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저무는 페이스북

강필희 기자 2023. 3. 13.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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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 부산에서 유학 중인 중국인 여대생이 "요즘 중국인들 사이에 인기"라며 자신의 휴대전화를 보여줬다.

페이스북이 2004년 서비스를 시작한 지 19년 만의 일이다.

전세계 이용자는 한때 30억 명을 찍었다가 2년 전부터 확연히 감소세로 돌아서 현재는 분기당 200만~300만 명씩 빠져나간다.

미국 청소년 대상 설문조사에서 5년 전까지 압도적 1위는 페이스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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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 부산에서 유학 중인 중국인 여대생이 “요즘 중국인들 사이에 인기”라며 자신의 휴대전화를 보여줬다. 수십초짜리 동영상이었다. 알고 보니 중국 기업이 막 출시한 ‘틱톡’이라는 숏폼 SNS였다. 틱톡은 해외 서비스 개시 5년 만에 이용자가 10억 명으로 불어났다. 긴 글 보다 이미지나 영상에 익숙한 젊은 세대가 열광했다. 단문 메시지를 전세계 가입자들에게 순식간에 퍼트려 이집트의 독재자 무바라크를 쫓아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트위터도 이제 낡아보인다. 글은 더 짧아지거나 아예 없고 주로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소통하는 인스타그램 핀터레스트 비리얼 등 후발 주자들의 추격이 뜨거워서다.


SNS의 본질은 가입보다 탈퇴 때 더 잘 드러난다. 페이스북이 특히 그렇다. 탈퇴 관련 메뉴를 여간해서 찾기 어렵다. 인터넷에 올라온 탈퇴 노하우에는 “메뉴를 일부러 숨겨 놓은 것 같다”는 댓글 반응 일색이다. 페이스북은 우선 탈퇴에 앞서 휴면을 권장한다. 그 유혹을 뿌리치고 탈퇴를 강행해도 계정이 즉각 사라지지 않아 일정 기간 내 한번이라도 접속하면 곧바로 좀비처럼 살아난다. 탈퇴 이후에도 “친구들이 기다린다”며 한동안 이메일이 계속 날아든다. 집요하게 수집한 가입자 데이터를 잘 관리하지 못해 개인정보 유출이나 해킹 피해까지 종종 내면서도 말이다. 최첨단 IT기업의 탈을 썼지만 ARS전화를 이리저리 돌리며 해지 욕구를 포기시키는 아날로그식 업태와 큰 차이가 없다.

1세대 SNS인 페이스북이 본격적인 내리막을 걷고 있다고 한다. 한국 기준으로 2021년까지 월 이용자가 1300만 명을 넘었으나 이후 꺾이기 시작, 지난달엔 1000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 페이스북이 2004년 서비스를 시작한 지 19년 만의 일이다. 페이스북 쇠퇴는 우리만의 현상이 아니다. 전세계 이용자는 한때 30억 명을 찍었다가 2년 전부터 확연히 감소세로 돌아서 현재는 분기당 200만~300만 명씩 빠져나간다. 미국 청소년 대상 설문조사에서 5년 전까지 압도적 1위는 페이스북이었다. 지금은 1위 유튜브, 2위 틱톡이고 페이스북은 5위로 밀려났다. ‘아재 플랫폼’이 되어가는 것이다.

산업혁명 이전 1000여 년간 대부분 인류의 삶이 선조 생활방식과 다르지 않았지만 18세기 이후 ‘세대 차이’라는 게 생기기 시작했다고 역사학자들은 설명한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세대 간은 물론 같은 세대 내에서도 경험 시차가 발생한다. 그 실증이 50~70대는 말할 것 없고 일부 젊은 세대조차 써보지도 않은 채 저무는 페이스북이다.

강필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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