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어떤 배려/이순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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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전쯤 전시 나들이를 위해 방문한 미술관 주차장에서 남편이 접촉 사고를 냈다.
놀란 가슴을 누르고 차주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으나 전시를 관람 중이어서인지 연결이 되지 않았다.
"문자메시지를 남겨 두고 일단 전시를 보러 가자"는 내 제안에 남편은 "금방 연락이 올 수도 있으니 먼저 들어가라"며 등을 떠밀었다.
한참 뒤 전시장에 들어온 남편의 표정이 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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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전쯤 전시 나들이를 위해 방문한 미술관 주차장에서 남편이 접촉 사고를 냈다. 주차를 서두르다 옆 차량과 부딪쳤는데 다행히 육안으로는 살짝 긁힌 자국만 보였다. 놀란 가슴을 누르고 차주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으나 전시를 관람 중이어서인지 연결이 되지 않았다. “문자메시지를 남겨 두고 일단 전시를 보러 가자”는 내 제안에 남편은 “금방 연락이 올 수도 있으니 먼저 들어가라”며 등을 떠밀었다.
‘수리 비용으로 얼마가 들까’, ‘무리한 요구를 하면 어떡하지’…. 걱정에 그림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한참 뒤 전시장에 들어온 남편의 표정이 환했다. “별거 아니니 그냥 가라고 하던걸. 소액이라도 사례하려고 했는데 한사코 안 받더라고. 좋은 분을 만났어.”
엊그제 남편이 무용담처럼 얘기했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받았더니 내 차에 ‘문콕’을 했다는 거야. 주차장에 가서 보니까 흠집이 별로 크지 않길래 그냥 가시라고 했지.” 배려가 배려를 낳는 게 인지상정 아니겠나.
이순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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