려 했다는 부분에 근거, 법원은 다른 토지 소유주들처럼 공동주택을 분양받아 공유지분으로 변경되는 케이스와는 차이가 있다고 판결했다.

또한 유아교육법 상 유치원 등의 사립학교는 부지에 관한 권리 관계에 따라 교육시설이 부실하게 되거나 교육환경이 불안정하게 되는 것을 방지하고 학습권을 지속적으로 보호하도록 해당 학교를 설립 및 경영하는 자의 '소유'여야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이에 이 사건의 유치원 부지가 아파트 입주민들과 공유하는 것은 해당 조합에 반한다는 판결도 이어졌다.

특히 이번 행정처분이 '일부 취소'가 아닌 '전부 취소'로 나왔다. 기존 관리처분계획은 유치원 부지가 다른 공동주택 소유자들과 공유하는 것으로 되어있는터라, 다른 공동주택 소유자들의 대지에 관한 권리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기 때문.

◇1월 중순 유치원 승소 판결에도 강남구청 '부분 준공인가'

이런 내용이 담긴 유치원의 승소 판결이 나온 날 서울행정법원에서도 '관리처분계획의 효력을 정지한다'는 집행정지 결정이 나왔다.

그러나 개포4단지조합이 위법성을 해소한 관리처분계획을 마련하지 못했음에도 강남구청은 2월 28일 부분 준공인가처분을 내려 일부 입주가 시작됐고, 이에 3월 6일 서울행정법원이 '준공인가처분 효력정지'결정을 내린 것이다. 결국 강남구청은 지난 10일 늦은 오후에 조합에 입주 중지 이행명령을 내렸고, 시공사인 GS건설도 13일부터 열쇠 불출 중지 입장을 밝힌 것.

이번 효력 정지는 오는 24일까지다. 법원의 최종 결정을 위한 검토가 필요해 내려진 처분으로 잠정 조치에 해당한다. 오는 24일 법원의 최종 결정에 앞서 17일 심리가 예정돼 있어 그 사이에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도 있지만 당장 13일부터 입주지원센터도 운영하지 않는다.

오는 24일까지 입주 하려던 400가구는 일정 변경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조합과 유치원의 갈등이 지속될 경우 이들을 포함해 나머지 미입주 2500여 가구의 입주가 미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아직 열쇠 불출이 막히기 전인 12일에 오후에는 수십세대의 입주예정자들이 입주지원센터에 몰렸다. 부랴부랴 수억원대의 잔금을 구해 열쇠를 받은 세대도 있지만, 이를 구하지 못한 이들은 꼼짝없이 24일까지 임시거처를 마련하는 등의 불편을 겪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조합 측은 "준공인가 처분 효력 정지는 3월 24일까지의 임시적이고 잠정적인 조치다. 법원의 최종 결정도 아니며 최종 결정을 위한 검토가 필요하기 때문에 내려진 처분"이라며 "그런데도 구청이 입주 중지라는 극단적인 이행명령을 내리는 것이 적절한지, 사전에 조합의 청문 절차도 거치지 않은 것이 적법한지는 별도로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원에서 효력 정지 결정을 취소하면 입주는 재개될 것이며, 만약 유지가 된다면 입주 재개일은 기약할 수 없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