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想과 세상] 반대말

여름의 반대말은 손바닥
뒤집으면 소나기가 쏟아졌다
무지개가 없어도 한바탕 꿈을 꾸고 나면
구름의 반대말은 나비
여덟 번째 태어나는 배추흰나비
애벌레였던 적을 모르고 배추의 맛을 몰라
영혼을 사각사각 갉아먹는 푸른 사과의 반쪽
너는 밤의 불빛을 나는 낮의 그림자를
내가 꽃을 향해 날개를 펼 때
지는 꽃 위에 날개를 접네
그러니까 당신의 반대말은 당신,
지구 끝까지 당신이라는
당신, 벽장문처럼 안으로만 잠겨 있는
하기정(1970~)
초등학교 봄 소풍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보물찾기였다. 아이들이 찾을 수 있는 적당한 곳에 보물을 감추었다. 시인은 보물을 감추는 사람처럼 시어와 행간, 문장에 하고픈 말을 숨긴다. 이 시에선 더 깊숙이 숨겼다. 한데 왜 “여름의 반대말은 손바닥”일까. 겨울의 자리에 손바닥이 들어갔으므로 손바닥은 겨울처럼 춥고, 냉정한 것이 된다. 너와의 관계가 손바닥 뒤집듯 쉬워야 하는데 오히려 어렵다. 소나기처럼 운다. 무지개 같은 삶을 기대했는데, 꿈같은 얘기다.
왜 또 “구름의 반대말은 나비”일까. 나비는 흰 구름 아래서 날지만, 먹구름이 끼고 비가 오면 날지 못한다. ‘배추’가 상징하는 것이 인생이나 결혼 생활이라면, 너는 내 영혼을 갉아먹는 사람이다. “벽장문처럼 안으로만 잠겨 있는” 너와 사는 건 독이 든 사과 반쪽을 먹는 것과 다름없다. 너의 반쪽으로, 그림자로 산 세월을 접는다. ‘너’에서 ‘당신’으로 호칭도 바뀐다. 당신이라는 말에는 높임과 낮춤, 사랑의 의미가 담겨 있다. “당신의 반대말”이 당신인 이유다.
김정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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